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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그녀와의 동행

| 조회수 : 1,011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4-28 10:20:08

 

 

 

금요일, 오후 수업을 마치고, 금요일 모임의 머라여님이 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미 몇 사람은 다녀왔다고 하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사정이 있어서 동행이 어렵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살핀 다음 혼자서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문을 나서는데 진순씨가 교보문고에 함께 가자고 따라나서더군요.

 

함께 가서 서가앞에 서자 그녀가 얼마전 최고경영자 과정에 등록해서 공부하고 있는 자신의 남편이 수업받는 곳에서 부부를 초대한

 

특강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라, 서서 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싶어서 어디 자리를 마련하고 앉아서 듣자고

 

제안을 했더니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랑의 교회에서 하는 카페로 안내를 합니다.

 

특강 이야기에 이어 내년이면 50살, 아이들이 다 크고 엄마만의 길을 찾으라고 권하는데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해서 심리학에 관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운을 떼더군요. 아, 그래서 일산에서 만났을 때 금요일 심리학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바로 마음이 동해서 올 수 있었구나 이해가 되었지요. 마음이 한없이 선량해서 이런 마음으로 한 세상을 살기가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하게 만들 정도의 사람이라서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상처를 많이 받기도 한 그녀가 자신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

 

그리고 그런 앎으로 타인에게도 손을 내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절절히 와 닿았습니다.

 

대학원 준비를 위해서 우선 프로이트와 융을 읽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다시 교보문고로 가서 책을 서로 골라보았지요. 이 정도는 서점에

 

앉아서 읽고 저 책은 구해서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서로 이야기를 나눈 다음 그녀는 그녀 대로 저는 저 대로 책을 고르고 판단하는

 

한 시간정도를 갖고 나서 (그녀가 영안실에 함께 가겠다고 해서요) 삼성병원으로 갔지요. 머라여님의 남편분이 딸도 없는 외아들이라서

 

영안실에는 두 분만이 지키고 있더군요. 인사를 나누고, 고인앞에서 절을 한 다음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삶과 죽음에 대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원동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미씨가 전화를 했더군요. 함께 보자고요. 그녀도 역시 일산에 살다가 이사한 사람인데

 

두 사람은 우연히 학교 입학식에서 만나게 되었다고요. 진순씨 아들이 엄마 누가 엄마를 자꾸 지켜본다고 하길래 서울에서 나를

 

알아볼 사람이 누가 있냐고 잘 못 본것이라고 하다가 아무래도 시선을 자꾸 느껴서 다가가서 인사를 하면서 새롭게 사귀게 된 두 사람은

 

그 이후 아주 가깝고 다정한 사이가 되어서 이제는 서울살이의 벗이 되어 있더라고요.

 

병원을 나서니 시간은 거의 열시가 다 되어 가는데 방이동 집에 가서 차를 한 잔 마시자는 진순씨, 그런데 아들 시험이라서 늦은 시간에

 

그렇게까지 하기는 어렵겠다는 경미씨,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면 다음에 금요일 강남 수업끝나고 음악회 없는 날 다시

 

만나기로 하고 방이동으로 떠나려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무래도 얼굴이라도 보는 것이 좋겠다고요. 그렇다면 일원 역 근처에서

 

얼굴이라도 보자고 만났지만 역시 그렇게 헤어지기엔 섭섭해서 결국 차에 올라타 함께 방이동에 갔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진순씨는 자신이 먹기 시작한 비타민 c중에서 한 통을 꺼내서 우선 이것이라도 먹어보고 좋으면 계속 복용을 하라고

 

한 포 챙겨주고 그동안 자신이 그린 민화와 도자기를 보여줍니다. 지난 번 보았을 때 도자기 한 점을 주고 싶다고 하고는 챙겨오지 못했을

 

때 제가 도자기를 마음으로 기다렸다는 것을 알고는 기뻐서 정말 주고 싶었노라고 ,거기다가 그림 한 점도 걸어놓고 보라고 선뜻 주겠노라고

 

하네요. 이렇게 누군가에게 작품을 주는 것은 처음이라고 해서 그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오는 기분이었답니다.

 

대학생 아들의 방에 들어가서 책장을 구경하고 한 권의 책을 빌리고, 경미씨와 그동안 공백인 세월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나누고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하염없이 빨리 흘러갑니다. 따뜻한 차 두 잔을 얻어 마신 다음 지금은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녀의 딸 방을

 

구경하고, 그리고는 다음에 조금 한가하게 오랜 시간을 확보하고 다시 만나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지하철에 올라타 건희 방에서 들고 나온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하루 오랜 시간 그녀와 동행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더군요.

 

깊은 신앙심을 지닌 그녀가 선생님 교회 나오실래요?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요. 그런 식으로 자신의

 

신앙을 제게도 권하기 시작하면 그런 이야기가 불편한 제가 이렇게 기꺼운 마음으로 그녀와 만나는 것을 계속 하기가 어려울테니까요.

 

그래도 삶으로 제게 하나의 본을 보이고 있는 그녀와 만난 하루, 사람사이의 동행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깊이 느낀 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은 그런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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