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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김장배추를 절이면서...

| 조회수 : 2,570 | 추천수 : 11
작성일 : 2006-12-04 06:59:11


그젯 밤에 임실 막내 시동생이 배추와 무우 고구마 찹쌀 늙은호박 등을 싣고
일산에 도착했습니다.

이런 저런 모양으로 저희 일을 많이 도와주는 시동생입니다.
살다가 왜 서운한 일 없겠나요?
그래도 그 정도는 그냥 지나는 바람에 불과하니
착한 시동생 복은 있나봅니다.

장가를 못가서 속은 상하지만 이것도 맘대로 안되는 일

언젠가 기회가 있을까~
좋은 때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마음을 접어두려 애쓰시는
아버님 어머님.

결혼했으면 옆에서 잔소리하며 챙기는 사람이 있을터인데
술먹고 오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이게 했을것인데
안입는 구멍난 양말 알아서 치워줄 것인데
안씻는다고 잔소리 할 터인데
담배 냄새나는 방을 훔치고
엉클어진 이불을 걷어 세탁기 돌리시며
기인 한숨을 쉬십니다.

제가 알아서 챙긴다 한들
어머님 아버님 마음 같겠으며
시누님들 마음 같겠나요?

가끔 특별한 음식이라도 하노라면
한 술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하시는 어머님 마음.

안쓰럽고 안된 마음 잠깐이고
아이들 일에
내 힘든 일에 더 신경을  쓰는
어쩔수 없이 저는 형수 밖에 안된답니다.

어머님의 그 깊은 마음 어찌 따라가나요?

사람이 살면서 그런거 같아요.
그 때 마다 해야할 일들을 다 해주면서 살아주는게 얼마나 큰 효도인지...

친정식구들을 보면 그렇고
우리집 시동생들을 보면 그렇고
주변에서 여러가지 일로 속상한 이웃들 친구들 친지들을 보면

아프지 않고
먹을때 잘 먹어주고
건강할때 잘 뛰어놀아주고
공부할때  공부해주고
결혼할때 결혼해주고
아이 낳을때 아이 낳아 울며불며 키우기도 하고
때론 아들 딸 다 낳아주면 더 고맙고 말이죠.
부부싸움 하고 못살겠다고 울며 불며 전화도 해가며
또 다른 상황에도 맞딱드려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는것도 배우고
어렵게라도 내 집도 마련하면서
가족들 모여서 집들이도 해가면서
산다는게 그냥 일어나는거 같지만
참 어렵더라는 거지요.

이 모든 것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하나님께 감사해야지 싶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할 수있는거 다 할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요?

별게 효도인가요?
저는 촌닭이라 그런지 더 좋은 효도는 생각을 못해봤네요.



작은 시누님과 임실 시동생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배추를 자르고 다듬었어요.
남편 미소가님은 이제 배추절이기 선수가 되었답니다.

온 가족이 3차 김장을 준비한다고 마당에 나왔었어요.
혈압높은 울 어머님 걱정에 시누님이나 저나 춥다고 마당에 못 나오시게 했지만
자식들이 일을 하니 방안에 편하게 못 계시겠나 봐요~

그게 바로 어머니 라는 이름인가 싶습니다.



임실 무농약배추 입니다. 임실도 지대가 조금 높다고 고랭지배추라고 하네요.
이 배추도 참 풍신나네요.
갓도 얇고 고소한 것이 이번 김장도 맛있을거 같은 예감입니다.
일하면서 짬짬히 키워준 시동생에게 감사들 돌립니다.
심어준것도 고맙거늘 뽑아서 가져오고
가져와서 다듬어주기까지 하는 시동생입니다.

제가 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날마다 날마다 늘어갑니다.



일하다 따순물에 손 넣고 장작불앞에서 발을 쬐라고
울 어머니 가마솥에 불을 지피십니다.
그 마음 어디가서 살수 있나요?

그게 어머님의 마음인가 봅니다.

작년에도 임실배추로 김장할때 절여놓은 배추가
얼 정도로 너무 추웠는데 가장 춥다는 날에
결국 또 김장을 시작했네요.



장작불에 불을 지펴놓고
자식들 옆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들으시고 웃으시며
메주 묶을 볏짚을 정리하시는 어머님.



그 거칠고 작은 손안에 우주가 들어있습니다.



나중에 어머님 가시면 얼마나 서운할까?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경빈입니다.

순간 순간 소중하게 기억하면서 살게 하옵소서...



온 가족이 다 모여 무를 씻었습니다.
어머님은 조금이라도 거든다며 아픈 허리 한 번 더 엎드리시네요.

막내 시동생이 여기저기서 주었다며 꺼내놓은 무가 풍신나지만
그래도 무 값을 아낄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밭에가서 뽑아가라 해도 시간이 없어 못가져왔다 합니다.

어젯밤에 가는 시간까지 일을 해주고
차비라도 하라며 쥐어주는 제 돈을 받지 않고
되려 조카들 손에 한 푼씩 쥐어주고 마네요.

김치 조금 고추 장아찌 조금 가지고 다시 임실로 간 시동생
주변 사람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는 그 능력도 하나님의 사랑이라 믿습니다.

가족이 무엇인지
그 힘이 무엇인지
그 사랑이 무엇인지
어렵더라도 더 많은 것을 나누며 살게 하소서!

3차 김장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월요일 아침입니다.

12월 문턱에서 마음이 바쁘지만
되돌아 감사꺼리를 찿아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변인주
    '06.12.4 7:41 AM

    Look so beautiful!!!! God bless you and your family!

  • 2. 수국
    '06.12.4 8:27 AM

    전 경빈마마님께서 힘들게 일하시는거 싫어요 ㅠㅠ

  • 3. Gina
    '06.12.4 10:20 AM

    정겨워요~

  • 4. 브리지트
    '06.12.4 7:03 PM

    음악과 함께 사연이 곳곳으로 스며듭니다.

    잘 살아야 할 이유가 날마다 늘어난다는 말이 더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 5. 다니엘
    '06.12.5 1:56 AM

    그리스도의 장성한분량의 충만으로까지의 인도하심을 믿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시길....

    하나님의 사랑이 너무나도..느껴 집니다...저도 글을 읽으며...다시한번 범사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 6. 코알라^&^
    '06.12.5 5:28 AM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서 그저 죄송하네요.

  • 7. 프리스카
    '06.12.5 5:19 PM

    복음성가도 아닌 것 같은데 참 가사가 맘에 와닿아 센치해지네요.
    아들 군대가고 딸 멀리 있고... 있을 때 좀더 사랑하지 못한 것이...

    범사에 감사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너무 잘 하십니다.^^

  • 8. atomcandy
    '06.12.5 6:41 PM

    글을 읽으며, 가족이야기만 나와도
    벌써 눈이 뜨거워지네요.
    일도 많으시지만, 복도 많으신 경빈마마이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그리 못하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 9. 망구
    '06.12.6 5:18 PM

    경빈마마님 마음이 천국 이네요...^^

  • 10. 메밀꽃
    '06.12.6 5:22 PM

    사람사는 냄새가 납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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