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젯 밤에 임실 막내 시동생이 배추와 무우 고구마 찹쌀 늙은호박 등을 싣고
일산에 도착했습니다.
이런 저런 모양으로 저희 일을 많이 도와주는 시동생입니다.
살다가 왜 서운한 일 없겠나요?
그래도 그 정도는 그냥 지나는 바람에 불과하니
착한 시동생 복은 있나봅니다.
장가를 못가서 속은 상하지만 이것도 맘대로 안되는 일
언젠가 기회가 있을까~
좋은 때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마음을 접어두려 애쓰시는
아버님 어머님.
결혼했으면 옆에서 잔소리하며 챙기는 사람이 있을터인데
술먹고 오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이게 했을것인데
안입는 구멍난 양말 알아서 치워줄 것인데
안씻는다고 잔소리 할 터인데
담배 냄새나는 방을 훔치고
엉클어진 이불을 걷어 세탁기 돌리시며
기인 한숨을 쉬십니다.
제가 알아서 챙긴다 한들
어머님 아버님 마음 같겠으며
시누님들 마음 같겠나요?
가끔 특별한 음식이라도 하노라면
한 술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하시는 어머님 마음.
안쓰럽고 안된 마음 잠깐이고
아이들 일에
내 힘든 일에 더 신경을 쓰는
어쩔수 없이 저는 형수 밖에 안된답니다.
어머님의 그 깊은 마음 어찌 따라가나요?
사람이 살면서 그런거 같아요.
그 때 마다 해야할 일들을 다 해주면서 살아주는게 얼마나 큰 효도인지...
친정식구들을 보면 그렇고
우리집 시동생들을 보면 그렇고
주변에서 여러가지 일로 속상한 이웃들 친구들 친지들을 보면
아프지 않고
먹을때 잘 먹어주고
건강할때 잘 뛰어놀아주고
공부할때 공부해주고
결혼할때 결혼해주고
아이 낳을때 아이 낳아 울며불며 키우기도 하고
때론 아들 딸 다 낳아주면 더 고맙고 말이죠.
부부싸움 하고 못살겠다고 울며 불며 전화도 해가며
또 다른 상황에도 맞딱드려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는것도 배우고
어렵게라도 내 집도 마련하면서
가족들 모여서 집들이도 해가면서
산다는게 그냥 일어나는거 같지만
참 어렵더라는 거지요.
이 모든 것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하나님께 감사해야지 싶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할 수있는거 다 할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요?
별게 효도인가요?
저는 촌닭이라 그런지 더 좋은 효도는 생각을 못해봤네요.

작은 시누님과 임실 시동생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배추를 자르고 다듬었어요.
남편 미소가님은 이제 배추절이기 선수가 되었답니다.
온 가족이 3차 김장을 준비한다고 마당에 나왔었어요.
혈압높은 울 어머님 걱정에 시누님이나 저나 춥다고 마당에 못 나오시게 했지만
자식들이 일을 하니 방안에 편하게 못 계시겠나 봐요~
그게 바로 어머니 라는 이름인가 싶습니다.

임실 무농약배추 입니다. 임실도 지대가 조금 높다고 고랭지배추라고 하네요.
이 배추도 참 풍신나네요.
갓도 얇고 고소한 것이 이번 김장도 맛있을거 같은 예감입니다.
일하면서 짬짬히 키워준 시동생에게 감사들 돌립니다.
심어준것도 고맙거늘 뽑아서 가져오고
가져와서 다듬어주기까지 하는 시동생입니다.
제가 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날마다 날마다 늘어갑니다.

일하다 따순물에 손 넣고 장작불앞에서 발을 쬐라고
울 어머니 가마솥에 불을 지피십니다.
그 마음 어디가서 살수 있나요?
그게 어머님의 마음인가 봅니다.
작년에도 임실배추로 김장할때 절여놓은 배추가
얼 정도로 너무 추웠는데 가장 춥다는 날에
결국 또 김장을 시작했네요.

장작불에 불을 지펴놓고
자식들 옆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들으시고 웃으시며
메주 묶을 볏짚을 정리하시는 어머님.

그 거칠고 작은 손안에 우주가 들어있습니다.

나중에 어머님 가시면 얼마나 서운할까?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경빈입니다.
순간 순간 소중하게 기억하면서 살게 하옵소서...

온 가족이 다 모여 무를 씻었습니다.
어머님은 조금이라도 거든다며 아픈 허리 한 번 더 엎드리시네요.
막내 시동생이 여기저기서 주었다며 꺼내놓은 무가 풍신나지만
그래도 무 값을 아낄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밭에가서 뽑아가라 해도 시간이 없어 못가져왔다 합니다.
어젯밤에 가는 시간까지 일을 해주고
차비라도 하라며 쥐어주는 제 돈을 받지 않고
되려 조카들 손에 한 푼씩 쥐어주고 마네요.
김치 조금 고추 장아찌 조금 가지고 다시 임실로 간 시동생
주변 사람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는 그 능력도 하나님의 사랑이라 믿습니다.
가족이 무엇인지
그 힘이 무엇인지
그 사랑이 무엇인지
어렵더라도 더 많은 것을 나누며 살게 하소서!
3차 김장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월요일 아침입니다.
12월 문턱에서 마음이 바쁘지만
되돌아 감사꺼리를 찿아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