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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계단

| 조회수 : 1,188 | 추천수 : 37
작성일 : 2006-09-26 16:00:26






우체국 계단




우체국 계단에

나는 수신인 부재로 반송되어온

엽서처럼 구겨진 채 앉아 있었다

빨간 우체통이 그 곁에 서 있었고

또 그 곁에는 늙은

자전거가 한 대 웅크려 있었다


여름의 끝이었고 단물이 다 빠져나간 바람이

싱겁게 귓불을 스치며 지나갔다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하여

나는 편지 혹은 엽서를 안 쓰고 지낸 지

몇 해가 지났다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애써 기억의 밭에 파종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길 건너편의 가구점 앞에서

낡은 가구를 부수고 있는 가구점 직원들,

그리움도 세월이 흐르면 저 가구처럼 낡아져

일순간 부숴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낡은 가구처럼 고요하게 앉아 있었다

정~ 그리워서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면


내 이마에 우표를 붙이고 배달을 보내리라

우체국의 셔터가 내려가고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져갔다

여름의 끝이었고

나는 아직 무성한 그리움의 계절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
.
.
.
.
詩.김충규

계절은 벌써 여름을 떨쳐버리고
가을로 향하여 빠져듭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길~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수라야
    '06.9.26 10:30 PM

    아, 이 목소리...혹시 엔야인가요...?
    요즘...'그리움'이란 글자만 봐도...왜이리 눈물 날라고 하는지...ㅡㅜ

  • 2. 밤과꿈
    '06.9.27 2:47 PM

    Enya 의 노래 "May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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