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놀랄 일이 어디 한 두 가지 겠는가?...
세상에 살면서 황당하고 무참한 일이 어디 한 두 번 이겠는가?...
어제 아침 실미원포도 농장 도빈맘에게 받은 한 통의 전화는 내 몸뚱이를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전화였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반 웃음에 반 울음 반 울부짖음...(하도 기가막혔을 때 나오는 목소리라 생각되는...)
"경빈아~ 힘들지~ " 그 상황에 왜? 나의 안부는 물으셨는지...
"네에~ 조금 힘들어요~!" 아무 생각없이 답한 말 뒤로 바로
"경빈아~ 우리 농장 다 불났다?" 두 사람 다 철이 없는 아주 짤막한 대화였다. 다리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거짓말처럼 들리는 말..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말...아주 짧게지만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아니? 이게 뭔 말인가? 갑자기 3년 전 우리 공장 불 났을 때 상황이 영화 필림처럼 머리속을 휘어 감고 돌아갔다.
눈 앞에서 멍하고 다 타들어가는 상황을 꼬박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지난 상황들이 마음대로 머릿속에 돌아가고 있었다. 눈물이 주르르르르~~
몸서리 쳐졌다. 그 넓은 포도하우스가 검은 밭이 되었을거라 생각하니 도리질 쳐지며 아찔했다.
더 생각하고 말고 할 겨를도 없이 터질 것 같은 머리 쥐어잡고 있는 김치 주섬주섬 싸들고 남편과 실미원으로 향했다.
뭔 도움이 되겠나? 싶지만 함께 하고픈 마음이였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힘이라고 믿는 바보니까...
하루 종일 농장에서 일하고 저녁늦게 화물차 끌고 집에 들어가 잠자고 다시 새벽같이 일하려 그 다음 날
농장에 나왔을 때 이렇게 되어 있었단다. 외진 곳이라 아무도 몰랐다 한다.
농장에 가보니 포도나무는 많이 다치지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그 동안 준비해 놓은
미생물과 아카시아 효소 각 종 중요한 비싼 기계들이며 포장재, 숙성된 포도주, 포도효소 설탕이며 쌀...
농장에 굴러다니는 먼지 마저도 다 돈이거늘... 이런거 하나 하나 판매하면서 두 아이들 방 월세도 내야하고
은행 이자도 내야하는데 어쩌란 말인가??? 생과일 포도는 여름 한 철 잠시 나가는 작은 수입인데 어찌 1년을
2년을 그리고 3년을 어떻게 이겨 내란 말인가???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포도 배송작업도 하고, 손님도 맞이 하는데...
할부도 끝나지 않은 차는 이렇게 영화속 장면처럼 앙상하게 형체만 남아있었다. 이 차가 타들어 갔을 상황을 생각하니
온 몸이 부르르르 떨렸다. 차 뒤로 보이는 녹색 나무가 그냥 이유없이 밉다.
다행히 차 보험이 들어 있어 차 해결은 잘 될 거란다.
저장고가 있는 공간...몇 년 묵은 포도주, 포도효소가 그냥 다 폐기물이 되어 버렸다.
비싼 기계까지 홀라당 다 타 버리고 바닥에 흥건히 젖어있는 포도주와 효소를 보니 내 마음도 타 들어가고....
종이처럼 지붕도 구겨저 있다.
농장 주방옆에 있는 냉장고들도 이렇게 다 타들어 갔고... 젓가락 숫가락 하나 없이 다 잿더미다.
이곳 창고가 보험도 안들어 있단다. 미치겠다. 우리 공장 불났을 때도 보험이 안들어 있었는데...
없는 상황은 계속 없어야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연이어서 말이다. 그래서 더 힘들고 지친다. 더 솔직하다면 살기싫을 때도 있다.
견디면서 이길 뿐이다.엉터리 같은 믿음이지만 하나님도 미워하면서...
오시는 손님들도 먹고, 반찬도 해 먹으려고 농사지어 놓아두었던 감자들도 까맣게 나 뒹굴고 있었다..
차라리 할머니가 구워준 맛난 감자라면...
이 많은 가스통들이 하늘의 도움인지 하나도 안 터졌단다...이것 마저도 엎드려 감사하단다.
이 가스통이 다 터졌다면 실미원은 그야말로 불바다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아찔한 순간이다.
여기도 가스통이 있었다. 주방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저렇게 되어있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형체도 안보였다.
한 쪽에서 계속 타들어가는 냄새만 날 뿐... 도빈네 마음은 이미 숯덩이가 되었을게다.
뭐가 더 타고 싶은지 오후내내 이렇게 타 들어 가고, 섬이라 그런지 소방차 한 대도 들어오지 않고, 보이지 않음에 그저
답답할 뿐이다. 설령 소방차가 왔다 할 지라도 뭔 소용이 있겠는가 마는 외진 곳도 서럽거늘~ 소방차 한 대 안보이니
그냥 내 서운한 마음이였다. 연기 뒤로 보이는 벼들은 아무 탈이 없었고, 오리도 잘 있었고, 불 옆에 있던
개들도 살아 있어서 반가웠다.
허나..그 많은 장비와 기계들. 숙성된 포도주들 그리고 포도즙들이 다 잿더미다.
추석 맞이 선물 보내려 엊그제 다 준비해 놓은 포장재며 자재들 풀러보지도 못하고 다 잿더미다.
1년 농사지어 저장하고 또 저장해서 만들어 놓은 도빈네 피같은 포도주와 포도즙들이 흔적없이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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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열심히 성실히 땅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두 부부에게
관심 가져주고, 격려해주고, " 다~잘 될겁니다~ 더 잘 될겁니다. 더 부자 될겁니다!." 필요없는 빈 말 같지만 얼마나
많은 힘이 되는지 저는 알기에 힘이 되어 주자고, 이렇게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힘들지만 이렇게 사진을 담아왔습니다.
혹시? 집에서 안쓰시는 부엌살림 냉장고, 가스렌지와 쟁반에 그릇에 양푼에 다라이에 소쿠리등 심지어 수저 젓가락,
칼, 도마, 심지어 행주까지 모든게 다 필요합니다. 왜? 살림을 거의 농장에서 다 하고 집에서 잠만 잤으니까요.
그래도 먹고 살아가면서 일 하라고 화물차는 안탔네~ 하는 짧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혹시? 집에서 안쓰시는 물건 있으시면 실미원 농장으로 모두 보내주세요. 작은 것이라도 다 도움이 됩니다.
아니면 경빈네로 보내주시면 제가 모아 두었다가 직접 전달하겠습니다.
화재 수습하시느라 가지러 가실 시간도 경황도 없으실 수도 있어요.
얼른 마무리 하고 포도따서 다시 배송을 하신다 합니다. 주문하신 분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결국 힘든 짐은 도빈네가 다 짊어지고 갈 것입니다. 조용히 지켜봐 주고 격려만 해주셔도 버틸 수있는 힘이 됨을 저는 믿습니다.
많이 도와 주세요.
http://www.silmiwon.net 010-3020-3482 // 도빈이 엄마 핸드폰 입니다.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동 43번지 실미원 포도농장
도빈엄마 : 장명숙 010-3020-3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