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2004.12. 26 쿠스코에서
이 날은 성스러운 계곡 (Sacred Valley) 투어를 신청했다. 혼자 다 돌기에는 교통과 시간상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집합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광장을 어슬렁거리다가 멕시코에서 휴가차 왔다는 부부와 잠시 이야기도 하고, 그분들에게 부탁해서 사진도 찍었다
(여행사가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 있었다)
광장 주변 교회 앞의 아침 풍경
쿠스코에서는 라마를 데리고 전통복장을 한 인디오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호기심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들은 어김없이 돈을 요구한다.
혹은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노골적으로 호객을 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씁쓸하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그들의 생계인 것을.. 그리고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우리 관광객들인 것을....
사진의 남매들도 여행사 앞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이사람 저사람에게 하도 조르는게 안되 보여 결국 한 장 찍고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탈탈 털어서 내주고 말았다.
아이들을 달래서 보내고 나니, 여행사의 가이드와 버스가 도착했다.
성스러운 계곡 투어는 쿠스코 주변의 우루밤바 계곡 주변의 주요 유적지와 전통시장 삐삭을 도는 코스인데, 삐삭의 경우, 여행사에 따라서 전통 시장만 가고 정작 가야할 삐삭 유적은 쏙 빼놓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것.
버스에 올라 쿠스코를 벗어나 시 외곽지역으로 들어서자, 시내 중심부와 달리 허름한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리창도 없이 그저 창문만 뻥 뚫어놓은 집들.. 밤에 기온이 장난 아니게 내려가던데, 사람들이 어찌 사는지.
페인트 칠을 안 한 집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페인트 칠 대신 광고로 페인트 칠을 대신한 집들도 눈에 띄었다.
쿠스코가 분지 지형이기 때문인지 외곽으로 갈 수록 버스는 언덕길을 오른다. 정상 쯤에서 바라본 쿠스코 중심가는 온통 스페인 식의 붉은 지붕으로 뒤덮여 있고, 어디서도 잉카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쿠스코를 완전히 벗어나고서부터는 산중턱에 우리 나라 사람에게도 낯익은 계단식 농경지들이 보인다. 간간히 보이는 옥수수 밭들..
어제부터 느낀 건데,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우리나라의 옛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다.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 멀리 산 중턱에 농경지들이 보이고, 길 가에 인디오 아주머니들과 야마들이 보인다.
우리네 농촌 풍경과 닮은 것 같다고 느낀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버스는 약 40분 정도 달리다가, 자그마한 시장에 섰다. 가이드 말로는, 삐삭의 전통시장보단 작지만, 덜 알려진 덕에 좀 싸다고는 하는데, 시간을 20분 정도 주길래, 잠시 내려서 구경하기로 했다. (보나마나 여행사와 시장 사이에 뭔가 거래는 있겠지. 뭐, 이 정도는 애교로 봐주자)
내려서 시장쪽으로 접근하자마자 여기 저기서 호객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중에서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시뇨리타~'라는 호칭 뿐.
파는 것들은 알파카 털로 만든 모직물이라던가, 잉카 유물을 흉내낸 공예품 등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 동네 아주머니들의 손재주야 유명한 터라, 생각보다 눈길을 끄는 게 제법 눈에 띈다.
안 그래도 잉카 트레일에 쓸 따뜻한 장갑이 필요해서 알파카 털로 만든 장갑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가, 여기 올 때 도움 준 언니의 선물로 적당한 것도 발견해서 묶어서 흥정을 걸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대충 원하는 가격으로 물건을 건질 수 있었다. (일행 중 동일한 물건을 산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산 가격의 절반에 샀다. 나중에 여러군데 돌아다녀봐도, 내가 그때 악착같이 깍긴 깍았나보다, 다른 데서 흥정 시도해봤는데, 그 만한 가격이 없더군)
투어 도중 들린 시장, 덜 알려진 만큼 확실히 삐삭이나 쿠스코 보다 상당히 저렴하지만, 그래도 뭔가를 살 때는 하여간 절반 가까이 깎고 봐야 된다. 같은 물건이라도 가게마다 가격이 틀리다.
시장을 다시 출발하다가 중간에 지나친 알파카 농장. 알파카 털은 양털보다 고급 섬유소재로 평가된다. 쿠스코에선 알파카 스테이크라던가 알파카 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근데 내 입맛엔 별로...
익히 알려진 야마(라마라고도 한다)도 이 녀석의 친척이고, 이보다 더 작은 종류로 뷔꾸냐라는 동물이 있는데, 뷔꾸냐의 털은 가장 질이 좋은 섬유로 평가되고, 잉카 때에는 오직 왕만이 뷔꾸냐 털로 만든 옷을 입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잉카 속으로 참조).
뷔꾸냐는 현재 페루의 보호동물로 지정되어 있고, 뷔꾸냐 털로 된 제품도 거래금지되고 있다.
성스런 계곡 투어의 첫번째 목적지인 Pisac을 가는 도중...
뒤로 보이는 강이 나중에 아마존 강으로 합류하게 되는 지류 중 하나인 우루밤바 강
인디오 소녀의 뒷모습. 무얼 보고 있는 걸까.
오전 9시 쯤, 삐삭(Pisac)에 도착했다.
삐삭에는 유적뿐 아니라 매주 일요일 열리는 전통 시장도 유명한데, 이미 관광명소화 되버려서, 오히려 현지인은 찾아보기 힘들고, 파는 물품도 기념품 위주이다. 더불어, 가격도 비싼 편이다.
가이드 분이 우리의 주 목적은 이런 시장이 아니라 잉카 유적이라며, 되도록이면 시장에서의 시간을 줄이는 게 어떻냐고 물어왔는데, 일행이 모두 찬성해서, 시장 구경하는 시간은 약 40분 정도로 잡았다. 내 생각엔 그 정도로도 충분, 여기서 파는 것들은 모두 쿠스코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니..ㅡㅡ
삐삭 시장의 풍경들, 과일이며 먹거리들도 많다
시장에서 사 먹은 옥수수, 찐 옥수수를 파는데, 2솔(약 660원)을 부르길래, 농담하냐? 라는 눈길만 던져주고, 휙 돌아섰더니, 순식간에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진다.ㅡㅡ;;
하여간 먹거리까지.. 관광객에게는 일단 비싸게 부르고 보니, 방심을 못한다.
하지만 옥수수와 감자의 본고장 답게 옥수수 알이 쫀득하게 씹히는 게 맛있었다. 더더군다나 알 크기를 보라. 거의 알이 내 엄지 손가락 마디 만하니.. 하나 먹고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앙증맞은 집들에서 들락날락 하는 동물은 바로 꾸이(Cuy), 영어로는 기니피그.. 쉽게 말하면 모르모트이다. 햄스터 친척뻘 되는 녀석으로 실험용이나 애완용인데.. 페루에서는... 전통적으로 식용(!)으로 키웠다. 사진도 물론 식용으로 키우는 거다..
저렇게 구경할 수 있게 해 놓고 바로 옆에서는 꾸이로 만든 파이를 판다. (-- 저 모습을 보고 넘어가냐, 앙?!)
쿠스코에서는 꾸이를 통닭 굽듯이 통째로 구운 요리도 먹을 수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리얼해서 - 털 벗겨서 통째로 구워 놓은 특대 사이즈의 쥐 같다.. - 도저히 먹을 엄두가 안 나 포기했다.
하지만, 잉카 시절부터, 꾸이는 중요한 가축이자 단백질 공급원이었으니.. 내가 선입견을 버려야 할 입장이다.
이럭저럭 한 바퀴 도니 시간이 금방 간다. 다시 버스에 올라, 삐삭 유적지로 출발.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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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페루 여행의 기록 3
첫비행 |
조회수 : 1,478 |
추천수 : 15
작성일 : 2005-03-17 1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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