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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우중충하여 억새가 제 빛을 내지 못하였지만
소문대로 수만 평 억새밭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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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 남면과 동면에 걸쳐 있는 산.
이름처럼 산정에는 나무가 없고 드넓은 주능선 일대가 참억새밭입니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30여 분은 억새밭을 헤쳐가야 할 정도입니다.
억새가 많은 것은 산나물이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렀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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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117m, 초입부터 가파른 산행길이지만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오르는 아가들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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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약밥, 잡채, 감자떡, 오이, 사과, 그리고 따끈한 국화차, 먹거리는 풍부하였지만
그러나 그중 백미는 어느 극성스런 친구가 준비해온 오징어회무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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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하나 펼치고 커다란 비닐 한 장 펼친 위에
살짝 데쳐 온 오징어와 각종 야채, 병원에서 주는 물약병에 담아온 참기름, 매실액, 초장을 부어
장갑 낀 손으로 마구 버무려 내놓았더니 험한 산행에 허기진 친구들이 게눈 감추듯 허겁지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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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제법 매서워 찍사의 손이 떨리는 바람에 사진이 흔들렸지만
산정에서 맛보는 얼큰한 오징어회무침의 맛은 말 그대로 듀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