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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어부아저씨께...

| 조회수 : 1,819 | 추천수 : 33
작성일 : 2004-08-31 21:19:51
잔뜩 심각한 척하면서 긴 글 적어놨는데
하이 참, 이 몰골들을 이렇게 공개해 놓으시니 인사를 안 드릴 수가 없네요.
(무척 쑥쓰러워요, 지금)


어부현종 아저씨~!
진작 따로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무심했지요?
잘 계시나요? 그날 저희가 너무 폐끼친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고
또 한 편 저희에겐 너무 좋은 경험이 되어 즐거운 마음, 더 놀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울진을 떠나왔어요.
요새 많이 바빠서 제가 정신이 없답니다.
그때 주신 문어는 할머니가 아주 맛있게 잡수시고
부모님도 모두 맛 좋은 것이라고 잘 사왔다고 칭찬해주셨답니다.

-----------------------------------------------------------자르는 선 ㅎㅎ---------------------


지난 여름 오남매가 여행 도중에
할머니 선물을 고르다가 제가 어부현종님네 삶은 문어를 얘기했더니
아이들이 가자고 해서 경주에서 감포바다 들러 동해안 따라 울진까지 올라갔었답니다.
사실 그렇게 먼 줄 몰랐는데 서너 시간 걸려서 찾아갔을 때는 벌써 그림자가 길어진
오후였어요.



꼬불꼬불 해서 두 번은 찾아가기 힘들, 골목을 돌아 들어선 곳은
무화과가 익어가고 있는 따뜻한 마당과 물고기 커텐으로 유명한 빨래집개들이 있는
어부 아저씨네 집이었어요.




대뜸 인사도 하기 전에 수박 한 통 쪼개어 먹이시더니




또 자연산 멍게를(여직껏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뻘건 고무 함지 한가득을 다 손질해서 먹여주셨어요.
위에 아저씨께서 올려주신 사진이 손질하자마자 곰비한비 먹어대는
인우둥네 '거지'ㅎㅎ 들이에요.
넷째는 그 오돌오돌한 멍게 껍데기를 얼마나 잘 먹던지요.
입 짧아 항상 먹는 것 때문에 걱정시키는 막내도
계속 입으로 집어넣으며 '맛있다, 맛있다'했어요.
서울에서 한 잔 걸치고 아쉬워서 2,3차로 들른 포장마차에서 비싸게 주고 사먹는 흐물흐물한 멍게하고는
비교 자체가 미안한 자연산 멍게.
그걸 그냥 막 손질을 해서 툭툭 던져주시며 저희를 먹이셨죠.
쌉쌀한 첫맛과 입안 가득 번지는 향기... 그리고 혀 깊숙히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오는 단맛...
키야...
멍게 맛도 멍게 맛이지만
멀리서 아이들 왔다고 마당 수돗가에서 척척 썰어 '더 먹어라, 더 먹어라'하시는
두 분 아저씨, 아주머니의 마음 때문에 정말 행복한 울진 나들이였답니다.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붙잡으시는데 (맘 속으로는 정말 먹고 싶었지만)
이미 멍게로 배를 너무 채워 배도 안 고픈데다가
서울 올라오는 길이 너무 멀어 문어만 받고 헤어졌습니다.



아저씨의 낡은, 그러나 소중하고 이쁜 배... '광복'호입니다.



가는 길 일러주시며 헤어지는 걸 안타까워하셨던 아저씨.



멀다고 툴툴댔던 녀석들이 너무 잘 갔다고 입을 모은 울진행....
이렇게 울진을 뒤로 하며 여행의 마무리를 멋지고 신나게 매듭지었지요.
모두다 울진 아저씨, 아주머니 덕분이었어요.

아저씨, 아주머니...
이렇게 인사드릴 일이 아닌데...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이 틈만 나면 그 얘기를 계속 해요.
또 가고 싶다네요.
언제 또 뵙게 될 때까지 건강하세요.


-------------------------------------------밑엣 건 뽀너스~!-----------------------------------



무화과 나무 아래 마당 한 켠에
반가운 이름이 눈에 띄어 이렇게 박아왔습니다.
아저씨네 물고기, 정말 맛있지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부현종
    '04.8.31 10:46 PM

    조금만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약속날짜없이 갑자기오니 뭘 줄거가있어야지
    마침있는멍게를 내어놓았으니 너무 단촐한 메뉴같아서 미안하였던날입니다
    워낙 거울을 안보는성격이라 이마가 좀 많이벗겨진것을 이제야알았내요
    길알았으니 조용할때 들려요

  • 2. 싱아
    '04.8.31 11:11 PM

    인우둥님 , 제가 어부현종님과 양비님을 뵈었을 때가 생각나 몇자 적네요.
    넘 잘 해주셔서 친척집에 다녀가는 그 느낌 이었답니다.
    두분의 넉넉한 마음에 사람의 정을 느꼈답니다.
    다시 가고픈곳이죠?

  • 3. 수국
    '04.9.1 9:31 AM

    와~~~~~~~~~`
    너무 부러워요~~~^^

  • 4. 봄비
    '04.9.1 9:45 AM

    어부님 뵙고 싶었는데 넉넉하고 마음이 좋으신듯 인상이 너무 좋으시네요..

  • 5. 솜사탕
    '04.9.3 6:37 AM

    3글을 연속 읽어봤는데... 한편의 감동. 드라마네요... 다들.. 너무 보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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