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번
이맘때쯤이면
꼭 치르게 되는 연례 행사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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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애들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할것 없이
조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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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부터
봉숭아꽃이 피면서부터
심하게 조르고 있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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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야 담날 아침이 여유로운
툐요일밤에 하기로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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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녀오자 마자
영훈이와 영현인
비닐봉다리 하나 들고 나가선
동네 봉숭아를 몽조리 따 왔더랬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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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기를 기둘려
저녁먹자마자
작업에 들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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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반을 넣어 봉숭아를 빻고
랩과 실을 준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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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과 발가락을 감고는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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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구 오늘 아침입니다
고추장독에 푹 담갔다
뺀듯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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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눈엔 아주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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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주 어렸을적
평일날 저녁
열손가락에 봉숭아을 감고는
잊은 숙제가 생각나
겨우겨우
숙제를 하다가
공책을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였던 기억
그땐 삼양라면 봉다리를 오려서
까만 고무줄로 칭칭 감았더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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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이 세련되졌죠
랩으로 감으면
별로 새지도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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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매년 이맘때쯤이면
아이들과 함께
추억만들기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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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겠다는 울남자 꼬셔서
양쪽 엄지발가락에도 해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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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일욜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