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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태어남과 죽음에 관하여

| 조회수 : 1,779 | 추천수 : 18
작성일 : 2004-06-29 07:14:41

les ages de la vie, Hans Baldung, 1510


어린아이의 어색한 모습과 발밑의 상징들을 잘 봐주세요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처녀


처녀의 머리위에 모래시계를 들고 서있는 죽은자의 모습




윗그림--일생을 네가지로 나누어 그린 중세의 타피스트리 문양
아랫그림--죽은 자들의 춤이 그려진 중세의 성경.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불공평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진 것이 있다면 누구나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가진 만물들이 태어나면 모두들 언젠간 죽는다는것을 알지만, 실제로 우리에게 닥칠 죽음이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죽은 후에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는지 알지 못하기에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중 하나이다.  죽음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은 이집트 시대의 죽음의 서에서 부터 현대 공포 영화속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귀신에 까지 많은 작품과 상상력의 자극제가 되어 왔다.

hans baldung의 이 그림은 그림에서 풍겨나는 미스테리한 분위기 때문에 각종 공포사이트 부터 늙지 않는 약을 파는 상점의 광고에서까지 볼수 있다.--늙지 않는 다는 영양제 사이트의 표지에 실제로 이 그림이 걸려있다--. 그림의 좌쪽으로 어린 아이와 하얀 몸이 두드러지게 시선을 끄는 젊은 처녀, 노파가 있고 그림의 오른쪽은 죽은 자가 보인다.
이것은 인생의 3가지 시기--태어나고, 꽃처럼 피어나며, 늙어가는-- 와 한가지 마지막 단계--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양 문화권에서 3이란 숫자는 언제나 모든것이란 의미를 지닌다. 시작과 진행 그리고 끝을 숫자로 나타내면 3이 되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3이란 숫자를 미학에 도입하여 구도에서 가장 안정된 각도를 삼각형이라 보기도 했다.  3이라는 숫자가 이토록 완벽하기에 4라는 숫자는 불길함과 영원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양면의 숫자가 되었다.  죽음뒤에 우리를 찾아오는 알지 못하는 세계가 4이기도 하지만, 사계절이나 세계를 구성하는 네가지 요소 처럼 자연속에 들어 있는 기초적인 숫자이기도 하다.  사람의 일생을 숫자로 나타내는것은 그리스 철학에서 부터 시작되었다.그렇지만 실제로 그림에서 이것이 나타나기는 1500년이 지나서이다.  16세기 이후에  지나서야 초상화들에서 숫자로 그 초상화 주인의 나이를 표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 좌측 아래의 어린아이는 얼핏 보기에는 남자아이 같아 보인다.  이 남자아이인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도 확대경이 필요할 정도로 대충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이 사람의 일생을 나타낸 것이라면 노파와 젊은 처녀에 맞게 이 아이는 여자아이여야 한다.  이 문제는 많은 미술사가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동시대인의 눈으로 보자면 이 시대에는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사이에 성별의 구별이 미미했던 시대이다.어린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긴 블라우스를 입고 자랐다. 오늘날의 아동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생각하여 이 시기의 그림을 대한다면 그림속에 아이들이 전혀 아름답지도 않고 천진해 보이지도 않는다는데 당황하게 된다. 아이들이란 천진하고 아름답다는것이 현대인들의 무의식속에 깔려 있는것을 감안하자.  이 시기의 엄청난 출산율과 더러운 위생 상태, 매해 빠지지 않고 휩쓸고 지나간 전염병등으로 인하여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들어서야 가족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아이들은 아직 인간으로 완성되지 않은 존재라 보았기에 이 시기의 그림에서는 아이들을 보기가 힘들다.  아이의 발 밑에는 사과와 말의 조각상이 붙은 긴 막대기가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그리스의 시인들은 일생을 세가지 동물로 상징했다. 각각 어린 시절은 말로, 청년 시절은 소로, 노년기는 개로 상징된다.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뒤 인간은 순수함의 낙원에서 추방되었다는 성경의 구절에 따라 사과는 어린아이의 앞날을 상징하는 소재이다. 어린아이가 청년이 되면서 그는 사리를 분별하고 선악을 알게 된다. 따라서 그는 더이상 순수한 백지의 상태가 아니라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아마도 혼자서만 아름다운 하얀 저 처녀가 아닐까 한다.  긴 금발을 늘어뜨리고 거울을 바라보는 처녀의 피부는 눈부시게 하얗다.  그녀의 다듬은 눈썹과 하얀 피부는 16세기 미인상 그대로 이다. 처녀의 양옆으로 처녀에게 거울을 받쳐주는 노파와 모래시계를 처녀 머리위로 들고 있는 죽은자가 보인다. 당시 거울은 평면이 아니라 그림에서 보듯 동그란 유리였는데 이는 거울을 평평하게 만드는데 많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는 처녀에서 우리는 나르시스를 연상하지만 이 시대의 거울 보는 처녀는 허무한 젊음의 상징이다. 13세가 되면 결혼을 시작하여 애를 낳기 시작하는 이 시대의 여자들에게 젊음의 아름다움은 길지 않았다.  더구나 출산의 위험과 만성적인 영양 부족으로 30세가 되기 전에 죽는 여자들이 대부분 이었다는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 현상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일이었는데 일모로의 정부인도 30세가 되기 전에 죽었다.  따라서 이 시대의 젊음은 아름답긴 하지만 약하고 금새 사라지는 환상과 같은 것이다.  자신의 젊음을 거울로 확인하는 아름다운 처녀의 머리위에 모래시계가 아직도 다 되지 않은것으로 보아 그녀의 젊음이 아직은 머물겠지만 곧 그녀의 아름다운 빛은 사라질 것을 당대인들은 알고 있었다.

처녀의 거울을 들어주는 노파의 등장때문에 미술사가들을 이 그림을 아낀다.  노파의 등장은 미술사가 들에게 낯선 곳에서 보석을 건진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 16세기 초 그림중에 노파가 등장하는 그림들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baldung은 뒤러의 제자이다.  뒤러는 미술사상 최초로 아름다운 노파를 주인공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그의 어머니 초상화가 바로 그것이다. 당대인들의 눈으로 보아 아름다운 노파이긴 하나 오늘날의 눈으로는 매우 거칠고 힘든 삶을 살아온 듯 보이는 여인이 최초의 그림속의 여자의 노년 모습이다.  여자의 신체는 남자의 신체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노년을 반영한다. 아름다움이 여자의 미덕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손상시키는 늙음은 여자에게서 더 많이 드러난다.  여자는 늙음으로 인해 자신의 생명이던 매력을 잃어버린다. 오늘날에 페미니스트들에겐 매우 불편한 생각이긴 하다.  baldung의 세기가 르네상스의 세기이며 르네상스가 인간의 신체를 집요하게 연구하던 세기이긴 하지만 당대인들은 거의 노파를 그리지 않았다. 이것은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젊은 아름다움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터져나갈듯한 젊음의 비너스는 불사이기 때문에 늙지도 않는다는것을 상기해 보자.  따라서 이 그림 속에서도 노파는 어린아이와 처녀 뒤에서 살짝 실루엣만 보인다. 그녀는 단지 젊은 처녀에게 거울을 들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터져나갈듯한 젊음을 소유한 처녀를 보는 노파의 머리속에 무슨 생각이 흘러갔을까..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구도가 이상하게 그려져 있다.  그림의 좌측에 어린아이,처녀,노파가 몰려 있고 우측에는 단지 죽은자의 모습 뿐이다. 어린아이에게서 시작된 하얀 베일이 처녀의 몸을 지나 죽은자의 손에 들려짐으로써 구도의 불 완전성을 깨고 있다.  이것은 화가가 일생의 변화를 나타내기 위해 구도를 희생하고 운동감과 연결성을 그림에서 추구하고 있다는것을 시사 한다. 이 베일의 움직임은 죽은자들의 춤이라는 중세의 전형적인 소재를 연상시킨다. 죽은자들의 춤은 죽은이들과 사제, 귀족, 성직자가 춤을 추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이것은 죽음은 사회적 지위여하에 관계없이 모든이에게 평등하기 때문에 신의 심판 또한 그러한 것이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차이가 소멸되며 오로지 신의 목소리만이 우리를 심판할 뿐이다. 그러나 죽은 자들의 춤에서 죽은자는 해골로 상징된다. 이 그림은 해골이 나온다는 이유나 해골과의 춤이라는 주제때문에 수많은 공포 영화에서 무언가 괴이한것을 암시할때 즐겨 등장한다. 여기서는 해골이 아니라 약간씩 찢겨나간 시체가 죽은자를 나타낸다. 이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mumiae라는 사상 때문이다. 당대의 과학자들이나 철학가들은 자살하거나 사고사,전쟁으로 죽은 사람들은 신의 심판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게 된다고 믿었다.  이들이 바로 mumiae들인데 이들의 육체는 흙이 되지 못하여 고대의 미이라 상태처럼 남게 된다고 믿었다.

평소에 우리는 죽음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왜 태어 났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16세기에 죽음은 문간에서 기다리는 것처럼 사방에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전염병으로 , 전쟁으로 그리고 영양 부족으로 사람들은 죽었으며 따라서 죽음과 젊음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절실한 것이다.  때로는 이 그림을 그냥 공포스러운 그림이거나 기이한 힘을 가진 상징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16세기 인들이 죽음을 그리 가까이 느끼고 태어남이 젊음으로 이어지는것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심정을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 고 김선일씨의 소식을 들었을때 문득 이 그림이 생각난것은 왜 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분의 가족사 부터 학창 시절의 모습까지가 낱낱이 들어나는 가운데 웬지 우리 모두가 그분의 죽음을 한낱 뉴스거리나 흥미 거리로 치부하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네요.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이번 그림이야기가 죽음인데다 그림 또한 약간 무서운 그림이라 싫으신 분들두 있을거 같아서 ..걱정되요. 리플 달아 주시면 그림 내리겠습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뽀로로
    '04.6.29 10:56 AM

    옛날 그림을 보면 우리가 잘 모르는 수많은 상징들, 신화들이 등장하는 거 같아요. 작은 물건 하나라도 다 깊은 뜻을 가지고 신중히 배치되있다는 걸 이런 글을 통해 배웁니다. 계속 올려주실거죠? 좋은 이야기 많이 부탁드려요.^^

  • 2. 아라레
    '04.6.29 11:15 AM

    걱정 안하셔도 돼구요..^^
    미술사 강의(라고 해야 하나요?) 잘 들었습니다. ^^

  • 3. 나나
    '04.6.29 12:01 PM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사는데 집착이 큰것 같네요.
    그림 잘 봤어요^^

  • 4. kris
    '04.6.29 12:50 PM

    예전에 송대방이라는 작가가 쓴 헤라클레스의 기둥 이라는 책을 보고 "그림 읽는 법"이랄까.. 암튼 그림에 관한/얽힌 얘기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그림에 나타나 있는 상징들 얘기가 흥미로웠는데, 올려주신 글 재미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5. technikart
    '04.6.29 5:59 PM

    뽀로로님 대부분의 서양 그림은 신화나 성경에서 모티브르 빌려와서 상징들이 굉장히 많아요.화가들두 머리를 써가며 그림을 그렸겠죠?? 헤헤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레님..안그래두 글이 딱딱한듯 하여 넘 강의투라 걱정이에욤.. 글투를 좀 바꿔볼까요?

    나나님 참 그렇죠.에나 지금이나 진시황이나 보툭스 맞는 사람들이나 사는데 대한 집착은 대단한듯 ㅎㅎ

    kris님 그런 책이 있었어요? --무식이 탄로나고 있다--
    저도 함 보고 싶어요.. 되려 제가 잼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6. 이론의 여왕
    '04.6.30 2:57 AM

    테크니카 님, 그림 잘 봤습니다.
    너무 늦게 들어와서... 오늘 좀 피곤했던 지라 자세히는 못 읽었네요.
    해골이 나와서 깜딱! 놀랐었는데...ㅋㅋ
    다시 보니까 저는 너무 슬픈 느낌이 드네요.
    저는요, 요즘들어 부쩍 죽음이 두려워져요. 잘 살아야 할 텐데...

  • 7. La Cucina
    '04.7.1 12:23 AM - 삭제된댓글

    저도 늦게 봤어요. 지금도 다 읽어 볼 수 없어서 나중에 와서 다시 꼼꼼히 읽어볼게요.
    글과 그림 오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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