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이 봄을 놓칠새라 수원 광교산에 올랐습니다.
능선이 완만할 뿐 아니라 등산로도 잘 닦여 있어서 별로 힘들지 않은 산행이었습니다.
지난주 바위투성이 마니산을 다녀온 뒤끝이라 거의 산책하는 기분이었죠.
그렇습디다.
아주 힘든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행로에서 만나는 등산객들에게 서로 길을 비켜주며
"수고하십니다" 내지는 "안녕하세요" 하고 격려의 인사를 건넵니다.
그게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산에 올라본 사람은 다 압니다.
광교산에서는 그런 인사 하는 사람 하나도 못 봤습니다.
역시 아주 힘든 지경에 처한 사람만이 상대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교산이 온통 환희에 싸인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참꽃이 아주 많이 피었습디다.
먹지 못하는 철쭉에 비해 단맛이 나는 진달래를 우리 어릴 때는 참꽃이라 불렀죠.
뒷산에 올라 입술 벌개지도록 꽃잎도 따먹고
꽃술 따서 꽃싸움하던 그때가 생각나
뜬금없이 울컥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꽃숲에 숨어 있다가 와락 달려들어 우리의 간을 빼먹을 문둥이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내려와야 했던 그때는
일년간 큰집에서 지냈었습니다.
밖에서 놀다 집에 들어갈 즈음에는 왠지 눈치가 보였습니다.
뭐라도 가지고 들어가면 야단을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궁리하다 못해 참꽃 이파리를 따서 치마에 싸가지고 들어갔지만,
옷만 더럽힌다고 더 야단맞았던....
내 유년의 한때를 생각나게 하는 꽃입니다.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참꽃
강금희 |
조회수 : 2,628 |
추천수 : 31
작성일 : 2004-04-15 20:4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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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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