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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머레이 페라이어와 함께 한 금요일

| 조회수 : 1,269 | 추천수 : 0
작성일 : 2011-11-18 16:09:02

 

 

 

사실 오늘은 반포의 옥보경씨 집에서 오페라 보는 날인데 잠깐 누워 있다가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산노을님 전화 받았을 때는 이미 시간이 지나버렸고, 그래서 외부 음악회도 없는 날이니 집에서 하루 푹 쉬면서 밀린 책도 읽고

 

그동안 제대로 못 본 디브이디로 음악도 들어야지 하고 계획을 짠 날, 거의 4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이런 저런 일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네요.

 

월요일날 수업하는 불어, 늘 도서관에서 짬을 내어 조금씩 예습을 했었는데 그렇게 공부하니 흐름이 끊어져서 곤란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책을 들고 와서 네이버 사전으로 검색하면서 예습을 하니 아하 이 방법이 더 낫구나 싶습니다.

 

이야기 독일사를 읽을 일이 있어서 읽으면서 이왕이면 목요일 역사 수업 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한 걸음 더라는

 

제목으로 두 꼭지를 정리했고, (교황령의 시작과 프랑스와 독일이 어떻게 갈라졌는가 )  어제 밤부터 읽기 시작한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를 마저 읽고 있는 중인데 중반에 가면서 이야기가 점점 깊어져서 처음보다 더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고른 음악 동영상이 바로 머레이 패라이어인데요 그는 손가락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극복하고 다시 피아노 앞에 선

 

전설적인 인물이지요. 그가 내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날짜가 맞지 않아서 결국 저는 혼자 집에서 그가 연주하는 베코벤

 

피아노 협주곡 전 곡을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소리에 집중하려고 시간을 통째로 내서 듣는 시간, 역시 그런 시간의

 

몰입이 배경음악으로 흘려버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시간의 밀도를 만들어낸 멋진 금요일, 그렇게 집중을 하고 나니 오늘 하루를 다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잠깐 쉬는 중에 보는 렘브란트,

 

갑자기 어젯 밤 보람이랑 나눈 대화가 떠오르네요.

 

4년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보람이, 학기가 끝날 때마다 등록금을 받으려면 넘어야 하는 학점으로 인해 저는 당연히 신경이

 

쓰이고 공연히 장학금 받는 학교로 진학을 권한 것인가, 차라리 장래  등록금을 모은 돈으로 교환학생을 보내거나 조금 더 색다른

 

경험을 하도록 여행비를 보태주거나 그런 계획없이 원하던 대학에 가서 마음 편하게 학교다니게 하는 것이 바른 선택이었나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무사히 통과를 해서 한시름 놓았는데 지난 학기에 일본에서 취직한다고 그 곳에 있으면서 인터넷 강의로

 

본인의 흥미가 덜한 한국사 계통의 여러 강의를 들었는데 장학금에 미달한 성적이 나오는 바람에 갑자기 등록금을 내야 하는 상황

 

그런데 그런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덜컥 세 명이 뉴욕여행간다고 비행기표를 준비한 상황이라 당황했지요. 그랬더니 아이가

 

내년에 일해서 갚으면 되니까 여유있는 이모에게 자신이 빌리겠노라고 합니다.

 

처음 있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서리다가 그러라고 했지만 지금도 마음이 찜찜해서 어제 밤  이야기를 했지요.

 

아무래도 사회 초년생부터 등록금을 갚아야 하는 것이 엄마 마음에 걸리니까 그 돈을 마련해주겠노라고요. 그랬더니 아이가

 

그것은 스스로  갚겠으니  이번 겨울에 인도네시아 여행할 수 있게 비행기표만 구해달라고 하더군요. 친구가 그곳에서 한국으로

 

대학을 와서 1학년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아이가 있거든요. 그러더니 엄마, 나는 통하지 않는 언어로 사람들이 말하는 곳에 가야

 

여행간 기분이 나, 이제는 일본은 너무 익숙한 곳이라 여행이란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 그런 말을 하네요.

 

그렇구나, 그래도 늘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 갈 수는 없는 일이고 자신이 사는 곳에서도 사실은 잘 모르는 곳이 많으니까

 

가까운 곳에서도 낯설게 느끼고 찾아보고 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집에서 이런 저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을 하게 되네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에서 새롭게 느끼면서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과 지금 이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자신의 감각을 키울 수 있고 그 힘으로 돌아와서 새롭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살아가는 능력의 적절한 안배를 배워가면서 아이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다 듣고  ,오랫만에 마일즈 데이비스와 김 광석을 꺼내 듣습니다.

 

늦가을에 들으면 뭔가 마음속을 휘젓는 소리라서 가을에는 잘 듣게 되지 않는 김광석, 아무래도 하모니카를 배우고 싶다던 사람의

 

이야기를 어제 들어서 하모니카하면 그가 불던 멋진 하모니카 소리가 그리워진 모양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감성이란 우리 안에서만 오롯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의해 환기되는 것, 밖에서의 자극으로 내 안에서

 

공명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놀라게 되기도 하네요.

김 광석의 소리와 더불어 렘브란트의 그림을 함께 보고 있습니다.

 

김광석과 렘브란트라니 묘한 부조화이지만 그런 부조화가 즐거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intotheself
    '11.11.18 4:09 PM

    wrtour님의 멋진 글 덕분에 저도 오랫만에 그의 동영상 연주 음반을 제대로

    한 번 더 듣는 귀하고 멋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 감사

  • 2. wrtour
    '11.11.19 12:02 AM

    머레이 페라이어에 얼른 클릭했네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듣고 계셨다니 생각이 듭니다.
    저 램브란트와 무언의 대화에는 4번 1악장이 최고겠다는.
    합주의 쿵!쿵!쿵!
    피아노의 딴!딴!딴~딴!,,,,이 바로 베토벤의 내면의 소리거든요.

  • intotheself
    '11.11.21 12:20 AM

    음악도 음악이지만 wrtour님의 음악에 관한 글 늘 재미있게 읽고 있답니다.

  • 3. 수늬
    '11.11.20 11:40 AM

    덕분에 저도 4번 5번 다 들어봐야겠어요...머레이 페라이어는 없지만...다른연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씨디 꺼내들은지 오래라...
    내면에 소리도 들어보구요...ㅎ^^

  • intotheself
    '11.11.21 12:21 AM

    수늬님

    덕분에와 탓에의 거리가 상당하지요?

    저는 덕분에라는 기분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면서 재미있게 살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베토벤 듣고 그 덕분에 새로운 곡에 관심을 갖게 되시면 제게도 소개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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