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60 여 년 전
내가 국민 학교 5~6학년 때 일이다.
그 때는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지독한 가난 속에 살아야 했다.
내 바로 위 형님까지
중학교를 서울로 진학하는 바람에
깊은 산골 마을에는
부모님과 나를 비롯해
동생들이 살고 있었다.
그 시절
아버지께서 쓰시던 큰 방 벽장에는
재자 열자 를 쓰시는 내 조부님께서
직접 쓰신 국문 책들이 가득했다.
그러던 어느 해 봄 날
해는 길어지는데 먹을 양식이 떨어지고 없자
아버지께서는
벽장 속에 가득한 책들 가운데 한 보자기를 싸 주시면서
인근 마을에 보내
쌀과 바꾸어 오도록 시키셨다.
그 때 아버지께서 싸 주신 책 보자기를 들고
찾아 간 곳이 세 집이었는데
그 때는 내가 들고 가서
몇 되 쌀과 바꾸어 온 책들이
어떤 책이며
어떤 내용의 친 인지 몰랐으며
하등 관심도 없었다.
그 때 냐가 가지고 가서
몇 되 쌀과 바꾸어 온 책들이
이해조아 같은 시기
이해조가 쓴 소설들과
쌍벽을 이루는 책들이라는 사실을 어찌 알았을까?
요즘 그 책들에 가진 가치와 중요성에 관심을 갖고
나른 열심히 추적하고 있던 중
오늘
쌀과 바꾸어온 한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되어
지금은 찾기 어려운
1936년 발간된 정읍 군지 원본을 찾았으며
곤 양도 해주겠다는 고마운 약속이 있었다.
또 조부께서 쓰신 책들도 확인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조선 말
26대 왕인 고종 때
호남의 외진 깊은 산골에서
국문학이 찬란하게 웅비하고 있었음을 누가 알았을까?
만일 그 시기 발간된 원본들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 국문학사에 소중한 자료 뿐 아니라
문화재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네 생각이며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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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사는 농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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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12-21 15: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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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보리냥이
'23.12.25 10:56 AM그만큼 의식주가 간절한 시기였잖아요 국가 전체가..
이토록 풍요로운 시기에 감사합니다
찬란한 문화의ㅡ시대가 도래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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