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두렵지 않아. "우린 뭐든 할 수 있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
저희 부부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는
외아들이 뇌종양 판정을 받았을 때였어요.
18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어제같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아들 동한이를 가졌을 때 제가 몸이 안 좋았어요.
유산할 위기를 넘겼고, 난산 끝에 아이를 낳았어요.
아들을 볼 때마다 항상 마음 한구석이 짠했지요.
게다가 아이가 어릴 때 몸이 아파서 독한 약을 한주먹씩 6년간 먹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부터는 간간이 두통이 있다고 해요.
그냥 꾀병이려거니 했는데 대학 1학년 때는 증상이 심해졌습니다.
한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자 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진단을 받았어요.
뇌하수체 종양이라고 하더군요.
수술에 앞서 의사에게 주의사항을 듣는데
확률은 낮지만 죽을 수도 있고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고 해요.
그 말을 듣다가 저는 기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었습니다.
그 일로 남편은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수술실 밖에서 많은 분들이 기도를 해주셨는데
애비라는 사람이 눈만 멀뚱멀뚱 뜨고 기도할 줄도 모르니 이건 아니다 싶었대요.
그렇게 기도를 해야겠다고 한 것이 훗날 교회에 나간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들의 병은 재발이 잘 된다는데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말끔하게 나았어요.
원래는 이공계를 갔는데 죽을 고비 넘기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어 의대를 진학하겠다 했고요.
동한이가 아팠던 일은 가족 모두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고,
남편은 종교를 갖게 되었고,
저는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어요.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그때 고통은 절대 넘어서지 못할 겁니다.
그 일을 겪은 뒤로는 좀 힘들다 싶을 때마다
‘아들의 생사가 갈리는 상황도 겪었는데 이게 무슨 대수냐’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출처] 숙희씨의 일기 #18 인생의 위기|작성자 여니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