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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미꾸라지 - 서프펌

| 조회수 : 749 | 추천수 : 11
작성일 : 2008-07-22 17:20:57


루이 14세는 강력한 중앙집권제로 프랑스를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권위는 햇빛처럼 프랑스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태양왕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처럼 보이는 것을 싫어했다. "짐이 곧 국가"라고 말했지만 세자에게 나중에 왕이 되면 나라를 내 몸처럼 여기라고 한 말이었지 전제 군주의 자기망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루이 14세의 통치 방식은 역시 공포심의 주입이었다. 왕을 우습게 보던 귀족들도 이제는 왕이 중앙에서 힐끔 보기만 해도 오금을 저렸다. 루이 14세는 태양이었다.

정조는 달 같은 성인이 되려고 했다. 스스로 지은 호도 '만천명월주인옹'이었다. 온누리의 물에 비친 밝은 달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정조는 지도자는 달처럼 온누리의 물을 비추어야 한다고 믿었다. 물은 백성이었다. 달은 흐리면 흐린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에누리없이 물을 비춘다. 달은 그러나 제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이 세상의 주인공처럼 굴지 않는다. 세상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이치다. 태양처럼 빛나는 세상의 이치를 몸소 받아들이고 되 비추어 온누리의 물에 세상의 이치를 드러내는 것이 정조가 생각한 지도자의 도리였다. 공포가 아니라 귀감의 통치였다. 제 물에 비친 그런 밝은 달을 보면서 백성이 자신의 흐림을 부끄러워하면서 바른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 이것이 조선의 통치 철학이었다. 그 정점에 정조가 있었다. 정조는 보름달이었다.

달이 흐려지면 환히 비출 수가 없기에 정조는 엄정한 기록을 중시했다. 서양 민주주의는 자기들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백성이 왕에게 가르쳐온 역사였다. 조선의 왕은 백성을 두려움보다는 가르침의 대상으로 알았다는 점에서 서양과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사실은 더 큰 두려움을 안고 살았다. 그것은 역사를 두려워하는 마음이었다. 조선의 왕은 당대의 평가보다 후세의 평가를 더 두려워했다. 지금 정치인이 당대의 유권자를 두려워한다면 조선의 왕은 후세의 평가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정확한 기록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겼다.

조선 왕들이 다 기록을 중시했지만 특히 정조는 규장각을 만들어 국가기록을 보관했고 장소가 차자 나중에는 강화도에 외규장각을 만들어 왕실의 중요 자료를 따로 보관했다. 1866년 천주교도가 박해를 받자 프랑스 함대가 쳐들어와서 이 외규장각을 불태우고 자료를 가져간 사건이 병인양요다. 1993년 무기한 장기 대여 형식으로 이 왕실 자료를 반환하기로 했다가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 두 명이 국가기록을 죽어도 내줄 수 없다며 사표를 쓰며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프랑스가 가져간 외규장각 자료는 애당초 제대로 관리되지도 않았다. 중국 책으로 분류되어서 창고 한구석에서 썩던 책이 태반이었고 일부는 다른 나라 도서관으로 흘러들어 가기도 했다. 브리티시 라이브러리에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사들인 외규장각 의궤가 있다. 하지만, 국가기록에 대한 프랑스 사서들의 집착은 철저한 직업 정신으로 사줄 수 있다.

조선은 누구보다도 국가기록의 관리를 중시했지만 식민지를 겪으면서 이 전통이 무너졌다. 일본은 조선 왕조를 부끄러운 것으로 식민지 조선의 엘리트들에게 가르쳤고 이들이 해방 이후에도 열심히 조선 왕조를 폄하했다. 무능한 조선 왕조는 식민지를 당해도 쌌다는 논리다. 이 논리를 과거 주사파 광신도였던 안병직 전 서울대 교수와 그 제자들이 이번에는 친일파 광신도로 돌변하여 뉴라이트라는 단체를 만들어 열심히 퍼뜨리고 있다.


조중동을 등에 업고 제 나라 제 전통을 깔아뭉개는 이런 저질 우익의 준동 앞에서도, 기록을 중시하고 역사를 두려워하던 조선의 전통을 다시 세운 이가 노무현이다. 재임 5년 동안 역대 한국 대통령이 남긴 문건을 다 합친 분량의 25배가 넘는 825만 건의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외국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까지 모두 테이프에 담았다. 역대 대통령은 불리한 내용은 죄다 없애거나 꼬불쳤다. 그래도 아무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다. 식민지를 겪으면서 자기 현실에 대한 주인 의식을 잃다 보니 그렇게 기록 의식이 천박해졌다.

그런데 이런 전통을 되살린 사람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온갖 비열한 방법으로 전임 대통령의 정당한 열람권을 방해하고는 적반하장으로 장물아비 취급한다. 대통령기록관 관장이라는 사람도 참여정부 때 대통령을 옆에서 줄곧 지켜보면서 기록했기 때문에 뻔히 진상을 알 텐데 지금은 마치 노 전 대통령이 불법으로 국가기록을 유출하기나 한 것처럼 눙친다. 기록에 목숨을 걸었던 조선 시대의 사관들이 무덤에서 돌아누울 일이다. 아니, 국가기록을 내줄 수 없다며 사표를 내던졌던 프랑스 사서들과 너무 비교가 된다. 825만 건의 소중한 기록이 과연 이런 썩은 전문가들 손에서 온전히 지켜질까?

정조와 노무현이 달이라면 이명박은 미꾸라지다. 미꾸라지는 제 허물이 드러날까 봐 맑은 물을 싫어한다. 그래서 맑은 물도 기어이 흙탕물로 만든다. 정조의 통치는 왜 후대에 계승되지 못했는가. 정조라는 훌륭한 임금을 낳은 조선의 왕조제는 뛰어났지만 지도자를 혈통으로 뽑는 왕조제의 근본적 한계로 말미암아 우연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달 같은 노무현의 정치는 왜 끊기고 지저분한 미꾸라지가 권력을 차지했는가.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투표권을 국민이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왕조제에서라면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천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도자를 유권자가 뽑는다. 앞으로 크고 작은 모든 선거에서 미꾸라지를 솎아내야 한다. 최근 공정택 현 서울시 교육감이 생활보호대상 자녀가 많아지면 면학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며 강남 지역에 임대아파트 건설을 재고해달라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고 한다. 천박한 아파트 부녀회장 입에서 나올 소리가 공교육을 책임진다는 교육감 입에서 나왔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7월 30일이란다. 한국에 일말의 애정이라도 있는 분들은 서울의 지인과 가족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자. 7월 30일은 미꾸라지 잡는 날이다.


※ 영국 교민지에 실은 글입니다.



ⓒ 개곰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46016
餘心 (dh8972)

조선일보의 내공빨로 여기까지 날려 온 공돌이 입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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