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기대하지 않은만큼 기쁨은 더 커지게 되지요~
아들을 키우는게 티비에 방영된적이 있었죠
저의 막내둥이는 이상우씨의 아들보다 훨씬 어리고
장애가 심하기에 그냥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티비를 보았어요
이상우씨의 아들이 '작은별'노래를 하는데
다 큰 아이가 유치원아이들의 노래를 하는거지만
늦은만큼 그 기쁨이 무척 크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막내둥이를 올 3월에 장애전담유치원에 보내면서
마음이 심란했어요
'결국은 나도 내 자식이 장애아라는걸 인정하게되는구나...'
몸이 불편한 많은 아이들중에 내 자식이 포함되어있다는게 무척 싫었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부모가 동참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온 마음을 다 바쳐서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을 보며
자기 자식도 아니고
장애가 워낙 심하여 교육효과도 미미할텐데
뭐그리 열심히 하시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느덧 일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유치원을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저도 이상우씨처럼
아주 큰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핸드폰을 갖고 노는 막내에게
'여보세요~'라고 하니
고사리같은 손으로 핸드폰을 귀에다 대는거예요
전에도 그런적이 있긴했지만
그때에는 벨소리를 틀어주었을때라
귀에 대면 소리가 더 잘 들리니까 그런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벨소리를 틀지 않아도
'여보세요~'란 말이 나오면 핸드폰을 귀에다 대는거였어요
그래서 혹시나하고 핸드폰이 없을때
'여보세요'라는 말을 하면서 손을 귀에다 한번 대주고나서
잠시후 그냥 '여보세요~'하니
그 예쁜 손이 귀로 저절로 올라가더라구요~~^^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칭찬을 해주니
'여보세요'란말만 나오면 무조건 손이 귀로 올라갑니다
수없는 반복을 통하여
전화받을때 손이 귀로 올라간다는게
학습이 된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의 귀와
자기몸에 있는 귀가 똑같은 '귀'라는걸 알고있었나봐요
순간 다른걸 가르쳐도
어느정도 표현할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봉봉아~'라고 이름을 불러주면서
,네~'라고 제가 대답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 후에 이름을 부르니까
어눌하게 '예'도 아니고 '에'도 아닌 대답을 하더군요~
유치원에 보내면서 선생님들께서 이름을 자주 불러주시니까
그 이름이 귀에 익었나봐요
병원에 갔을때 자기이름을 부르니까
떠들며 놀던 놈이 갑자기 눈이 동그래지는걸 본적이 있어요
막 흥분하여 유치원으로 전화하여 선생님께 알려드렸어요
출산휴가를 마치고 와보니
봉봉이가 정신적으로 아주 많은 성장이 이루어진것 같다고
선생님도 크게 기뻐해주셨습니다
사실 유치원에 보낼때
집에 있는것보다야 바람도 쐬는게 낫기야 하겠지만
좋아져봤자 얼마나 좋아질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행동을 보이니
너무 신기하고 그 기쁨이 남달리 큰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막내를 유치원 보내면서 제게 크나큰 걱정이 있었어요
제가 청소년기부터 어깨가 좀 아팠었거든요
중학교때 왕복 90분을 걸어다녔는데
어깨가 아파서 항상 피곤하고 힘들었어요
제 가방이 특별히 무거운건 아니었구요
토요일에 도시락도 없고 책이 몇권 들지 않았을때도
어깨가 쑤시고 아플정도니까요...
막내낳고서는 어깨 통증이 더 심하더군요
특히 도서관에 다녀오면
바퀴가방에 끌고 오는것도 피곤하고 힘들어서
집에 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한참을 누워있었지요
집에 올라올때엔 항상 아이들을 불러내어
아이들이 책이나 시장본걸 들고 올라왔지만
그래도 어깨가 늘 아파서 힘들었습니다
저희집이 오래전에 지은 5층 아파트라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5층에 살고 있는데 20키로정도 되는 막내를
아침에 안고 내려가서 유모차를 끌고
스쿨버스가 오는 큰 길가로 10 여분을 걸어갑니다
그래도 계단를 내려갈때는 덜 하지만
하교길에 막내를 안고 계단을 올라올때는 너무 힘들어서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답니다. ㅜ.ㅜ
층계의 중간에 창문이 있어서
한층 한층 올라올때마다
창문틀에 막내 엉덩이를 걸치고 조금 쉬면서 천천히 올라옵니다
처음에는 제 어깨가 남아나질 않을거라고 지레 겁을 먹었는데
어느때부터인가 그 생각을 잊어버리고
층마다 창문틀에서 잠시 쉴수 있게된게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층마다 창문틀이 없었다면
계단에 주저앉아 쉬어야할텐데
그것도 한 층 한 층 올라올때마다 계단에 주저앉아야할텐데
잠시나마 창문틀에서 편히 쉴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그리고 같은 라인에 사는 분들께서
아이데리고 올라올때 뵙게되면
늘 아이데리고 먼저 올라가라면서
유모차를 계단아래에 놓아주십니다
계단아래가 낮아서 혼자 유모차를 두려면
한 팔로 아이를 안고 몸을 구부리어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들여 놓아야하거든요
이것저것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오르내린지 일년이 되었는데
어깨 통증이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시지요? ㅎㅎ
너무너무 신기하게도
평소에 아프던 어깨가 치료라도 받고 휴식을 취한것처럼
서서히 통증이 줄어들더니
요즘은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한답니다~
이게 이론상으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아무튼 어깨가 오히려 더 나아져있다는게
저역시 신기하기만 하답니다
세상일이란게...
걱정한다고해서 걱정한만큼 결과가 좋아지는건 아니더군요
걱정하면 마음이 점점 어두워지고
좋은 생각이 저절로 도망을 가게 되지요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감사한 마음으로 밝게 살다보면
예상치못한 즐거움이 저절로 들어오게 되는것 같습니다
올 한해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내년에 좋을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좋은 일들이 조금씩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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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rning
'07.12.19 12:33 PM잘 읽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에게, 불행은 비켜가게 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두손에 가득 쥐고도 다른 사람의 손을 넘보며 살기 보다는, 내게 주어진 것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리라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2. 매운콘칩
'07.12.19 12:46 PM....토닥토닥...그런 아픔이 있으신 분이었네요 ㅠㅠ
그저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석봉이네님 내년에도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래봅니다 ^*^3. chatenay
'07.12.19 2:30 PM석봉이네님~
항상 따뜻해 지는 글 감사해요!!
그리고 정말 정말 축하합니다!!막내의 조금씩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저도 기쁘네요~
새해에는 더 많이 발전된 막내의 모습이 올려지기를...기도 할께요!!4. 콩이엄마
'07.12.19 4:29 PM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장터에 자주가는 콩이엄마라 석봉이네님을 자주 보곤 했었는데..
봉봉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하게 느껴지네요. 제 아이인 듯 제가 막 신나고 신기하고 기쁘고.. 그렇습니다.
아무쪼록 건강 조심조심하시고 행복한 일 많으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5. 석봉이네
'07.12.19 6:02 PMmorning님, 내게 주어진 것들을 소중히 바라다보는게 지금 당장은 이익이 없을거예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생자체가 서서히 밝은빛으로 빛나리란 생각이 들어요
매운콘칩님, 처음 아픔을 접했을땐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아픔이란 생각은 하지 않고 내가 해낼수있을만큼 하늘이 무언가를 준것이라 여겨요
chatenay님, 막내둥이를 위해 기도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콩이엄마님, 장터이야기를 하시니 쑥쓰럽네요. ㅜ.ㅜ
올 가을에 워낙 배추가 귀하여 문의전화가 무척 많이 왔어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화를 받으니 막내둥이가 전화받는 흉내를 더 잘 내게된것 같습니다 ^^6. 라라^^*
'07.12.19 6:44 PM석봉이네님, 한해를 보내며 저를 숙연해지게 하시네요.
< 하루하루 감사하라는 마음으로 살아라>는 말씀
마믕에 새기고 갑니다.
새해도 행복하시고 자주 뵈요!!7. 핑키
'07.12.19 7:29 PM가슴이 저미네요..제가 왜 눈물이 나는지요...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에서 어린 아기를 키우는 생활... 저도 4년 정도 해봤거든요..정말 힘들었어요..한층 올라올때마다 잠깐의 휴식을 그리도 아름답게 적어 놓으셨지만 그게 얼마나 힘든건지 ..저는 압니다.. 아이랑 너무나 힘드실텐데도...감사하면서 사시는 님... 언제나 희망과 기쁨이 함께 하시라는 기도를 드립니다..늘 행복하소서...^^*
8. 창민은소
'07.12.19 11:10 PM반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되었음에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아니된다 보다는 할수 있다라는 확신으로 해보십시요. 저도 학교 특수 아이들의 봉사를 다니면서 깨달았네요. 모를때는 희망이 있을까 했는데 나의 잘못된 판단을 후회했구요 천사처럼 맑은 아이들의 눈동자 봉사하면서 하나씩 가르치면 따라하는 순진한 아이들.
9. 하늘빛
'07.12.20 12:02 AM힘내세요. 현실을 받아들이시는 것도 우선시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반복과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다면 훨씬 나아지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세요. 2학기에 특수아교육 과목을 수강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답니다.
10. 피글렛
'07.12.20 3:34 AM저는 아직도 석봉이네 님을 퐁샘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퐁퐁 솟는 용기와 희망의 샘물같은 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11. 랄랄라
'07.12.20 7:13 AM많이 배웁니다... 저도 희망을 나누고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 하거든요...
12. 잠오나공주
'07.12.20 8:03 AM잘 읽었습니다~
막둥이가 앞으로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아니 더 큰 기쁨을 주는 아이가 될거예요^^13. ssun
'07.12.20 8:43 AM저도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렵니다....
출근해서 이런따뜻한글을 보니, 마음이 정말 따뜻해져요~~
석봉이님 고마워요~~14. 헤이메이
'07.12.20 9:43 AM이런 글, 이런 마음이 있어서....
82cook이 좋습니다.
저도 힘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15. 푸른두이파리
'07.12.20 10:44 AM저의 욕심이 부끄럽네요...
엄마가 더욱 건강하셔야겠지요^^
많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봉봉이가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기쁨을 드릴거예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고..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16. 프리스카
'07.12.20 5:15 PM봉봉이가 앞으로 석봉이네님께 더 많은 기쁨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17. 이호례
'07.12.20 6:33 PM봉봉이 어머님 장하십니다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세요
아이들 늦머리 터지듯 날로 날로 봉봉이와 엄마에게 기쁨이 있으시길
바랍니다18. 석봉이네
'07.12.20 10:11 PM오늘 하루종일 바빠서 지금 들어와보니
많은 분들께서 댓글을 달아주셨군요~~
소중한 댓글 감사드려요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댓글덕분에 더 힘이 솟아납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