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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며느리!

| 조회수 : 2,733 | 추천수 : 12
작성일 : 2006-02-26 00:36:46
요즘 현종님네 홈에서 대게가 한창이라 하여
어제 큰맘먹고 세 식구 먹을 6마리를 주문했더랬습니다.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 남편과 함께 먹으려고 급하게 주문하오니
가급적 토욜날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오늘 바로 왔더라구요.

아직 살아 있는지 박스 안에서 지들끼리 버둥거리는 소리가 부산스러운 가운데
식구들 먹일려고 먹거리 장만하는 주부의 마음이 더욱 벅차올라,
나가 있는 식구들을 전화를 불러모았습니다.

말이 6마리지, 그것도 엄청 많더군요.
세 식구가 배불리 먹을 만한 양이었습니다.
얼마나 맛있었던지 아이가 게다리를 쭉쭉 빨며,

"아부지, 맛있는 거 먹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는 멘트를 미리 해버립니다.
"그거 다 먹고 나서 하는 말 아냐?" 했더니
너무 맛있어서요, 하는 겁니다.

그런데, 게딱지에 따끈한 쌀밥 비벼먹던 남편이 기어이 목에 걸리나 봅니다.

"엄마한테도 좀 보내지?"

"......"

"왜?"

"나도 그 생각 안한 건 아닌데, 헤프단 소리 들어요."

"글치? 잡수실 땐 좋아하시다가......"

"......"

비단 이 문제만이 그런 건 아닙니다.
평소 시아버지의 과도한 주사(酒邪)에 늘 불행하셨던 시어머니가 안쓰러워,
40이 넘도록 장가도 못 가고 엄마밥 먹는 시동생이 안쓰러워,
며느리와의 불화로 동서한테 얹혀 사는 시숙모님 안쓰러워,
이래저래 마음이 쓰여서 언제나 내 손이 커지곤 했나 봅니다.

사실 그동안 없는 살림에 맏며느리 노릇하느라 지출이 크긴 했지요.
그래도 그렇지, 뭐든 받아 잡술 땐 동네방네 자랑이 늘어지시다가
결국은 헤픈 며느리로 낙인이 찍혔다는 걸 알게 된 이 집 며느리,

이후로 여행을 가시거나, 행사가 있다고 하실 때마다 드리던 과외용돈
반으로 푹 줄였습니다.--어머니만 손해.
맛있는 거 생기면 별로 나눠드리지 않고 우리만 먹었습니다. --어머니만 손해.
옷타령하시는 거 자주 귀 막았습니다. --어머니만 손해.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횟수를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어머니만 손해.
이래저래 마음을 많이 깎고 사는 중입니다.

사실 그 게살 발라먹는 내내 내 마음도 편치 않았지만
이 시간까지 계속 갈등중입니다.
헤프단 소리 듣거나 말거나 좀 보내드려야 하나,
까짓것 눈 딱 감고 참았다가 이참에 5만원 굳히나......
부작용을 감안하고서라도 보내드리라고 남편이 얘기하면 따르겠고만
자기도 엄마 성격을 다 아는지라 가만히 있네요.

3월초에 대게철이 끝난다 하니
갈등의 기간은 짧겠지만
어떻게 해도 마음이 명쾌하진 않을 듯싶네요.

내가 생각해도
이 집 며느리는 점점 쪼잔해져 갑니다.
쪼잔한 밤입니다.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unique
    '06.2.26 12:48 AM

    --; 걍 공감가는 부분도 있어서..왠지 애잔하네요...

  • 2. 웃자!!
    '06.2.26 1:13 AM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 시모님께서도 참 좋으신 분이라는 것 알지만
    저도 님과 같은 행동합니다.

    저희 시모님은 대형마트에서 깜짝 세일 하는 품목만
    구입을 하십니다.
    그래서 한 마트에서 구입하는 비용이 보통이 50만원.
    다 합하면 거의 120만원돈.
    몽땅 카드로, 웬만하면 3개월 할부 하십니다.
    특히 무이자로 하실땐 무이자라고 말씀도 하시구요.
    그리고 옥탑방을 보면 토마토 쥬스가 2, 3박스,
    복분자주 2박스, 오가피주 1박스, 냉장고에 냉동 만두가 냉동실 가득...
    "난 싼것만 사"
    라고 하시며 냉동만두와 토마토 쥬스를 주십니다.
    밥상을 보면 별만 먹을 만한 것은 없구요.

    그러나 제가 어떤 물건을 사면
    어디가면 쎄일 한다고 하십니다.
    저도 시모님께 할말 다 하고 살지만
    그래도 물건 살땐 눈치 봅니다.

    이런것이 며느리의 숙명인지...

  • 3. 라니
    '06.2.26 1:25 AM

    예쁜 며느리님들이세요.
    제가 답드려요?
    그래도 살아계실 때, 욕을 먹는 것 감수하며 맛있는 것 예쁜 옷
    용돈 드리세요. 다 아세요,,, 어느 며느리가 진심으로 나를 생각
    하는 놈인지... 그리고 돌아가셔도 님만 생각 더해주실 거에요.

  • 4. 조향숙
    '06.2.26 1:26 AM

    저도 그래서 시댁갈때 떡만들고 빵굽기 이제 안합니다.
    아들혼자 벌어 힘든데 뭐좀 안하나 하는 어머님의 눈 치에다가__
    사실 결혼하고 큰애낳고 5-6년간 직장 생활 했었죠.육아만 아니라면 날개 달았을텐데
    아이도 안봐주시면서...

    시누이 결혼하고 혼자사시는거 안됏어서 열심히
    갈때마다 해 날랐건만 어느날인가부터
    재료비 운운하시는데 아!!하는 생각이 들어 딱 끊었습니다.
    시댁갈때 허름하게 아이들 챙겨입히고 화장안하고 간다는
    어느 며느님 얘기가
    제얘기가 되었습니다.
    어머니오셨을때 이웃들과 교류도 안한다는...
    당신 아들 직장에서 고생하는데
    여펀네들과 커피마시고 호호거리는게
    안좋게 비칠까봐.. 왜 당신 아들은 직장에서 동료들과 커피도 안마시는줄 아시는지..
    허구헌날 회식에 화려한 술집에 잘만 놀고 오는데 살림하는 며늘은 집에서
    그정도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지...
    사설이 길었습니다. 저도 절대 동감합니다.
    님 얘기가 제얘기입니다.

  • 5. capixaba
    '06.2.26 10:49 AM

    저도 라니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제가 저희 시어른들께 한번 잘 하면 우리 올케가 우리엄마에게
    한번 잘해주리라고 믿고 해요.
    저희 엄마에게도 항상 말합니다.
    "엄마,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자식도 미울 때가 있는데
    남의 품에서 30년 가까이 커온 남의 자식이 뭐 그리 이쁘겠어.
    하지만 엄마가 올케한테 한번 잘해주면 '사돈이 우리 딸한테
    한번 잘해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이뻐해줘요."

  • 6. 토사자
    '06.2.26 6:46 PM

    맛난 고급음식, 비싼 옷 좋아하는 마음은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을거라고 생각했었구요.
    그래서 결혼 초 제가 우겨서 시부모님 선물은 메이커 의류, 그리고 식사는 호텔 내지 고급일식집으로 정했지요.
    (형편이 아주 안되는것도 아니니 나름대로 잘보여 보겠다는)

    그런데 할때마다 영 반응이 안좋은거에요.
    예를들어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치면 일인당 5만원 짜리임을 알게 되신 시아버지 말씀하시길,
    먹을만은 한데 1만원짜리 예전에 먹은 부페랑 별 차이 없는데 뭐그리 비싸냐 하시는거죠.
    그리고 선물의 경우도 필요한거 하나 없으니 왠만하면 그냥 돈으로만 달라 하셨어요.
    (어른들께 현금 담아 봉투만 내미는건 왠지 경우없어보여 선물+현금으로 했거든요.)

    처음엔 저희 부담스러울까봐 미안해서 그러시는 줄 알았는데,
    워낙 알뜰히 살아오신지라 비싼음식, 비싼옷이 정말로 좋은줄 모르신다는 걸 나중에 알게되었답니다.

    예를들면 호텔 탕수육보단 차라리 동네 탕수육이 입맛에 더 맞으셔서 맛나다 느끼시는 거에요.
    또 백화점에서 파는 고급기성양복보다는 동네 양복점에서 맞추는 양복이 더 맘에 드시는 거였구요.
    시어머니도 결혼때 혼수로 장만해드린 모피코트는 장농에 모셔두고 가짜털 달려있는 패딩점퍼만 입으시구요.

    그런 경험을 하고서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는 비싼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 하지만 시부모님은 비싼 음식을 먹으며 그돈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그래서 이젠 대접할 일 있을땐 두분께 좋은데로 알아서 정하시라 합니다.
    (그럼 항상 저렴한 곳 비교하시고 대부분 집에서 그냥 만들어 먹자 하지요)
    선물도 제가 직접 사지 않고 필요한거 사시라 돈으로 드립니다.
    (그럼 받은 그 돈 저금하시지요)

    친정엄마는 그런 저희 시부모님을 보고는 자신들만 불쌍한거라고
    맛난거 먹고 재미나게 놀줄 모르는 시부모님 정말 불쌍타 하셨지만,
    그분들이 살아온 삶이 그러했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사시는게 더 행복하신거라 말씀드렸지요.

    삶에는 정답이 없는것 같아요.

  • 7. 도우
    '06.2.26 11:58 PM

    저두 어제 시댁에 장 봐서 들어가기 전,
    백화점에서 산 고기랑 생선이랑 담긴 비닐봉투에 붙은 가격표
    손톱으로 긁어 떼내며 이거이 뭐하는 짓인가 싶었어요.
    좋은 거 사드리면서도 좋은 거라고 말 못하는...
    저는 나름대로 백화점에서 사는 이유가 있는데,
    시어머니는 거기는 무조건 바가지 씌우는데 라고 생각하시니...

  • 8. 이뿡이부인
    '06.2.27 9:16 AM - 삭제된댓글

    님들 얘기가 다 제 얘기 같아요.

    저는 홀시어머니라 같이 살고있거든요.

    가끔(진짜 가끔) 가다 남편이 먹고싶다는거 백화점에서 사오면
    저희 시어머니는 저한테 뭐라십니다.

    "**야...이게 싸다고 생각하니?"
    "다음에는 이런거 말구...***거 사라..."

    "어머니 오빠가 먹고싶다고 산건데...(쭈삣쭈삣)"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말하면

    "난 안먹을테니까 너가 오빠 챙겨줘라"
    그러면서 진짜 안드십니다.
    옆에서 정말 민망하고....말로 표현 안되요~

    이제는 가격표띠고 거짓말하기 싫어서 백화점가서 뭐 안삽니다.

    남편이 뭐 사자고 조르면
    "나 잔소리 듣느니 안사~!!!!"이러고 살아요~

  • 9. 강금희
    '06.2.27 6:48 PM

    여러 가지 충고들 고맙습니다.
    둘러 앉아 맛있게 드실 분들을 생각하여 보내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목에 걸린 가시가 빠진 듯합니다.

  • 10. 달고나
    '06.2.28 11:52 AM

    ㅎㅎㅎ 결국 ~ 님은 너무 착한 며느님이셔요.

  • 11. 폴리
    '06.2.28 4:17 PM

    쩝쩝,, 내가 게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오만 잡(?)식구 다 언급하면설랑 나는 안 떠오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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