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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 인구조사

| 조회수 : 1,014 | 추천수 : 20
작성일 : 2005-11-07 23:09:02
봉화 산골 마을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세번째 가을을 맞는다.
아르바이트 겸, 산골 이곳 저곳도 가보고, 사는 사람들도 만날겸 해서 인구조사원 신청을 해서 마을 사람들도 만나고, 그동안 못 가본것을 구석구석가보니 일석삼조가 따로 없다.  
예전에 강화에 살때도 한적이 있긴 한데 여긴 워낙 오지도 많고, 집들이 여기저기 떨어진 곳이 많아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리는 아프지만, 찾아가는 사람이 반가워 일손을 놓고 반가히 맞이하는 분들이 많으니  보람이 있다.  
이곳은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고 워낙 사는게 궁색한 사람들이 많으니 인구조사 갔다가 마음 한쪽이 괜시리 무너져서 서글프다.  
그래도 젊은 새댁이 왔다고 좋아라 하면서 먹을것도 내놓고, 귀신같은 노인네들 찾아주니 고맙다고 이런 저런 넋두리도 하신다. 뭘 물어보시면 죽을 날 기다리는 우리에게 뭘 그딴걸 물어보냐고 웃으신다.
인생이 뭔가 싶어 눈이 짓무른다.

꼬불꼬불 산길처럼 당신네들 인생도 구비 구비 힘들게 모질게 살아온 탓에 얼굴은 시커멓고, 고생이 가득이지만, 힘든 고비 다 넘기고 살아온 역정이 있으니 표현하긴 어려운 다른 모습의 여유와 강함이 있다.

자식이 있냐고 물으면 자식이 있어도 말 못하고, 없다고도 말 못한다고 하신다. 자식이 있으면 혹이나 국가에서 주는 혜택에서 밀려날까  두렵고, 다른 자식들 마냥 공부도 못 시키고 잘 키우지도 못 했으니 없다고 말하면 그것 또한 너무 미안하고, 힘들게 사는 자식들 생각하니 너무 서글퍼 이도 저도 말을 못한다.

내가 하는 조사는 표본조사라 질문 문항이 많고 복잡하다. 죽은 자식까지 되라하니 묻는 나나 대답하는 당신이나 답답하긴 마찬가지이고,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에게 가진게 뭐가 있냐고 하니 그것 또한 답답하다.

결혼을 언제 했냐하면 그때야 내 얼굴을 쳐다보고 허허 웃으신다.
"결혼, 열일곱에 시집왔으니 니가 한번 계산 해봐라"
60년도 넘은 옛이야기를  물으니 웃으실 수 밖에..
웃는 할머니 얼굴에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이 산골에 시집온 수줍은 얼굴들이 보일까 난 다시 한번 쳐다보고..
이렇게 저렇게 조사하다보면 옆집에서 "나는 언제 하는데.."하시며 걸터 앉으신다.

그때부터는 내가 조사를 하는것이 아니라 조사를 당하는 순서이다.
새댁은 왜 시골에 왔고, 몇살이고, 남편은 뭐하고, 애는 몇이고, 농사일이 얼매나 힘든데 이 일을 자초했냐, 아서라 말아라.. 주제는 젊은 새댁이 시골와서 고생하면 안되는걸로 당신들끼리 갑론을박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도, 결론은 그래도 공기 좋은데 잘 왔으니 가지 말라고, 여기서 오래오래 살면서 당신들 집에도 놀러오고 잘 살자고 하신다. 부지런만 하면 밥 굶을 일은 없다 하면서... 그 어려운 공부도 했는데 그깟 농사못짓냐고 하시면 용기까지 덤으로 주신다. 에쿠 공부보다 더 어려운것이 농사인데..  
인구조사하면서 엄청 인구조사를 당하면서 산골마을 굽이 굽이를 돌아나온다.  
따뿌(따뜻한 뿌리) (delma9)

저는 2003년 봉화 산골에 귀농해서 유기농 고추농사와 콩농사를 지으면서 산야초 효소, 된장을 만들고 약초를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미자 농사도..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채꽃
    '05.11.8 12:14 AM

    요즘 시골로 이사갈 까 생각중입니다.
    일년후쯤에요.
    거기가 어딘가요?
    왠지 사람냄새가 나는것 같아 좋으네요.

  • 2. 바이올렛
    '05.11.8 11:23 AM

    동네마다 인구조사 방법이 틀린가 보네요
    우린 주민번호말고 생년월일, 이름,해외에서 태어났나
    그냥 그것만 묻고 끝이던데......

  • 3. 깍지
    '05.11.8 11:45 AM

    봉화! 정말 좋은 곳에 사시네요~.....제겐 다시 찾아 가고픈 그리운 곳이랍니다.

    대학시절 소백산 청량사(이퇴계 글방)을 찾아 친구 따라 무작정 나섰던 일이 생각 나네요~
    봉화에서 날이 어두어 급하게 민박을 구해야 했는데..모두 겁쟁이 여대생들이라~...

    마침 대문이 열려 있는 깨끗한 한옥이 있어 들어가 잠잘 곳을 묻는데
    고운 자태의 그 주인 할머니께서 우리의 딱한 사정을 들으시곤 재워 주시고 정성으로 대해 주셨던
    아름다운 추억이 떠 오르네요~
    깔끔한 모습 만큼이나 깨끗이 풀먹인 이부자리를 아낌없이 내 주시기 까지 해서
    철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나중엔 넘 죄송한 맘까지 들기도 했어요.
    식사 때 장독대를 가리키며 된장이며,고추장까지 걱정해 주셨던 소박하고 순수한 인정이 넘쳐 나셨던 그 분이 그립네요~ 그 분으로 인해 봉화는 우리 친구들에겐 잊지 못할 아름다운 곳아 되었지요.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니...더욱더 그리워 지네요~

  • 4. 해와달
    '05.11.8 4:44 PM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 ... 를
    모처럼 대하는군요...

  • 5. 봉화댁
    '05.12.18 7:52 PM

    안녕하세요? 참 가슴 따뜻하신 분이네요. 요즘 일이 좀 바빠져서 한참 못 봣더니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저는 근 한달간 봉화(서벽)에 못갔더니 우리집 온수가 얼어서 어제부터 언니네가 대신 추운데 고치시느라 고생이랍니다 죄송 해 죽겠어요. 요즘 많이 춥다고 언니네도 3년째 겨울인데 이렇게 추운적 없다고요. 이반주말엔 내려가 보려합니다. 언제 찾아 뵐까 기다려집니다 추운데 잘 지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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