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글 저런질문 최근 많이 읽은 글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세월의 힘! - 8년차주부가 되고보니
저는 손이 느린 편이에요. 그렇다고 꼼꼼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결혼 전 부터 집안 일을 싫어했고, 결혼 하고나서는 부엌일을 거의 무서워하다시피 삽니다.
에너자이저 아들데리고 혼자 방방 뛰면서 제풀에 넘어간 적도 많죠...
형우가 어리고 서로 의사소통도 안될 때, 오후내내 놀이터에서 놀다 들어오면 공포의 시간이었어요.
성질급한 애는 배고프고 졸리니까 징징거리고, 나도 배고프니까 어지럽고, 그래도 씻기고 밥먹여야하는데 먹을것도 없고 하니까 봄,여름,가을의 저녁시간은 매일 투쟁하며 살았습니다.
(2-3명 키우며 훌륭히 집안일 하시는 엄마들이 보시면 비웃으시겠네요...ㅎㅎ)
그런데, 올 봄부터 형우가 좀 늦게오고, 말도 좀 통하고, 나도 모르게 일이 손에 익숙해져서
덜 부담스러워졌어요.
5시 쯤 부엌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없더라도, 어찌어찌 저녁 한 끼 먹을 수 있게 된겁니다!!!
요즘은 일부러 시장에 안가고 며칠버티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건 스스로를 훈련시키려는 것도 있고, 오늘 하루를 얼마얼마로 버텨보면서
좀 아끼는 습관을 들이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빵집에서 간식 해결하면 참 편하지만, 아이 몸무게도 걱정되고 그런 식으로 푼돈 나가는게 엄청나죠...
멎그제 집에 있던 가지로 내맘대로 가지 소고기찜을 했습니다. 그런데 먹을 만 했어요.
물론 형우는 질색하며 딱 한 입먹었습니다.
오늘 점심을 먹으려고 보니, 반찬이 참 비참하여...먹다 남은 베이컨과 마늘로 김치볶음밥을
하다가 그 가지찜이 생각나서 내맘대로 넣고 볶았습니다. 치즈도 막 뿌려서...정말 이상한 요리로
점심을 훌륭히 해결했습니다.
저녁엔 감자치즈구이속에 그 가지찜을 넣어서 형우에게 먹여볼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좀 주부다워지나 봅니다.
어린 아기 키우며 힘든 엄마들께 희망을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써봤습니다.
네 제가 이 정도 하니까 다른 분들은 더 빨리, 더 훌륭히 잘 하실거에요.
5살 쯤 되면 말썽도 심해지지만 엄마가 한숨 돌릴수 있어요.
오늘 날씨 정말 좋아요.
점심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요리물음표] 미역국 맛있게 끓이고 .. 9 2008-02-25
- [요리물음표] 종이봉투(서류봉투)에 .. 3 2007-08-27
- [요리물음표] 오이피클용 오이가 따로.. 4 2007-01-10
- [요리물음표] 가게 개업식(고사) 상.. 2 2006-09-01
1. 돼지용
'05.10.11 1:48 PM정말 그렇더라구요.
전 이제 16년차지만요
내용은 아직초보지요.
그래도 남들 보기에는 훌륭한
아짐이라고 착각하고 살지요.
그 때 그 시절들이 저를 이렇게
성장시켜줬지요.
원글님, 더 멋진 엄마 되세요.2. 원더우먼
'05.10.11 1:49 PM님, 반가워요. 저도 8년차 주부여요.
저는 여섯살, 네살난 아들만 둘인데요, 둘째아이 낳고 직장생활을 접어서 사실은 전업주부로는 4년차지요. 지난 4년간, 무늬만 주부로서 한심하게 살림꾸리고 애들 대충 사먹이거나 "때우기"로 일관하다가 올해들어 님처럼, 이것저것 넣고 지지고 볶아 해먹는 재미를 누리고 있습니다.
뚝딱 무언가를 제손으로 만들어, 아이들아 귀여운 입으로 오물오물 먹는 걸 보고있으면, 스스로 대견하고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정말 세월이 힘이예요.
친정엄마가 저를 보고 그러세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집에 들어앉아 3년지나니, 이제 제법이라구요....
사실 임신하고 출산하고 아이 첫돌지나기까지는 아기키우느라 정신없고, 적어도 아이가 밥을 먹기시작하면서 그제서야 제대로 살림과 요리가 시작되는 듯해요.
님, 저도 그렇고, 님도 그렇고 더욱 발전하는 훌륭한 주부가 됩시다! 아자, 아자!3. 강두선
'05.10.11 1:54 PM수고하셨습니다.
대단히 발전하셨군요~ ^^
점점 발전하다 결혼 19년차 쯤 되면,
식구들 밥 안해줘도 다~ 각자 알아서 챙겨 먹게 만드는 경지에 다다르실겁니다.
그날이 올때까지... 홧팅~!!
(아~ 마누라가 해주는 밥 먹어본지가 언제더라...)4. 원더우먼
'05.10.11 2:02 PM아항~ 그렇군요. 19년차쯤 되면, 식구들 각자가 알아서 챙겨먹는 경지가 되는군요..
호호~ 기대됩니다.
허거덕!
그런데, 19년차되면 저는 대체 몇살이 되는 거죠? 희희낙낙하다가 슬퍼지는군요......5. 늘 좋은일만
'05.10.11 2:27 PMㅎㅎ 아이들은 빨리 컸으면 좋겠구...전 그대로 멈춰라!!!!얍!!!
6. 그라시아
'05.10.11 4:16 PM저도 6년차에 5살 3살 남매입니다
임신땐 초보주부라 제대로 된 걸 먹고싶어서 괴로웠고
그 다음부터는 남편밥 챙겨주려면 힘들고 두려웠죠...
지금은 대충 챙겨주는 배짱도 생겼고
대충이라도 차릴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좋은지요~
국하나에 계란찜하난데도 한시간씩 걸리고 매번 같은 반찬만...으으윽~
이런 글을 읽으면 제 일처럼 보람차고 흐뭇하답니다
근데 6년차에게도 괴로움은
몸에 좋은 먹거리의 선택과 조리법이죠..
오늘 유기농 드시는 분들 두엇이 섞여서 얘기를 나누는데
전 사실 없는 살림에 한살림이나 생협같은데 가입하고 이용하는데 괜한 부담감이 들어서요..
화학조미료 안쓰려고 노력하는 정도인데
유기농과 우리밀만 쓰면서 값싼 라면이나 빵은 어찌 사먹겠으며
흔한 바나나 홍시 귤은 어찌 먹습니까
외식하면서도 얼마나 갈등이 생길까..먹을때마다 안좋은 거 먹이고 먹는다는 부담감이 더 심해지고
스스로가 힘들어 질거 같아요
가격차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마트는 끼워주기도 많고
하니..별로 안나는 것도 아닙니다
좀 나아졌나 싶었더니 저에겐 또다른 괴로움이 생기더군요
돈벌어 공부시키고 수발하는 것도 힘든데
먹고 사는 일 자체가 안전하지 않으니 그것도 고민이죠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같은 책은 무서워서 다시 못읽습니다ㅎㅎㅎ7. 김수열
'05.10.12 8:30 AM네~ 칭찬과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돼지용님, 원더우먼님,는 좋은 일만님, 그라시아님, 우리 다 같이 행복하고 멋진 엄마가 되자구요!
강두선님, 저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 쿨하게 살 수 있을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