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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어젯밤 이야기

| 조회수 : 2,078 | 추천수 : 14
작성일 : 2005-01-26 12:25:16
네에~~야밤에 (밤 10시 조금 넘어)

네 여자와(시어머님 나 수빈 경빈) 한 남자가(막내제형) 외출을 했답니다.

맘 먹고 어머님을 모시고 목욕탕을 간겁니다.

맨날 아버님 옆에서 꼼짝달싹 못하시는 어머님이 너무 피곤해 보이시고, 집도 엄청나게 추우니

씻는것도 아주 심란하게 고민해야할 문제랍니다. 씻긴 씻어야 하는데 춥고 귀찮고 뭐 그런상황입니다.

"어머니임 ~아버님 재워놓고 밤에 몰래 목욕가실래요? 24시간 하는데가 있거든요?" 했더니

싫지 않은 표정이셨어요..

아버님은 어머님이 어디나가시는 걸 너무 싫어하세요.

아마도 자기를 버릴까봐 그러신지 무서워서 그러신지 어머님도 이제는 포기하고 그려려니 하고

옆에 계신답니다. 모르긴 해도 아버님은 두려워서 그런지도 몰라요. 아무것도 할수 없는 두려움.

그러니 어머님도 얼마나 답답하시겠어요..시장도 한 번 가고 싶으시고

슈퍼도 맘대로 오고가고 싶으신데 꼼짝을 못하시니...... 그래서 때로는

여기저기 마음대로 다니는 제가 죄송한 마음이 드는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지요.


그래서 아버님이 잠 들기를 기다렸답니다. 아~오늘은 좀 더 일찍 주무셨으면 하는 마음이였어요.

에고 나쁜 며느리..^^

저녁 8시경에서 30분 사이에 주무신다고 하니 주무시면 살짝 준비하고 나와 목욕을 가기로

어머님과 약속을 했답니다.  아버님이 코~주무시는 대로 나가자고 했는데.....

에그머니나 ~~울 아버님 왜 어젯밤 따라 잠도 안주무시는 겁니다...으~~~~못살아 정말!!

울 어머니 9시 30분이 넘게되자 신경쓰지 말고 아이들 데리고 갔다오라고 하시는데

영 기분이~~~별로시더라구요. 이궁~목욕도 내맘대로 못가나~뭐 그런표정이셨어요..

"어머님 늦어도 되니 조금 더 기다리자구요..아니면 그냥 말씀드리고 갈까요???" 했지요.

그래서 결국 1시간을 더 기다려서 10시가 다되어 드뎌 목욕탕으로 출동을 한겁니다.

냉동실에 있는 떡도 조금 찌고 요구르트도 넣고 비타 500한 병도 넣고 (ㅎㅎㅎ소풍가는 것 같네요.)

커다란 세수대야에 샴푸랑 비누도 세 개씩이나 담고 때밀이 타올도 네장이나 담고

하얀 봉다리(수건에 속옷에 로션에 기타 등등) 세 봉다리 들고 24시 목욕탕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세수대야에 주섬 주섬 담아놓은 것을 보더니

"아뭏든 우리 엄마 못말려~" 하면서 커다란 세수대야는 아무도 안들더라구요..

알았다 내가 들을께~하고는 씩씩하고 뻔뻔하게 목욕탕으로 들고 들어가서 빡빡 밀고 왔습니다.

필요한 용품만 잘 담아가면 되지 뭐 백화점 쇼핑가냐? 하는 마음으로 욕탕으로 들고 갔답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대책이 안서네요..^^

가져가지도 않은 녀석들이 샴푸랑 비누랑 가져다 쓰기는 잘만 쓰더라구요.

가는 다리에 배는 늘어지고 길고 고된 삶의 무게가 저 몸으로 다 담겨져 있나 싶더라구요.

글고 보니 제 배도 만만치 않네요.ㅋㅋㅋㅋ(나의 삶의 무게입니당^^)

등을 빡빡 밀어드리면서 "어머니 시원하세요~~~" 했더니

"뜨거운 물도 많고 마음대로 씻으니 당연히 좋고 시원하지~!"

하시더라구요.. 물 아끼신다고 대야에 받아 바가지로 끼얹어 가면서 씻으시더라구요.

두 딸은 뭐가 창피한지 저~구석탱이에서 때를 밀고 제형이는 아직은 자기가

큰 형아가 안되었으니 여자탕에 들어와도 된다면서 자기가 남자라는 것을 확인시키더라구요.

그래~! 넌 고추다 이녀석아~~^^

밤에 목욕을 다녀오니 시간 절약도 된 것 같고 우리어머님도 기분이 좋으신지

말꼼하고 개운한 모습으로 아침을 가지로 오셨더라구요...

아버님도 모르는 어젯밤 우리집에 있었던 일입니다.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엘리사벳
    '05.1.26 1:10 PM

    읽으면서 혹시나 어느 대목에서 아버님 깨셨다는 말 나올까봐
    조마조마하면서 읽었어요.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었을거 같아요,

  • 2. 코코샤넬
    '05.1.26 1:16 PM

    어머님이 참 시원하셨겠어요.
    아버님 안 깨셔서 넘 다행이구요.

  • 3. 고은옥
    '05.1.26 1:17 PM

    여기서 질문드려도 실례가 안되는지요,,,,
    청국장 1개짜리 5개 값보다 5개 세트가격이 바싼건 왜그런지 궁금해서요
    제가 5개 살려고 어제 들어갔다가
    질문 하는 방법을 몰라서 끙끙대다 포기 햇거든요
    전화드릴 생각을 했지만요,,,

  • 4. 미씨
    '05.1.26 1:24 PM

    경빈마마가 아니지만,,,
    고은옥님,,아마, 포장피가 포함되서 그럴껍니다.
    보통 청국장오면 그냥 상자에 넣어오는데,,그렇게 오는것은 선물용으로 많이 하시거든요,,,

    저도,,울 시엄마랑 같이살지만, 찜질방에 갈 생각은 아직 못하겠더라고요,,
    한 10년쯤 세월이 흐르면 모를까,,,,ㅋㅋ
    부럽습니다.

  • 5. 안개꽃
    '05.1.26 1:25 PM

    어머님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상상이 됩니다.

  • 6. 재은맘
    '05.1.26 1:35 PM

    저는 아직..시어머님과 목욕탕 가는건..웬지..좀 그렇더라구요...
    어머님이 함께 가자고 하는데...숨기고 싶은 비밀이 많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답니다..ㅋㅋ
    어머님..시원하셨겠네요...

  • 7. 이수미
    '05.1.26 1:49 PM

    어구 자 ~ 알하셨습니. 모두 짝짝짝
    경빈마마님
    이젠 자주 사용하세요
    글구 숨쉴때마다 행복하소소 마마님은 아주 소중한 분입니다.

  • 8. 뿔린 다시마
    '05.1.26 2:22 PM

    커다란 양은대야에 비누 샴푸 넣고 수건으로 덮어서 목욕탕 다니던
    옛날 생각이 문득 납니다. 삼남매 뽀득뽀득 씻기고 나서야 비로소 남는 힘으로
    제 몸 닦으셨던 엄마..
    잘하셨어요. 경빈마마님~~~.

  • 9. 현승맘
    '05.1.26 2:32 PM

    저도 아직 어머님과의 목욕은 부담스러워요..ㅋㅋ
    명절 전날 꼭 찜질방엘 다 같이 우루루 가시는데, 이핑계 저핑계로 안갑니다.
    좀더 살아 보면 창피함 없이 갈수 있으려나...

  • 10. 퐁퐁솟는샘
    '05.1.26 3:04 PM

    경빈마마님께서 티비에 나오실때 깜빡해서 못봤어요...-,-;;;
    케이비에스에 들어가서 보려니
    회원가입이 되어야한다해서 그냥 나왔어요
    자유게시판에 들어가서 검색해도 살아오신 세월은 없는거 같고...
    아무튼 궁금해 죽겠네요
    케이비에스회원가입하신분 계시면
    여기에라도 퍼다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경빈마마님 바쁘시겠지만
    오늘처럼 살아가시는 이야기 가금이라도 올려주세요~~~

    저는 다른사람들과 목욕탕 같이 가려면
    한참동안 다욧이 필요해요 ㅋㅋㅋ
    같이 가고 싶긴한데 갈 사람도 없구요...

  • 11. 메밀꽃
    '05.1.26 3:20 PM

    식구들 모두 개운하시겠네요^^*
    전 맨날 집에서만 하니 좀 껄적지근하답니다...

  • 12. 김혜경
    '05.1.26 4:29 PM

    시원하셨죠?? 경빈마마님 효부세요...

  • 13. 비비아나2
    '05.1.26 4:36 PM

    고은옥님~ 전 계산도 안해보고 5개 세트로 주문했는데
    예쁜 포장박스에 담겨져 왔더라구요.
    아마도 그 포장값이 2000원인가 그래요.
    저도 다음엔 포장 안된 낱개 주문하려구요.

  • 14. 소금별
    '05.1.26 4:58 PM

    다시보기에서 이어푼까징 꼽고..몰래 삼실에서 봤던 아침마당..
    두 따님들 얼굴생각납니다..

  • 15. 미스테리
    '05.1.26 5:50 PM

    때가 아닌 오랫만에 무거운짐(?)을 살짝 덜고 오셨네요^^
    잘 하셨어요...!!

  • 16. 경빈마마
    '05.1.26 5:59 PM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 17. 헤르미온느
    '05.1.26 7:24 PM

    저희 집에서 샤워하시고 팬티바람으로 돌아다니시는 시어머님때문에 저는 기절하려고 하는데 (아들 있는데서도..ㅠ.ㅠ... 아들이 질색을 해야 겨우 파자마 주워다 입으시궁...;;) 같이 목욕다니는 사이라니, 참 다정해보이고 따뜻해보여요. 그래서 같이 살아야 가족이라고 하는건지...^^
    마마님 따뜻한 맘 씀씀이가 늘 감동이에요...

  • 18. lyu
    '05.1.26 9:04 PM

    돌아가신 시어머니 등 밀어드리면 있는대로 힘껏 밀어도 더 세게 더 세게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
    가슴이 아릴때가 있습니다
    참 좋으신 경빈마마 .......
    그 집 아이들 복 받을 겁니다.

  • 19. 꿈의공장
    '05.1.26 10:34 PM

    대야에 목욕용품 넣어 씩씩하게 걸어 가셨을 마마님의 모습이 그려져서 살짝 웃음이 납니다..^^
    시어머님 오랫만에 정말 시원하셨겠어요...
    마마님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는 걸 모르는 분들이 없겠지만, 한편 저는 그 시어머님의 삶이
    짐작되어 마음이 아리네요..
    그 어머님의 심정을 헤아리실 줄아는 마마님..

    항상 좋은 일 많이 생기도록 기원해 드릴께요.....

  • 20. 뽀로로
    '05.1.27 1:44 AM

    진짜 가족이시네요... 저도 무늬만 맏며느리라 마마님의 다라이(?)만한 마음을 닮아야 하는데 제 작은 그릇이 부끄럽습니다.

  • 21. 파아란 가을하늘
    '05.1.27 10:51 AM

    어렸을적 대야에 목욕용품 챙기고 엄마랑 목욕갔던 생각이 나네요.
    그때가 너무 그리워요.
    지금은 안계셔서 그리 할 수 없지만.

  • 22. 달개비
    '05.1.27 11:49 AM

    시부모님 모시는 그 마음을 제가 닮아야 하는데...
    반의반도 못 따라갑니다.
    제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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