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은 영어권이 아니고 , 불어와 플래미쉬 ( 화란 ) 어를 사용하는 복잡한 나라예요 .
30 년전에 일인데요 , 아마 많은 분들이 처음 해외생활 하면서 저처럼 황당한 일 많이 겪으셨을꺼예요 .
장보러 슈퍼 마켓에 갔는데 , 강아지가 그려진 통조림이 진열되어 있더라구요 . 저는 그것이 사람이 먹는 개고기인줄 알고 사서 , 몇번 끓여 먹었어요 . 나중에 제가 먹은 통조림이 강아지 사료용 고기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정말 토하고 싶더라구요 . 그런데 저말고도 개고기인줄 알고 먹은 유학생들이 또 있었어요 . 어이구 저만 그런게 아니구나 생각하니깐 좀 위로가 되었어요 . 지금은 한국에서도 강아지 사료용 통조림을 팔지만 , 그 당시에는 강아지 사료용 통조림은 상상도 못했어요 .
한번은 , 1 년만에 친구를 만나 이곳에서 제일 큰 야외 시장을 둘러보면서 가다가 사각모양의 두부같이 생긴 것이 눈에 띄어 발길을 멈추고 , 친구한테 « 어머 저기 두부가 있네 » 그랬더니 , 친구도 « 어머 어머 진짜 두부네 . 이곳에서 두부파는지 몰랐어 . 우리 두부사서 대구찌게 해먹자 » 하면서 2 모 ( ?) 를 사가지고 , 돌아오는 전철간에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먹고싶은 한국 음식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대구찌게 먹을 것 상상하면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
집에 돌아와서 친구는 오이 무침과 그 당시 배추는 구경하기 힘든 때라 양배추로 담근 김치를 그릇에 담아 식탁을 차리고 있을 때 , 저는 끓인 대구찌게에 두부를 넣는데 , 두부가 사르르 녹는거예요 . 친구와 저는 기겁을 해가지고 국물을 떠서 맛을 보니깐 이상해요 . « 어머 이거 두부가 아니잖어 » 하면서 어쩌구니가 없고 , 한편으로 대구찌게 버릴 것 생각하니깐 너무 너무 아까운거예요 . 그래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버리긴 했지만 , 상실감은 엄청 컸었요 . 나중에 알고보니깐 두부가 아니고 , 그리스 치이즈였던거예요 .
해외생활을 오래했는데도 그 때의 상실감 때문인지 치이즈와 , 질리도록 먹은 양배추는 지금도 안먹어요 .
또한번은, 정육점 에 들어가 불고기감 고기를 얇게 썰어 달라고 했어요 . 그랬더니 주인이 문을 가리키면서 나가라고 거품을 품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 그래서 제가 뭘 잘못했나 하고 서있었더니 , 주인이 고기를 얇게 썰어 달라고 한 제가 미쳤다고 하면서 두번 다시 우리 가게에 올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 다른 손님들은 제가 무슨 짐승인 것처럼 쳐다 보는데 , 민망하고 너무 놀래서 말도 못하고 그냥 나와버렸어요 . 그당시 동양인이 흔하지 않은데다 외국 음식이 전혀 보급되지 않았을 때예요 .
지금은 일본 , 태국 음식을 불란서 요리와 퓨전해서 먹기 때문에 , 얇게 썰은 소고기를 쉽게 살 수 있어요 .
그때 일들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