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삶의 파도

가을비 조회수 : 1,663
작성일 : 2011-10-15 21:24:57

아이는 학교에 가고, 토요일인 오늘, 저는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 아니어서, 오랫만에 집청소를 했습니다.

침대매트리스도 탁탁 털어 세워놓고 이불도 다 볕에 말리고, 재활용쓰레기도 버리고, 걸레도 빨아 구석구석 닦아내고,

유리창들도 닦아내고, 냉장고위도 닦아내다보니, 백원짜리 일곱개가 있더군요. 벌써 연필도 몇자루씩 주웠고요.

활짝 열어놓은 창문들과 현관문사이로 넘실대는 바람의 물결들이 가을 그대로네요.

 

설겆이가 끝난 그릇들이 소독기안에서 바짝 말라가는 토요일 오전...

커피한잔을 하면서 의자에 앉아 창문밖 세상을 바라보니, 주홍으로 물든 앞산이 부드럽게 누워있는 모습앞에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삶은 파도가 만장이나 되는 삶인것 같았거든요.

전 어떤 직장을 가던지 제가 제일 일을 많이해요.

예전에 정형외과에서 근무할때에도, 소독돌리고, 비품만들고 정리하고 등등의 일들을 상대적으로 제가 더 많이 했고, 친구관계역시, 폭넓지가 못한데다가, 그마저도 제쪽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왔었어요.

그런데 이상한건 어딜가던, 똑같은 일을 해도, 제가 더많이 하게되고 제가 더 윗사람들에게 짜증을 많이 받는편이에요.

왜 그런걸까요?

이제 내일만 지나고, 월요일이 오면 아파트단지내 가정어린이집에 보육교사로 근무한지 한달입니다. 첫월급도 받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많이 혼났고, 많이 꾸중을 들었습니다.

옆 선생님들은 서로 잡담도 하고, 핸드폰도 서로 보여주며 살짝살짝 쉬기도 하는데 저만 어린이집에서 일을 거의도맡아 하는것같이 어깨가 힘듭니다.

아이들이 워낙 어리고 걷는다해도 비뚤비뚤 걷기때문에, 사고가 날까봐 한시도 눈을 떼지못합니다.

선생님들은 방에 들어가 아이도 재워가면서 서로 잡담도 하는데 저만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말해주고, 안아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해지고 혼자된것같고..

 

너무 힘들고 많이 혼나고 게다가 평가인증을 앞두고 있어서 모두가 예민해진 상태라, 갑자기 아이가 우는 소리가 난다거나, 하면 곧바로 원장님이 저를 부르면서 짜증을 부려요.

임선생! 뭐하는거야, 왜 울어!~

금요일인 어제, 비가 추적추적..

베란다난간엔 벌써 빗방울들이 동글동글 매달려있는데 세시반정도쯤 되자, 아기들 몇이 찡얼대더라구요.

제 곁에 선생님들은 아이들 자는 방에 들어가 계시고 거실엔 제가 혼자.. 원장님은 그 부근 책상옆에서 서류에 정신없고 주방선생님은 간식 끝난것 치우는 소리외에는 오랫만에 조용하더라구요/

조용하면 혼날까봐, 얼른 아이들과 놀아줬어요. 말도못하는 아이들이 엄마를 찾고 울길래.

얘들아, 오늘 비가 왔나보다. 어머, 빗방울이 똑똑똑 창문을 두드렸어요, 똑똑똑.. 들어오라고 할까요? 네, 들어오세요..

라고 해볼까? 손흔들어볼까,우리?

여덥시 아침출근부터 아이들 뒷처리에, 또 눈맞추며 대화하기에.. 그러고도 계속 혼나고..

마음이 울적해서 오후 네시 퇴근무렵이면 마음도 몸도 후줄근.. 그 몸으로 아파트단지내 앙상한 나무들 사이를 걸어오면

슬픔..집엔 아이혼자 기다림.

IP : 124.195.xxx.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플럼스카페
    '11.10.16 12:31 PM (122.32.xxx.11)

    저희 둘째가 4살에 처음 간 어린이집에 4살 처음반 선생님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서 갓 취업한 지금 제 나이쯤 되는 아줌마 선생님이었어요.
    다른 엄마들은 그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내심 더 반갑고 좋았어요.
    다들 미혼의 젊은 선생님들이었는데 그 틈에서 갓 부임한 교사로서 또 경력은 더 많은
    아가씨들 틈 사이에서 고군분투 하시는게 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원글님 쓰신 것처럼
    늘 일만 하시는 듯 보였네요. 그 분은 지금 당신 집에서 가정 어린이집을 차리셨어요.
    글 사이 사이 갓 시작한 직장에 대한 고달픔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이실 것도 같고요.
    또 아이 엄마니깐 당연히 아이에 대한 고민도 행간에 다 묻어나네요.

    집청소 묘사하신 부분이 청신인 듯, 상쾌하여 마치 저희집이 그런 거 같아
    상쾌하게 읽었습니다.
    또 내일이면 월요일이네요. 힘 내시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1144 노무현을 신으로 만들지 말라.. 1 NO가카 2011/10/31 1,075
31143 강달프, 외통위원장실에서 밤샘한다네요. 18 참맛 2011/10/31 2,253
31142 핸드폰 로밍해서 나가면 외국에서 전화 어덯게 사용하는건지요 3 외국 나갈때.. 2011/10/31 4,551
31141 오자다리 교정병원추천부탁해요 온화 2011/10/31 1,480
31140 촉촉한 피부 관리를 위해 효과좋은 팩 좀 추천해주세요~ 3 panini.. 2011/10/31 2,016
31139 베스트글에 안철수원장님이 왜 이상한지 가르쳐 드릴까요? 5 소설가지망생.. 2011/10/31 2,224
31138 (스포살짝) 강풀 만화 요~ 1 울컥 2011/10/31 1,636
31137 바보같은한나라당 10 ㅋㅋ 2011/10/31 2,204
31136 5살 아들 두들겨서 팼네요ㅠ 46 ㅠㅠ 2011/10/31 29,749
31135 나이드시분들과는 정치적 시각차이가 많이나네요. 1 시각차이 2011/10/31 1,210
31134 김장.. 몇포기나 하세요? 6 김장 2011/10/31 2,210
31133 8시간에 걸친 인터뷰! - 주진우의 우연히 나온것 아니다 4 참맛 2011/10/31 3,480
31132 버터 간장 비빔밥 오랜만에 먹었어요 11 맛있구나 ㅋ.. 2011/10/31 3,064
31131 열심히 살아도 별거 없는 인생 우울하네요.. 51 글쎄요 2011/10/31 16,998
31130 요즘 드라마 내용은 다 같네요? 6 드라마 2011/10/31 1,893
31129 어떤 분께서 리플로 추천해주신 책인데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아요.. 4 얼마 전에 .. 2011/10/31 1,658
31128 아이에게 요강을 사주는거 어떨까요?? 8 .. 2011/10/31 2,063
31127 삼성이 우승했네요 6 코시 2011/10/31 1,789
31126 상관관계분석 통계 잘 아.. 2011/10/31 1,345
31125 한미 FTA 독소조항, 1분만 보면 다 안다 / 펌글 4 은실비 2011/10/31 1,483
31124 나이들면 뭐하고 사실꺼에요? 1 고령화사회 2011/10/31 1,730
31123 벼룩도 수준이 있어요 (아래 벼룩방 글보고 써요) 5 .. 2011/10/31 2,260
31122 대입 수시 합격시 등록하고? 9 만약 2011/10/31 2,226
31121 20대랑 60대를 해외로 석탄캐러 내보낸대요! 16 Pianis.. 2011/10/31 2,935
31120 시장 선거도 끝났으니 32 고만좀해라 2011/10/31 2,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