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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일 때 음식점에서 밥값 못 낸 적 있어요

조회수 : 4,895
작성일 : 2026-06-12 17:42:06

아래 글 읽다 보니 저도 뜻하지 않게 공짜로 밥 먹었던 일이 생각 납니다.

첫 아이 가지고 만삭일 때 늦은 점심 먹으러 식당 찾아 나섰는데 그날 따라 국수가 생각 나더라고요.

회사 회식 하러 갔던 한정식집에서 국수 먹었던 기억이 있어 그 집을 찾아 갔어요.

인사동 골목 안 어느 한정식집이었는데 낮시간에 간 것은 처음이지만 대문 열고 들어 가보니

나이 든 여 사장님이 마루에 혼자 앉아 계시더라고요.

국수 사 먹으러 왔다고 했더니 점심 장사 방금 마감했고 국수도 원래 따로 파는게 아니라고,

한정식 코스에 후식으로 나가는 거라고 그러시더군요.

알앗다고 하고 바로 몸을 돌려 나오는데 그 사장님이 갑자기 저를 부르시더니 들어 오래요.

방으로 들어 갔죠.

금방 국수 한 그릇 끓여서 김치랑 주시더군요.

너무 너무 맛잇게 잘 먹었고 계산 하려니까 그냥 가래요.

제가 옷을 엄청 누추하게 입고 있던 것도 아니고 직장 생활 오래 한 티 나게 입고 다니는 편인데도 돈을 굳이 안 받으시더군요.

아마, 만삭 여자가 배고프다며 들어왔는데 그냥 보내는게 마음에 걸리셨나봐요.

그 여 사장님은 60대 중후반, 다소 무섭게 생기고 한눈에 봐도 세상 풍파 적지 않게 겪은 인상이셨어요.

정말 정말 오래 전 일인데도 어제 일처럼 종종 생각 납니다.

몇년 전에 가 보니까 그 식당은 없어졌어요. 

 

IP : 221.145.xxx.20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6.6.12 5:52 PM (118.235.xxx.3) - 삭제된댓글

    단편소설 한편 읽은거 같아요
    사장님 따뚯하시네요

  • 2. 아...
    '26.6.12 5:56 PM (211.210.xxx.9)

    정말 이렇게 살아겠어요! 원글님, 좋은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3. ..
    '26.6.12 6:14 PM (112.214.xxx.147) - 삭제된댓글

    아.. 사장님 대인배.
    어디 계시든지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따뜻한 글 고마워요~

  • 4. ...
    '26.6.12 6:25 PM (122.38.xxx.150)

    같은 여자면 한눈에 알아보죠.
    먹고 싶어서 왔구나
    해주면서도 행복하셨을거예요.

  • 5. ㅠㅠ
    '26.6.12 6:30 PM (223.38.xxx.66)

    위그든 아저씨가 곳곳에 있다는거 확신합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위그든 아재가 되고자하고요.

  • 6. 듣기만해도
    '26.6.12 7:00 PM (211.234.xxx.215)

    감사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실망으로 힘들던 차인데
    저에게도 이런 감사한 기억이 있어요.

    나쁜 기억들 모두 내려놓고
    내게 주신 좋은 기억들 붙들고
    다시 일어나 힘내서 살아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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