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이 오후에 일이 있어 출근을 안하고 시간 여유가 있어서 동네 단골 카페에 컴터랑 책 싸들고 와 있어요
원래는 주말에만 오는 곳인데 여긴 오면 자리도 여유있고 여기 직원들도 몇년째 단골이라 저희 취향도 잘 알고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기분 좋아지는 곳이죠
하던대로 각자 컴터 열어서 할 거 하고 있는데 요양원 원장님께 카톡이 왔어요
엄마 사진을 보내셨더라고요
아침부터 뭔 사진이지?하고 열어봤더니 모닝커피 타임이라며 근사한 커피잔에 담긴 커피를 들고 활짝 웃으며 한장, 커피 호호불며 마시는 사진 한장, 어제 제가 사드린 초콜렛 스트로베리 케잌을 드시는거 한장!
"앗, 우리도 커피마시는데 엄마도 커피를 마시네"하며 남편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장모님 신나셨다고, 뽀얀 얼굴에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넘 좋아보이셔서 다행이라고 하네요
ㅎㅎ 저희 가족들이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니 엄마도 우리와 함께 있는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어요
치매가 심해져 요양원 가신지 10개월차
적응 못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제는 요양원의 인싸이자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시네요 ㅎㅎ
꽃꽂이, 그림그리기, 캘리그라피, 퍼즐게임, 미니골프, 태권도,.. 뭐든 빠지지 않고 맨 앞자리에 앉아서 끝까지 다 하고 가시는 적극적인 분이라고.. 다른 분들이 같이 있고 싶어해서 자꾸 사람들이 엄마 곁에 모인다고... 도우미분들과도 껴안고 엉덩이 치기 하고 농담도 잘하시고 애교도 부리시고 아주 물만난 고기처럼 신나 하시네요
저랑 둘이 있을 때는 툭하면 싸우고 울고, 만만한 딸에게 온갖 하소연, 한맺힌거 다 쏟아붓기 바쁘셨는데 요양원엔 제가 없으니 아예 감정적으로 해소할 생각은 안들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말로, 활동으로 푸셔서 더 편안해 지신듯 해요
몇년간 저 혼자서 모시느라 몸과 마음이 다 버거웠는데, 남편도 워낙 좋은 사람이라 잘해줬지만 제 엄마니 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느라 저도 힘들었는데 ,전문적으로 돌봐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니 저도 맘에 여유가 생겨 엄마에 대한 애정이 살아나네요
집에서는 잘 안 씻으셔서 피부가 거칠었는데 거기 가시니 뽀얗고 매끌매끌 하얘지시고 원장님이 매니큐어도 발라주셔서 '남편 없는 치매 할머니'에서 '멋쟁이 부인'이 되셨어요 ㅎㅎ
아침부터 엄마의 환한 미소 가득한 사진을 받으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감사의 마음도 생기고 배부른 아침이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