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밖에는 제가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게 없더군요.
어쩌면 저는 분수에 넘치고 주제에 안 맞는 환상적인
상대만 생각하며 살아서 그랬나봐요. 제 현실은 항상
제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지, 이것에 나의 사랑이나
나의 여자친구나, 나의 배우자를 맞추어서 남은 인생을
산다는 건 너무 멋 없는 거였고 아름다워보이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짝사랑만 했어요. 고백도 못한 사람도 있어요.
짝사랑은 늘 했었어요. 이 시기의 과업이 잘 되면, 취직을
엄청난 곳으로 하면, 절대적 가난이 해소되고 나면,
직장생활이 안정 되고 나면 ... 등등 나중으로 미루다 보니
짝사랑 말고는 해본게 없는 어린이 같은 중년이 돼버렸어요.
저는 마음이 어린이다 보니 회사에서 회의할 때 여직원이
바싹 붙어서 앉거나 출장을 같이 나가기라도 하면 기분이
이상해져서 운전이 서툴러질 정도예요. 왜냐하면 어린이라서
그래요. 근데 그렇게 평생을 짝사랑해왔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짝사랑조차 안 하고 있어요. 짝사랑할 사람이 없어요.
짝이 없는 사람은 서른살 서른 몇살이고 동년배도 그렇고
동년배 +7살 범위까지 다들 기혼자들이에요. 그리고 여전히
나한테, 내 처지에 연애는 사치스러운 거 같아요. 차량 정비
비용 2만 오천원 아끼겠다고 알아보고 알아보고 전화해보고
리뷰 보고 그랬어요. 그마저 기름값 비싸서 지하철 타고
걸어다니고 그래요. 겨울 내내 회색 트레이닝복만 입고 살았어요.
이렇게 돈이 아까워서 누구랑 어떻게 연애를 할 수나 있겠습니까?
요즘 저는 여러 면에서 안정된 상태예요. 살면서 이런 시즌이 없었는데
아무튼 요즘 그래요. 이렇게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는 안정적이고
고요한 평화의 시대를 왜 이 나이가 돼서야 맞이했는지 너무
안타까워요. 서른살 후반 시절에 정말 연애하고싶어서 온몸의
세포들이 소리를 질렀었는데 붙지도 못할 시험, 그 시험 먼저
붙고 연애해야한다면서 억누르고 억누르고 그 열정을 파편화시킨
게 너무 아까워요. 그때만해도 정말 청년이었는데 ...
이렇게 시간도 자원도 넉넉한 시점인데 짝사랑할 사람도 없어요.
돈없고 아무 것도 없고 미래비전도 없던 그 시절에 연애를 하려면
그럭저럭 외모와 170 넘는 키만 있었어도 참 수월했을텐데
저는 그것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그 대상은 없지만 원망하게 돼요.
원망을 하게 돼요... 아무 것도없던 시절에 키조차 없었던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