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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조건 있게(?) 사랑하는 엄마

이제서야 조회수 : 1,677
작성일 : 2026-03-04 17:55:13

40중반이고 평생 전형적인 애증관계 한국 모녀로 살아왔어요

 

지금보면 정서적 학대에 가까웠는데 50년대생 부모가 80년대생 자녀 키운 시기엔 흔한 서민 가정이었고 어쨌든 당시 엄마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양육하셨으니 강력한 유교 영향으로 저도 무조건 효도해야한단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평생 엄마와 크고 작은 경우들 대부분 극단적인 갈등을 겪어서 힘들었는데 MBTI 유행 쯤부터 정 반대 성향이란걸 인식한것 만으로도 좀 속이 좀 풀렸지만(저 혼자) 근본적인 대립은 여전해서 계속 답답했어요

 

그러다 어제 늘 반복된 갈등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반대되는 태도를 보였고 그에 대한 엄마의 반응으로 드디어 근원적인 사고 방식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구체적인 내용이 중요한건 아니고 굳이 예를 들면 명절마다 올라오는 안먹는 반찬 너무 많이 해서 무작정 보낸다는 글과 비슷한 패턴이에요

모든 분야에서 이런 식으로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얘기해도 늘 강권하고 결국 전 짜증낼수밖에 없었어요

 

흔히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내리사랑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엄마는 본인이 정한 방식이나 틀의 사랑을 주는 타입이었어요

세상에 문제 없는 부모자식관계 없겠지만 제가 느낀 대부분의 답답함은 엄마가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있다고 착각한 부분에서 비롯된거였어요

 

의식 있던 미취학 아동시절부터 40년 넘게 힘들었던 모든 근원이 이해되니 정말 속이 너무 편해요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마음의 족쇄가 풀렸어요

중증 나르까지는 아니었지만 모녀갈등에 너무 제 정서적 에너지를 소모했거든요

이제서야 제대로 독립한 것 같아요

아니 거의 다시 태어난 느낌이에요

 

너무나도 개인의 내밀한 변화라 별일은 아니지만 다른 커뮤니티 안하고 여기만 가끔 오는데 다른 분들이 진솔하게 나눠주시는 경험들이 큰 도움 되서 저도 한번 글 써봤어요

 

모두 오늘 하루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IP : 27.116.xxx.6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6.3.4 8:27 PM (175.196.xxx.234)

    저희 엄마랑 진짜 비슷한 어머니신데요
    마음의 족쇄가 풀렸다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줄어들으셨다는 것인지요?

    저는 저희 엄마가 조건있는 사랑을 하시는 분이라는 건 진작에 알았고 저의 상황이나 필요를 살펴 뭔가를 주는 분이 아니라 순전히 당신 자신의 만족을 위해 뭐를 주든 빼앗든 하는 분이라는 것도 오래전에 알았는데
    정작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 조건없는 효도를 하기를 바라기에 어이가 없어서 거리를 두고 있거든요. 물론 저를 매우 비난하고 섭섭해하고 계시죠.
    그래서 엄마 생각만 하면 열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해지거든요.

    원글님은 마음의 평화를 얻으신 건가요?

  • 2. 글쓴이
    '26.3.4 10:34 PM (27.116.xxx.62)

    비슷한 어머니가 또 있다는 자체에 놀랍고 설명하신 상황도 거의 그대로라 더 놀랍네요

    전 조건 붙은 사랑이란건 알아챈건 하루밖에 안됐지만 평생 유교 효 사상 고민을 해서인지 오히려 자유로워진 계기가 됐어요

    엄마가 조건을 설정하고 준 유무형 사랑은 제가 먼저 바라고 요구하던 형태와 시기와 방식이 아니었긴 때문에 제게 엄마가 요구하는 기준대로 돌려줄 어떠한 의무도 없다는걸 인지하게 된거에요

    어쨌든 배아프게 낳아서 양육하셨으니 최선을 다한건 인정해드리되 자녀는 독립된 타인이라 반드시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 맺을 필요 없단걸 알게 되니 어떤 비난이나 질책에도 겉으로만 괜찮은척이 아니라 진심으로 감정적 정서적으로 아무 반응 안하는게 스스로도 신기해요

    남이었으면 진작에 손절했을테니 이제 엄마를 제 마음에서 놔드렸어요
    애증도 결국 상대방과 감정적으로 교류한단 뜻이니 사실 제가 싫어하면서도 잡고 있던 관계였더라고요
    말그대로 눈에 안보이는 족쇄가 풀려서 정말 가볍고 자유로워요


    물론 가족 친척 지인들이 인정할 정도로 꽤 효녀 노릇 한 시기가 누적되서이기도 한데 이런 시절이 있었기에 어제 일이 계기였을 뿐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음님도 누구에게 하소연 할 정도는 아니고 들어준단들 딱히 해결방법이 없으니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셨겠어요
    저도 에너지를 대부분 모녀관계에 소모해 내내 무기력하게 지냈고 평생 이렇게 지낼거라고 낙담했는데 제 다른 자아는 알아주지 않아도 속에서 혼자 고군분투 했나봐요
    이젠 가장 소중한 제 자신에게만 집중하려고요

    꼭 근본적인 평안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 3.
    '26.3.5 2:06 AM (175.196.xxx.234)

    진솔한 답변 감사합니다.
    저는 저런 관계에 지쳐서 몇년전 이사한 뒤 새 집 주소를 공개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엄청난 질책과 회유가 뒤따랐지만 제가 그간 받은 스트레스와 그 때문에 남편이나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가는 걸 느껴서 꾹 참고 버텼어요. 연을 끊은 것은 아니고 명절이나 생신 등 가족 행사때는 만납니다. 중간에 연락도 하고요.

    어머니로부터 원치도 않는 식재료나 책 등 일방적인 택배나 동의하지 않은 신앙서적 정기구독 등으로 집앞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와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미칠듯 화가 나는 일이 반복되었어요.
    대부분 결국 내가 돈 들이고 애를 써서 버려야하는 물건들이었죠.
    그럼에도 내가 완곡하게, 때로는 직설적으로 이런것 보내지 마시라 당부하면
    네가 호강에 겨워 감사할줄을 모른다는 언어폭력
    알겠다는 대답 후에 다시 같은일이 반복됐어요.
    니깟게 내가 보내면 받아야지 어쩔거냐는거죠.
    몇년전 이사 준비로 몇달을 계속 정리하고 버리느라 분주했는데 또 쓸데없는 걸 보내셔서 제가 이사하느라 물건 버리고 비우기 바쁘니 아무것도 보내지 마시라 했는데 얼마후에 또 물건이 왔어요.
    베개만한 성경책과 신앙서적 과월호 한묶음이요.
    아 이건 말로 될 일이 아니구나
    당신이 이성으로 통제를 못하신다몈 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구나 깨달았어요.
    이사 후 주소를 알려드리지 않았고 4년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음쓰 등등을 받지 않아 매우 다행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어려서부터 오십년 가까이 기나긴 역사가 있었지요. 단순히 택배만으로 생겨난 일은 아닙니다.

    일방적인 강요나 기대는 결코 자식을 사랑이 아니고 폭력이며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 내맘대로 뭐든 휘두르려 하는 것임을 많은 부모들이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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