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아버지 대신 공무원 엄마가 가장 노릇하며 키워주셨어요. 그 점은 깊이 감사드려요.
근데 제 어린 시절은 고통 그 자체였거든요. 오늘은 부모님이 안싸울까 매일 걱정하고 아버지가 안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말싸움이 아니고 물건이 날아가고 몸싸움도 있었으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어요. 아버지의 경제적 무능, 계속 일을 벌리고 도박에 빠지고 그런 게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엄마 성격도 만만치 않았어요. 차라리 이혼을 하시지 이혼 가정은 절대 안된다는 신념이 있으셔서 우리는 모두 불행했어요. 물론 아버지는 이혼했다면 자기 앞가림도 못할 분이라 엄마의 측은지심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 환경이다보니 엄마는 신경질과 짜증이 일상이었고 그걸 제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어요. 그런 환경에서 공부를 뛰어나게 잘해서 서울대를 간 딸이면 미안하고 고마워했어야 할 것 같은데 일관성 없고 감정적인 양육태도라 저는 늘 불안했던 것 같아요. 입버릇처럼 부모자식은 쌓이고 그런 것없다셨는데 그것도 강요처럼 느껴졌어요.
제 아이는 지독한 사춘기를 보내고 대학도 삼수 끝에 갔는데 그럼에도 불만이 많아요. 입에 못담을 말도 많이 하고 폭력적인 행동(벽을 치거나 문을 세게 닫거나 물건을 던지는)도 했는데 지금도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공부 강요한 적 단 한 순간도 없고(이건 본인도 인정해요) 심한 말이나 행동 한 적도 없는데 엄마가 걱정이 많아서 힘들었대요. 고등 3년을 라이드했는데 아침에 안깨우면 결석하는 애를 어떻게 내버려두나요?
내 아이에 비하면 나는 뭐 하나 입댈 일 없이 알아서 하고 자랐는데 왜 그리 화를 내고 짜증을 내셨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