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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울 때, 더 추운 곳으로 여행가기

... 조회수 : 480
작성일 : 2026-01-17 03:56:35

안녕하세요?

저희 부부는 겨울 추울 때는 더 추운 곳으로 여행가기를 20년 넘게 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은 남편의 실직으로부터 비롯되었어요. 

 

저는 미국으로 유학와서 남편을 만났어요. 어라 괜찮은 미국녀석이네 하면서 공부 같이 하고, 놀기는 더 많이 놀고 그러다가 더 잘 놀자 하고 결혼했어요. 그 당시 남편은 로스쿨 마치고, 로펌에서 1년 정도 근무하고 있었어요. 저는 공부를 더 해야하나 연구소에 취업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나 변호사 못하겠어. 나에게 아닌 것 같아. 하고 작은 폭탄을 투척했어요. 

깜짝 놀라서 왜 물어보니, 생각보다 거짓말을 더 많이 해야 해. 하고 지금 생각하면 철 없는 아이같은 답변을 했는데, 같이 철 없던 저도 싫은 것을 어쩌겠어 하고 그냥 받아들였어요. 

 

경제적 문제는 어찌어찌 임시방편의 계획이 세워졌는데, 문제는 양가 어머니께 어떻게 말씀드리나였어요.

양쪽 모친 모두 걱정과 잔소리가 많은 스타일이라 솔직하게 부딪치고, 잔소리 듣는 것 밖에는 뭐 사실 방법이 없었지요. 그래서 욕 먹기 전에 여행이나 다녀오자 하고 결정했어요. 

 

긴축재정을 결심했으니 여러모로 저렴한 곳을 알아봐야 했는데, 그 때 눈에 들어온 곳이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메인주의 아카디아 국립공원. 

저희는 매사츄세츠주에 살고 있어서 운전해서 갈 수 있고, 메인의 겨울은 꽤 혹독해서 겨울이면 유명한 관광지도 텅텅 비어서 숙박비도 몹시 저렴했어요. 하루에 20달러 정도의 통나무 집을 발견하고는 뭐 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떠났는데, 그 일주일의 여행이 단촐하면서도 참 재미있었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가지고 오후 3시까지 하이킹 하고, 그 후에는 로컬 펍에서 맥주로 저녁먹고. 펍에서 만난 할아버지께서 오래된 노르딕 스키를 빌려주셔서 크로스컨츄리의 재미도 알게 되고.

이렇게 아주 단순하게 일주일을 지내다 오니, 이제 욕 먹어도 될 것 같아 하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저희만 편하게 양가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그 후 몇 년은 저희 모두 파트타임과 학업을 병행하고 정신 없이 살았는데, 겨울에는 계속 이렇게 더 추운 곳으로 여행 다녔어요. 

 

여름에도 이 방법이 통할까 싶어서 해 보았는데..

아 여름은 아니더군요. 

그래서 여름을 또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서 도시를 떠나서 근교의 바닷가 마을에서 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주거지가 점점 더 아래 바닷가 마을로 변하게 되었네요. 

 

이제 50대에 들어서는 나이가 되니, 언제까지 더 추운 곳에서 재미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저희의 겨울여행은 계속될 것 같아요. 저희 개도 추운 날씨를 엄청 좋아하는 종이어서 겨울에 여행가면, 천둥벌거숭이처럼 눈 밭을 뛰어다니며 같이 하이킹을 해요. 

 

어렵고 곤란한 또는 사소한 것이 괴롭힐 때, 우연히 82쿡에서 제가 남기지는 않았어도 다른 분들의 글과 댓글을 보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많았어요.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IP : 71.184.xxx.5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6.1.17 4:04 AM (219.255.xxx.153)

    동화 같은 인생이네요. 부럽습니다.

  • 2. ...
    '26.1.17 4:07 AM (71.184.xxx.52)

    219님 안녕하세요?
    동화라기에는 몹시 써요. ㅎㅎㅎ
    그냥 저희 부부 둘 다 철이 안들어 즐겁게 지냅니다.

    지나치지 않고,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219님에게 즐거운 2026년이 되기를 바랄께요!

  • 3. 우와
    '26.1.17 4:34 AM (180.70.xxx.42)

    무엇보다 부부 사이좋고 취향 같으신 점이 제일 부럽네요ㅎㅎ
    행복한 이야기 가끔 전해주세요!

  • 4. 부럽네요
    '26.1.17 4:37 AM (210.106.xxx.91)

    메인의 겨울은 진짜 혹독해서 그곳서 학교 다니는 울 아이는 너무 힘들어하는데 저두 아카디아 너무 좋아해요. 물론 저는 여름에만 주로 가서 겨울은 상상도 안해봤어요. 겨울에는 당연히 닫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연다면 한번 가보고 싶네요^^

  • 5. ...
    '26.1.17 4:56 AM (71.184.xxx.52)

    180님 안녕하세요?
    행복한 이야기라 말씀해 주시니, 갑자기 행복해지네요!
    고맙습니다.

    210님
    안녕하세요?
    겨울의 아카디아는 여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에요. 북적북적한 바 하버가 텅텅 비고, 아카디아 내에서도 갈 수 있는 트래킹 코스가 제한적이에요. 그런데 그 제한된 곳에서 느껴지는 겨울 아카디아의 맛이 저는 참 좋아요. 동네 주민들이 일 끝나고 노르딕 스키 가져와서 쓰윽 동네 산책 하는 모습도 재미있고요.
    원글님의 자녀분이 추운 메인에서 건강하게 겨울나기를 바랄께요! 감사합니다.

  • 6. 많이 부럽네요
    '26.1.17 5:24 AM (39.125.xxx.225)

    내가 원하면 충분히 계획하고 시도 할 수 있을 텐데 긴 세월을 맘만 먹고 있네요.
    자주 소식 올려주시면 같이 즐거울 듯 합니다.
    두분의 결이 같은 삶이 앞으로의 겨울여행을 더욱 빛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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