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질나는 이혜훈의 사과
2025.12.30.
이혜훈의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보고 구역질이 올라와 토할 뻔했다.
<이혜훈, 내란 옹호 사과…“당파성 매몰돼 본질 놓쳐”>
https://v.daum.net/v/20251230094902975
아무리 장관 자리가 좋다고 하여도 자신의 60년 인생을 눈깜짝 하지 않고 하루 아침에 부정하는 그 모습에 아연실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용기(도박?)를 높이 사고 싶을 지경이다.
인생관과 세계관, 가치관이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겠으나,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1백억을 이 자리에서 바로 준다고 하여도 나는 내 62년의 인생을 부정하는 짓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만약 이혜훈 같은 짓을 한다면 내 딸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실망할까봐 두려워서도 못하겠다.
환갑을 지나고 나니 돈과 지위, 명예가 부질해 보여서 그런가? 돈이야 남은 여생에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소박하게 살 수 있는 정도만 있으면 될 것이고, 이 나이에는 가까운 지인들의 관계가 중요하지 더 올라갈 지위에 무슨 욕심이 있겠는가? 막상 나에게도 이혜훈과 같은 제안이 들어오면 달라질까? 이혜훈의 뻔뻔한 사과가 괜히 나도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주니 고맙긴 하다.
당파성에 매몰되어 본질을 놓쳐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했었다고? 우리 비뚤어져도 말이야 바로 하자. 이혜훈에게 무슨 보수의 당파성이 있었을까? 자신의 이익에 매몰되어 본질을 놓친 게 아니고?
이혜훈은 2012년 18대 대선 때까지는 박근혜에 딱 붙어 있었던 대표적인 친박 여성 정치인이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서 이혜훈을 잘 챙겨주지 않았는지 이혜훈은 자당의 대통령과 정부를 노골적으로 씹어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박근혜 탄핵에 앞장섰다.
그런데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하고 김건희와 함께 박근혜보다 100배나 더 국정농단을 일삼은 윤석열을 옹호하고 윤석열 석방을 외쳐대었다. 당파성에 매몰되었더라면 박근혜 탄핵에 앞장서고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옹호할 수 있는가? 윤석열에 비해 조족지혈의 잘못을 한 박근혜 탄핵 반대에 목숨이라도 걸었다면 이혜훈이 당파성에 매몰되어 그랬다는 걸 믿어주겠지만, 일관성도 없는데 당파성에 매몰되었다니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모르겠다.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로 사과의 무게를 증명하고, 갈등과 분열을 청산해 새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아무렇지 않게 말을 표변하는데 그 행동과 결과는 어떻겠는가? 제발 그냥 이재명의 꼬붕 역할만 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생각하지 마라.
국힘당 지도부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이재명측과 뒤에서 거래를 하고,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내정이 확정될 때까지 딜이 불발될 걸 대비해 국힘당 당협위원장으로 당협 감사도 그 직전까지 받는 치밀함도 보인 이혜훈이 통합을 말하다니 어이가 없다. 이재명이 야당과 연립정부를 구상한다고 발표하거나 협치를 위해 국힘당과 사전에 협의를 한 사실도 없다. 국힘당 분열을 의도한 꼼수에 불과한데 무슨 통합을 운운하는가? 이혜훈이 이재명에 투항한 것은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더욱 더 분노의 정치를 조장할 뿐이다.
국힘당 지지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와 중도층도 이혜훈의 투항을 통합의 메시지로 보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도 이재명의 이번 조치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통합의 정치로 보는 지지자는 극히 드물다. 이혜훈이 자신의 변신을 포장하기 위해 ‘통합’을 모독하는 것일 뿐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행위임을 파악 못한 지력과 판단력, 정치철학을 가진 자가 일국의 곳간 열쇠를 쥐고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을 할 수 있을까?
보수적 기독교 세계관에 갇혀 스쿠크법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자가 국가경제를 제1로 두고 정책과 예산을 판단할 수 있을까?
자신과 경쟁한다는 이유로 자당의 다른 경쟁자를 공격하기 위해 귀중한 국회 질문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에게 공공의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국힘당이 망했던 이유는 이혜훈 같은 기회주의자, 기득권 세력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혜훈을 보면 국힘당이, 보수 진영이 왜 이 꼴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혜훈의 투항은 윤어게인 세력에 장악된 국힘당에게 뼈 아플지 모르지만, 보수 전체로 보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이혜훈 같은 기회주의자가 이제 더 이상 보수를 참칭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보수 입장에서는 쓰레기를 이재명이 치워주니 얼마나 고맙겠나?
이재명이 보수를 흔들어 판을 주도하는 고도의 한 수를 둔 거라고?
지금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사이트를 들어가 보라. 민주당 지지자 집토끼들이 문을 박차고 나가 산토끼가 된다고 난리다. 민주당 탈당한다는 사람, 이재명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사람들도 나오고 이재명의 이번 조치에 긍정적인 댓글은 10%도 안 된다. 아마 이번 주말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의 이재명 지지도는 지난 주보다 낮게 나올 것이다. 국힘당에 수류탄을 던졌다면 민주당 지지자에게는 핵폭탄을 터트린 것이 이번 이혜훈의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이다.
이런 민주당 지지자들의 성화에 이재명이 끝까지 이혜훈을 감싸고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을까?
이번 사태의 결말은 예정되어 있다. 이혜훈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이재명, 아니 김현지로부터 자진 사퇴 요구를 받을 것이다. 이혜훈의 정치 생명도, 이혜훈의 인생도 종치는 것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