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이고 스포있어요 아직 안 본 분들은 주의!
대홍수 리뷰중에 가장 공감가서 퍼왔어요
(펌)
대홍수의 큰 줄거리는
대홍수로 멸망한 지구에서 탈출한 인류가 신인류에게 주입할 마음을 만들어 주기 위해
주인공이 가상현실에서 아들을 찾으며 모성애를 키우는 이야기다.
그 내용이 맞냐고?
맞다.
이 영화는 재난물일 것 같은 제목과 다르게 SF다.
제목이 이 영화의 큰 에러같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그건 사소한 에러라는 것을 깨닫는다.
주인공은 UN 산하 비밀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직업부터 SF가 맞다.
연구소는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신인류를 만들고자 했다.
육체까지는 순조롭게 만들었으나 그 안에 깃들어야 할 마음을 구현하는 게 난항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가상현실 안에서 대홍수 재난을 경험하며
자꾸 사라지는 아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반복해 모성애를 생성한다.
이 영화는 거대한 모성애 만들기 프로젝트인 것이다.
이게 내가 이해한 내용인지 모르겠다.
왜 마음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렇단다.
그 마음이 왜 또 모성애여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 역시 그렇구나하고 넘어갔다.
아마도 신인류를 새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모성애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혀 새롭지도 않고 촌스럽기까지 한 상상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에서 모성애란
여성 캐릭터는 쓰고 싶은데 상상력이 빈약할 때 쓰는 설정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 모성애를 그리는 방법이 존나 촌스러우니까.
대홍수에서의 모성애를 묘사하는 방법도 여태 보던 그런 거다.
초반부는 가상현실이라는 설명없이(아마 반전을 위해) 재난물처럼 전개하는데
3층이던 집에 갑자기 물이 차오르고 주인공과 아들은 대피하기 시작한다.
이 대피 과정에서 주인공에게 감동 없고 쓸데 없는 장애물을 준다.
아들은 시작부터 올라가는 내내 징징댄다.
방 안에 물이 차오르는 데도 수영장 같다고 좋아한다.
수상할 정도로 깨끗한 물이기 때문인 걸까?
해운대보다 현실성이 없는 물이었다.
아무튼 이 아들은 이해 안 되는 떼를 쓴다.
고난을 주기 위해 작위적일 정도로 짜증을 유발하는 징징거림을 말이다.
아이들도 ㅈ댐 감지 센서가 있다.
폭우가 내리고 방에 물이 차면 이거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단 말이다.
괜히 아이들이 부모님들이 싸우면 눈치보는 게 아니다.
애들도 육감이란 게 있다.
근데 자기를 윗층으로 올려보내다 엄마가 바다에 떨어졌는데도 계속 떼를 쓴다.
하...
심지어 주인공은 애가 자꾸 떼를 쓰기 때문에
그 가녀린 몸으로 애를 업고 계단을 올라간다.
대여섯살 쯤 되어 보이는 아들은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엄마한테 업혀 있다.
그걸 또 잘 올라간다.
주인공은 연구원인데 신기하게 체력이 너무 좋다.
잠수 시간도 길다.
연구원이 아니라 해녀인 줄 알았다.
이와 반대로 모순점도 있다.
연구원이라기에는 머리 안 돌아가는 행동을 너무 한다.
비상 계단으로 올라가는 중에 계단에 짐이 쌓여 길이 막혔다.
이 때 주인공은 굳이 위험한 난간으로 올라가려 한다.
짐을 치우면 되잖아!
왜 안 치우냐고! 멍청아! 소리가 나오게 한다.
어이없는 건 그렇게 고생하며 올라가는 묘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다음 장면에서 그냥 다음 층에 있다.
이런 답답함을 느끼는 데도 영화를 보다 보니 상황에 슬슬 몰입이 되려 한다.
되려 했는데...
갑자기 아들은 똥이 마렵다고 한다.
하!
이렇게 흐름을 끊다니.
그리고 뒷 장면에서 아들이 저혈당으로 아프고 바지에 오줌을 눈다.
똥! 오줌!
어우 짜증나!
엄마의 고행을 집요하게 보여주면서 모성애를 표현하는 방식은 너무 지겹고 촌스럽다.
짐 지고 가는 노새를 보며 어머니! 하고 우는 수준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다.
중간에 복도에서 산고를 느끼는 임산부를 보여주면서 결정타를 날렸다.
봉준호의 마더처럼 모성애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면
한국 영화계에서 모성애는 100년간 압수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 긴박감 없고 늘어지는 피난 과정은 옥상에 도착하면서 끝난다.
실험체인 아들은 뇌?가 뽑혀 죽고 주인공은 헬기를 타고 탈출한다.
그 후에는 우주로 간다.
네? 갑자기요?
이제 숨겨진 영화 배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주선이 망가지고 주인공은 크게 다친다.
죽어가는 주인공은 가상현실에 들어가 자신이 해야 할 모성애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가상현실의 배경은 위에 설명했다시피 대홍수 재난 상황이다.
이곳에서 주인공은 자꾸 어딘가로 사라지는 아들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죽기를 반복하며 타임루프한다.
그렇다.
이건 타임루프물이었다.
반전인 것 같았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보통 이런 건 앞에 나열한 단편적인 정보와 장면이 후반부에서 맞아 떨어지면서 희열을 주지 않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컨택트처럼.
근데 뭐...
덤덤했다.
감동도 없고 놀라움도 없고.
그렇게 무표정으로 보고 있었는데
결국 주인공이 아들을 찾고 함께 파도를 맞으면서 가상현실은 끝난다.
제목이 등장하고 끝났나 싶을 때 지구로 돌아가는 씬이 나오면서 완전히 마무리된다.
재난물이라기엔 애매하고 SF라기에는 허술하고
정말 이상한 영화다.
인터스텔라처럼 SF 배경 속의 가족애를 그려내고 싶은 것 같은데
잘 안 된 것 같다.
조금만 각본을 더 다듬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가장 의문인 점은
어차피 뻔하디 뻔한 모성애를 보여줄 거라면
굳이 SF 배경을 설정해야 하냐는 것이다.
모성애를 느끼는 장면이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는 장면인 건
진짜 탄식이 나왔다.
맨날천날 사골처럼 우려먹는 장면이다.
좀 다른 에피소드를 고민할 수는 없었을까?
하...
이 영화를 보고 나니까 타임루프를 하고 싶어졌다.
나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낭비한 1시간 50분을 새롭게 쓰고 싶다.
아 참고로 전독시보다는 연출이 낫다.
쓸데없는 클로즈업은 너무 많지만.
2점을 준 건 평작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궁금하면 한 번쯤 보는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