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참 뜬금없이 웨하스가 먹고 싶었어요
참으로 뜬금없죠.
웨하스 생각이 나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버지 생각도 났어요
찢어지게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난 죄로
내 땅뙤기 하나 없이 평생 남의집 땅을 빌려
농사지으며 부모님에 형제에 자식들 챙기며
사느라 참 고생 많으셨던 아버지.
먹고 사는게 바쁘고
줄줄이 챙길 사람이 많아,
세심하게 자식들 챙기고 표현하는 것에는
좀 서툴렀던 아버지가
어느날엔가 한참 낮잠을 자고 있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손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제겐 국민학교 였던
학교 소풍날에나 받아볼 수 있는 용돈.
과자 사먹을 천원 한장을 소중히 받아들고
백얼마 하던 과자 두개를 사면
그중에 하나는 꼭 웨하스를 샀었지요
언젠가 무심코 샀던 웨하스를 먹지 않고
이가 약한 아버지가 드시면
딱딱하지 않고 사르르 녹으니 괜찮겠다 싶어
과자 포장도 뜯지 않고 가방속에 소중히 넣어
뛰듯이 집에 돌아와
아버지를 드렸더니
맛있게 드시며 좋아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그 순간 마음 어느 한 곳에 콕 박혔나봐요
그 후
소풍날이면 저는 항상 웨하스를 꼭 사서
가방 속에 넣어놓고
그대로 집으로 가져와 아버지를 드리고
옆에서 나눠 먹었어요
그랬던 웨하스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생각이 난거에요.
생각해보니
그때의 아버지는 참 젊으셨네요.
하늘로 떠나신 날도 젊디 젊은 오십 후반이니
국민학생 딸과 웨하스를 나눠먹던
아버지는 얼마나 젊었던 건가요...
며칠전엔 tv에서
주황색 감들이 줄줄이 매달려
곶감이 될 준비를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또 아버지 생각이 났더랬지요
늦가을 수돗가 옆에
파란 비닐을 깔고
수북히 쌓인 감 옆에
아버지가 자리 잡고 앉아
수동 감깎이에 감을 꽂아 돌돌돌 돌리면
엄마는 옆에서 말갛게 깎여 나온 감을
싸리나무 꽂이에 꽂으시고
저는 옆에서 감 껍질을 담았지요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시원하게 살랑이고
감 냄새는 달콤하게 싱그럽던
그때의 가을날이 생각 났더랍니다.
아버지
그곳의 가을에서 잘 지내고 계신지요...
**가을이 짙어지고 있어서 그런걸까요?
뜬금없이 웨하스도, 아버지도 생각나
주절거려 보았답니다...
82회원님들~ 추워지는 겨울 건강관리 잘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