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10년도 넘은 것 같아요.
엄마가 여기저기 아프다 기운없다며 점점 살림에서 손을 놓고 바깥활동도 거의 없이 집에서만 지내신지.. 처음엔 무슨병일까 싶어 이런저런 검사를 다 해봐도 딱히 나오는 병명이 없고, 간혹 반짝 기운내는데 효과를 보곤 했던 한약도 이젠 소용이 없어졌네요..
몇년 전에야 우울증 증상인 것 같아 병원에 가보시라고 했지만, 나이드신 분께 정신과 병원은 크나큰 낙인처럼 느껴지는 곳인지 절대 가지를 않으세요..
아빠가 계시지만, 사이가 썩 좋지 않으시고.. 식사는 두분이 하루 두번 매식으로 해결.
오빠는 남자라 자주 연락도 안하고 뭐.. 엄마의 상태에 대해 크게 걱정도 하지 않는 것 같고..
문제는 제가 영향을 받는 부분인데, 안타깝지만 엄마는 엄마의 삶이고,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다짐을 하지만.. 쉽지 않네요. 가끔 통화라도 하는 날이면, 매번 살기 힘들다.. (엄마 스스로) 사람 구실도 못한다.. 사는게 자신없고 불안하다.. 이런 말씀을 계속 하시니.. 아닌척 해도 우울이 뼛속까지 전염되는 기분이에요. 옆에서 평생 보고 배운걸 무시할 수 없듯이 저의 노후의 상태가 심각하게 걱정되기도 하구요..
저도 이제 갱년기 나이인지라.. 내 몸 하나, 내 정신 하나 건사하고 사는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가까운 엄마까지 이러시니... 매번 죄책감과, 그래도 엄마와 나를 분리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마음이 싸우곤 합니다..
저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