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느질 할 게 많아가지고 이것저것 하다가 갑자기 중3 때 가정 선생이 생각이 나요.
제가 50대 초반이니까 그때만 해도
중3때 수능처럼 한날 한시에 시험을 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냐 못 가냐 정 할 때였어요.
제 기억에 200점 만점이었던 것 같고.
근데 가정 선생이
첫 수업 들어올 때부터
그냥 짜증이 가득하더라고요.
50대 전후였는데
부스스한 단발 파마.
얼굴에 화장기는 하나도 없고
2학기늦가을.
그러니까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거죠.
다음 가정 시간에
무슨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했어요.
아마 그게 바느질 비슷한 거였던 거 같은데
지금처럼 학교 문구점에서 일괄적으로 파는 것도 아니고
엄마한테 부탁해서 알아서 가져오는 거였는데
그 당시 우리 엄마한테 부탁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부탁한다고 우리 엄마가 잘 해 줄 분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준비를 못해갔거든요.
못 가져가니 혼나야지 어쩌겠냐 하고 그냥 갔어요
그때 65명쯤 됐는데
안 가져온 애들이 저말고도 꽤 많았어요.
안 가져온 애들 전부 일어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모두 일어났는데
막 흥분을 하더니
너희들 전부 다 인문계 고등학교 제발 떨어지라고 빌 거라고 악담을 하더라고요.
근데 그 중요 시험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나 그 준비물 하고 시험하고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 갑자기 그때가 떠오르더라구요.
그 어린 나이에도 차라리 손바닥 종아리를 맞고 말지. 그 악담이 너무 수치스럽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