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손등에 새끼손톱만한 오래된 흉터가 있거든요.
특별히 어떤 모양이다 생각하지 않고 손도 못 생겼는데 흉터까지 있으니 더 보기 싫어서 콤플렉스로만 여겼어요.
그런데 몇 년 전에 호감 있는 남자랑 있는데 그 사람이
"손등에 그 흉터..."
이렇게 언급하는 거예요.
저는 화들짝 놀라서 손을 감췄어요. 아마 표정도 굳고 방어적이 되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 남자가 이어서 하는 말이 절 감동시켰어요.
"그거 꼭 웃는 입 모양 같아요."
와. 저는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러고보니 누운 초승달 모양의 흉터가 그렇게도 보이더라고요.
너무 아름다운 말이라 계속 생각날 거 같다고 대답하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죠.
그러자 그는 또 지금 웃는 입 모양이랑 완전 똑같다고 ㅎㅎ
이게 십년 전의 일인데 잊고 있다가 며칠 전에 갑자기 떠올랐어요.
왜 이 달콤한 추억을 잊고 살았던 걸까요 저는.
10년 전 그 말을 듣는 순간 손등의 흉터가 정겹게 느껴졌는데 그 기억을 깊이 묻어두고 있었어요.
갑자기 떠오른 기억 덕분에 거친 흉터가 과거의 아련한 순간과의 연결고리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