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십대 후반에 대학원을 갔어요.
학부 졸업 후에는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이십년 하다가 퇴직하고 몇 년 쉬다 학부 전공으로 대학원을 간거죠.
원래 체력 안좋고 즐거움이나 재미를 느끼는 인자가 생래적으로 거의 없는 인간형이라 해야할 일만 책임감있게 하며 살아왔어요. 사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대학원 들어가서 학부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다이어트하며 운동도 해서 이십대 몸무게로 돌아가 건강상태도 젊을 때보다 낫다 싶기도 했어요. 그 직후 완경이 되고 재취업해서 일만 겨우 하고 살다가 작년 말에 그만 두고 다시 일자리 알아보는 중인데 의욕이 전혀 안생기네요. 오늘 두 곳에서 면접 오라고 연락이 왔는데 이 나이에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너무 가기가 싫네요. 대학원 가고 재취업할 무렵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반짝하는 시기였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