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본가다녀오고 그동안 참고(그래, 한 인간으로서 아버지도 못 배워 육체노동하며 힘들게 산 불쌍한 사람이지) 참았는데 뭔가 버튼이 눌린 느낌입니다
흔한 스토리일 거에요
없는 집 장남(외아들) 아버지는 부모형제에게 인정받고 싶어 처자식 부양도 버거운 벌이에, 쪼개서 부모형제에게 썼어요(저도 자식 키우지만 자식 생각하면 그럴 수 있을까요??)
돈얘기하면 크게 싸우니 엄마는 알아서(아버지가 주는대로)생활했구요(저희 대학학비 내야할 돈으로 할머니 병원비 천만원 이상을 결제한 적도 있어요, 이십년전에..아주 잘 사는 고모들은 50만원 내더라구요ㅎㅎ, 그 할머니 병간호도 언니랑 제가 교대로 두달했어요)
정신적으로도, 따뜻한 아버지도 아니었고 늘 자격지심에 주눅들어 있는데다 험한 일 하니 사회생활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걸 처자식한테 풀었죠
어릴적 집에 술손님들이 많았는데 그 사람들 앞에서 저희들한테 눈부라리며 들어가라고, 어른들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저흰 그럴애들도 아닌데) 손님들이 민망해하며 같이 밥먹자고 하면 쟤네들은 밥먹었다고.. 저흰 손님들 다 돌아가면 나와서 남은 반찬에 밥먹고 설거지하고ㅎㅎㅎ
이제와서 자긴 젊은 사람들이랑 소통하고 싶다며(누가 좋아하죠??) 자꾸 대화를 시도하는데 너무 싫어요
제대로된 노인이면 나이들수록 입을 닫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외에도 수많은 스토리가 있지만 생략하고..
그나마 엄마가 멘탈이 강하셔서 저희형제들은 사교육없이 겨우 대학 다 마치고 머리도 좋은 편이어서 의사, 교사, 공사 등 다섯형제가 다 안정적으로 잘살아요
그러니 주변사람들이 또 아버지한테 부럽네 어쩌네 하니 어깨가 으쓱해져서는, 자식들이 본인을 모른척해도 행복한 것 같아요
자식들은 아버지한테 전화 한 통 안해요
병원도 혼자 다니고 자긴 자식들한테 피해 안주는 훌륭한 노인이라고 생각할 거에요
엄마가 그동안 잘 버텨오셨는데 나이들며 마음이 약해지셔서 이번 설에 가니 우울증, 약간 치매 증상이 보여서 제가 터져버렸어요
저도 엄마닮아 멘탈이 강한데 하루종일 눈물이 나고 엄마, 어린시절 저희 자매들이 너무 불쌍해서..
아버지도 객관적으로는 불쌍한 인간이지만 그렇게밖에 못 했을까..
지금도 본인 어머니(저에게 친조모) 요양원비를 힘든 일 하며 혼자 부담하는데(그러면서 엄마한텐 생활비도 안줘요ㅎㅎ) 고모들은 자기 자식한테 주려고 모른체하며 사는데 저러고 싶을까
요양원비 나눠내라고 아버지한테 말하면 내도리만 하면 된다며 신경 끄라고, 너한테 손 안벌린다고 해요
자기가 벌어서 혼자 다 쓰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대요
제가 직접 고모한테 전화해서 나눠내라고, 그동안 아버지가 독박부양했던 것도 얼마간 부담하라고 하고 싶어요
그나마 할아버지는 본인 살던 집이며 예금 안쓰고 제 남동생(할머니는 얘 낳으라고 갖은 구박을 다 하셨죠) 준다고 하셨으나 일찍 돌아가시고 결국 고모가 다 가져갔어요
그 모든걸 엄마는 또 꾹꾹 참으셨어요
그 심정이 어땠을지...
제가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 사는 고모들한테 터트릴까요
아버지가 난리날테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