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v.daum.net/v/20250124003610690
국민일보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언론을 통해 관찰한 그의 행태로만 짐작해본다.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증상을 보면 ‘병리적인 나르시시스트’에 가깝다. 자기애성(narcissistic) 성격장애의 핵심 증상은 자기 자신을 과대하게 확장하는 특징을 가진다. 내가 하는 일이 언제나 옳다. 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총선에 크게 패하자 부정선거 프레임에 심취한다.
국회를 무력화하고 비상입법기구를 만드는 게 답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면 바로 현실을 왜곡한다. 장관이 받았다는 쪽지도 전혀 모르는 일이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도 없었다고 잡아뗀다. 전문가들은 거짓말이 나르시시스트의 제2의 천성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원하는 망상에 따라 스스로 만든 거짓 세상에서 살기 때문이다.
병리적 나르시시스트가 최고지도자가 되면 정말 위험하다. 국가의 지도자가 되면 폭군이, 종교단체의 지도자가 되면 교주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신흥종교 교주들을 보면 신과 동급이라며 과시적 자기애를 보이지만 결국 성폭력 사범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 까불면 죽어!” ‘과대자기’ 끝판왕인 전광훈 목사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때가 되면 효과적인 죽음의 기회를 주겠단다. 건강한 종교인이라면 오히려 자기를 낮추고 타인을 돌보며 연대하는 이타적 사랑이 필수적이다.
나르시시스트의 빈약한 내면이 무속의 덫에 빠지면 최악이다. 우주의 모든 신령들의 힘을 빌려 자신이야말로 하늘이 선택한 유일무이한 주인공이라는 망상을 키워나가기 쉽기 때문이다. 왕(王)자를 손바닥에 쓰고 토론회에 나가면 대한민국의 왕이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