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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안녕

조회수 : 2,919
작성일 : 2024-09-29 19:28:44

어머니께서 소천하셨습니다.

 

 느닷없는 사고로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몇번 넘기고 코와 목에 호스를 꽂은 채로  아무 의식이 없이 누워계셨어요.

제발 숨만이라도 붙어 있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함은 평소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의사가 분명했던 어머니의 생전의 의지를 꺽지 못했어요. 

2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부모님이 병환중에 있으면 자식중에 나몰라라 하는 자식도 생기고 형제간에 갈등이 생깁니다.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으니  찾아오는 자식을 못알아보는 것도 야속합니다. 

아무리 주물러도 굳어서 펴지지 않는 팔다리 관절이 안타깝고 가래끓는 기도를 석션으로 훑어낼 때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그때 기도삽관하는 걸 동의하지 않고  순리대로 보내드렸다면 어머니나 남은 가족이 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하구요.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돕는 것도 힘에 부쳤지요.

 

불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가 삶의 마지막 시간을 침상에서 견디어 준 시간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식이 있었으면 그 시간이 더더욱 지옥이었을텐데 차라리 다행이다.

그때 그렇게 황망하게 떠나셨으면 가족들에게 후유증이 오래남는 충격이었을텐데 버텨주셔서 다행이다.

이렇게 충분히 가족들이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있어 다행이다.

십년을 누워 계시다 가시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비교적 덜 고생하시다 가셨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머니가 평생 벌어놓은 돈으로 병원비 감당하셨으니 너무 다행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을 고른듯 

추석이 막 지나고 억수로 비가오고 하늘이 푸르게 개인 날 어머니는 많은 다행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2년전 장례를 치른 이상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혹시 이번에 반복될까 걱정했지요.

아버지가 무너질까 염려되었고

저 자신도 그때만큼 힘들까 미리 겁이 났어요.

 

그런데 평온합니다.

이미 애도의 과정을 모두 거친 것 같아요.

엄마 잘가요

IP : 1.238.xxx.13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엄마 안녕
    '24.9.29 7:33 PM (218.158.xxx.62)

    제가 딱 일주일 먼저 보내드렸었어요.
    떡 제가 쓴듯한 제가 말했던 엄마 안녕 글을 보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 2. 평안
    '24.9.29 7:39 PM (118.235.xxx.146)

    어머니 편히 쉬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 ㄴㅇ
    '24.9.29 7:44 PM (175.113.xxx.60)

    의식 없으셔서 너므 너무 다행이네요. ㅠㅠ

  • 4. 슬픈환생
    '24.9.29 7:54 PM (61.77.xxx.109)

    엄마! 미안해요. 수고하셨어요.
    저도 올해 엄마가 소천하셧어요.
    마치 우리 엄마랑 상태가 같아서 감정이입돼요.

  • 5.
    '24.9.29 7:55 PM (175.208.xxx.213)

    저도 작년 추석 지나고 비가 추적추적 오더니 쌀쌀해진
    어느 날 오전에 떠나셨어요.
    우리 아빤 8개월 정도 요양병원에 계시다 가셨는데 병상에서 고통스럽고 불편하셨겠지만
    우리가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시느라
    힘든 병상 생활을 견디셨던 것 같아요.

    돌아가시기 3일전 제 꿈에 나와서 이제 아파서 그만 가야겠다 하시더니 진짜 그리 떠나셨네요.

    그립고 아프네요. 아직은...

    병간호에 장례에 고생하셨어요.
    힘내요, 우리

  • 6. ㅇㅂㅇ
    '24.9.29 7:58 PM (182.215.xxx.32)

    가족들을 위해
    힘든 병상 생활을 견뎌낼 필요가 있는거군요.....

    어머니 고생많으셨어요..

  • 7. 맑은향기
    '24.9.29 8:23 PM (121.139.xxx.230)

    어머님
    좋은곳에서 편안하게 쉬실꺼예요

  • 8. 토닥토닥
    '24.9.29 8:57 PM (116.41.xxx.141)

    원글님도 아버님도 길떠난 꿋꿋한 어머님도 다 평안하시길 ~

  • 9. 바이올
    '24.9.30 12:28 AM (182.227.xxx.100)

    그러고 보니 저도 엄마가 가신지 1년이 지났어요. 저도 그때 원글님과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남겨봅니다. 저도 엄마 안녕하며 덤덤하게 떠나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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