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인데요
이 동네 집이 드문드문 서로 떨어져있는데
다 남서향이거든요
울집도 남서향 이었다면 서너집이 거실창에 보였을텐데
울집은 남동향이예요
서울 아파트에 있을땐
낭서향을 훨씬 선호했거든요 더 밝아서
근데 여기에선 남동향이 훨 좋네요
눈에 민가나 사람 흔적이 전혀 없다는게
일단 그 무엇보다 너무너무 좋구요
아침에 새벽마다 일출 빛으로
태양이 저를 깨워줘요
매일 똑같은 시각에요
4시반이라는게 함정 ㅋㅋ
아무튼 이게 남서향이었으면 앞집 그앞집까지 다 보이고
골목까지 다 보이니 은근 스트레스였을거같아요
이웃집 불빛도 보이고 마당도 보이고
원치않아도 사람도 있는지 드나드는 상황이 다보일거거든요
그래서 혼자 이집만 남동향인게 어찌나 좋은지 몰라요
집 지으신분의 탁월한 선책
거실 통창으로는 온통 초록 자연만 보이는데요
눈앞에 보이는 정면으로
일단 저희집 정원이 있고
그리고 그 뒤배경으론 온통 광활한 키큰 옥수수밭
또 그뒤 배경으로는 거대한 나무들이 길게 늘어서있는 야트막한 산이 숲이 보여요
그러니까 거실창으론
그 어떤 다른집이나 사람이
인위적인 것이 전혀 안보이는거죠
이게 영구조망이라는게
그게 참 너무 맘이 편해요
그래서 그런지
여기와서 암것도 안했는데
그냥 먹고 자고 책보고 멍때리고..
도시에서 힘들었던 마음이 절로 사라지는듯 합니다
우울 무기력 오래된 분노 앙금..
이런게 점차 옅어지는게 느켜져요
내안의 독성들이 빠져나가고 있어요
풀벌레 소리, 새소리에
별은 총총하고
밤은 새카맣고..
풀과 나무는
울집을 둘러싼 키큰 옥수수들은
바람에 일렁이고
바람불때마다 잎사귀들이 부딪쳐서
듣기 좋은 소리가 나요
그냥 이런 초록 풍광에
자연의 소리에 빠져있다보면
그 자체가 치유인것 같아요
아무튼 인위적인게 암것도 안보이고
오직 자연만 가득한 그런 환경이
인간에게 참 중요한거구나...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곳을 떠나있는다는 것
엄마와 떨어진 아가가 되는것과 같구나..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굳이 시골까지 오지 않아도
거실창에 온통 초록만 보이는 집
그런 집에 사시는 분도 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