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그 사이 5번 이상은 했는데 그걸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둘 다 성인이고 이제 취업을 앞두고 있는데. 여태 안 꺼내 보다가 이유는 슬퍼서. 오늘 뭔 바람인지 장농 아주 깊은 곳에 숨겨둔 일기장을 꺼내 읽었어요. 일기를 가장한 육아일기.
그날그날 아이들이 이런 이쁜 짓 했어요가 주 내용이지만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너무 행간이 읽혀져서 그 당시의 내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났어요.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아이 둘이 내게 했던 예쁜 말들. 귀여운 짓으로 커버하며 내 영혼을 송두리째 바쳤던 그 때. 남편은 새벽 2시 3시 일주일에 5번을 술 먹고 귀가하던 그 때. 아이들이 주던 행복감으로 남편의 가정에 대한 소홀함 무심함을 상쇄하지 못해 우울했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네요.
3층 빌라에 전세살며 작은 아이를 포대기로 업고 큰 애는 손을 잡고 시장을 보러 다녔던 이야기. 작은 애 젖을 떼느라 대일밴드를 유두에 붙였더니 큰 애가 떼라고 울던 이야기. 동생 뭐 먹냐고...엉엉.
그 때가 큰 애 4살. 그렇게 나에게 행복감을 주었고 세상의 모든 것이였던 큰 애. 그 시절 아무에게도 위안도 응원도 받지 못하며 마지막 힘을 짜내 육아를 해냈던 시절. 남편은 있으나 절망의 구덩이로 밀어넣었던 인생의 찬란했지만(아이들과의 사랑) 가장 우울했던 시절(남편과의 불화)이였다고 감히 평가해 봅니다.
버릴까 말까 오늘도 뒤적거리다 둘째 초음파 사진도 간직하고 있네요. 근데 다 날라가서 흐릿.
30년전 미쓰일때 일기장도 있던데 그건 버렸어요 유치뽕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