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 ..
얘가 되게 건방져요
손 좀 달라고 하면
무슨 임금님이 신하에게 진상품 하사하듯
눈도 안맞추고 영혼 따위 하나 없이
앞발을 툭! 던지듯
거지에게 적선하듯
옛다 손!
이런 느낌으로 줍니다
객관적으로 포동하고 이쁜 발도
아닌데 이래요
뭘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유튭 보니까
강아지들이 손을 살살 조심스레 주거나
차라리 안 주는 게 낮겠어요
얘한테 손을 한번 받고 나면
기분이 참 애매모호하거든요
이게 좋긴 좋은데...
뭔가 ... 내가 뭘 잘못했나 싶게
자존감을 떨어지게 합니다
저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데
우리 강아지 손 앞에서면
자존감이고 나발이고 다 무너지나 봅니다
이 귀한 손 .... 아니 발
평소에도 만지는 거 당연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잘 때 몰래 만져 봅니다 ..;;(감질납니다)
발톱은 당연히 못 깎고 ...
산책가서 아무리 갈아대도
귀신 발톱입니다 ..;;
얘가 웃긴 게
공놀이 할 때
공들고 손! 하면 또 잘 줍니다
이때 역시 진심 영혼이 1도 없이
생기발랄한 눈은 공만 뚫어져라 보면서
표정이 딱 이거에요
옛다! 손 ....
빨리 공던져요! 급해요! 빨리! 빨리요!
이런 자존심 상하는 순간에도
손을 구걸하는 나 자신이 ...
좀 ......... 없어보이지만 .......
우리 강아지의 손은
정말 .... 너무 사랑스럽네요 (헤헤)
이런 식으로 우리 강아지가 나를 끊임없이
발스라이팅을 해대니까 .....
결국 못난이 발을 추앙하고 관리하는
단계가 된 거 같네요
어이없게도 이 녀석은 산책 다녀오면
발을 닦고 마음껏 조물조물하라고
싫은 기색없이 얌전히 있습니다
이게 그러니까 알아서 닦아달란 거죠
진짜 귀족혈통인가 잠시 의심하게 되네요
사시사철 미온수로 닦고
하루 (두번 산책 중) 한번은
향긋한 강아지샴푸로 닦고
또 헹굽니다 ...
그리고 냅다 품에 안고
우리 강아지가 좋아하는 포근한 면수건으로
꼼꼼하게 발젤리 하나하나 물기 싸악 빼주고
요즘 얼룩덜룩 색이 빠지고 있는 새까맸던 발젤리에
또 달콤한 향이 나는 에센스를
동글동글 굴리듯 마사지하며 발라주면
임금님 발 수발이 끝이 납니다
이 정도면
우리 강아지 발은 금덩이가 맞나 싶은데
이게 다 .... 발스라이팅 때문같아요 ㅜㅜ
햐 ..... 힘ㄷ
사람이고 강쥐고 간에
손(발) 줄 땐 일단 튕기고
억지로 주는 척하는 거
국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