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출가외인이니 지금 돌봐주는 딸은 가족 납골당 오지말라는 친정엄마 보니 생각나네요.
근처 살던 어떤 분이 아들 가게 열었대서 엄마랑 축하하러 갔어요. 아들 부인, 즉 며느리 얘길 하다가 며느리가 공부하는 거 있는데 이제 그만두고 본인 아들 뒷바라지 하라고 해야겠다며 여자가 공부해서 뭘하냐고 하시더라구요.
음.. 별로네 생각하던 중에 그 집 딸 얘기가 나왔어요. 아들 여동생인데 무슨 예체능 전공이더라구요. 딸이 그 동안 공부한 게 아까우니 석박사 했으면 한다고.
한 자리서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거 보고 참 어이없더라구요. 며느리더러는 여자가 공부해서 뭘하냐 하고 딸은 공부한 게 아까우니 계속 학위 따라고.
제가 한 번은 남친과 그 어머니 모시고 밥을 먹는데, 큰 요리 나와서 어머니 먼저 드리고 다 나눠먹고, 마지막에 조금 남은 걸 걷어서 친구 덜어주고, 저는 그릇 빼려고 바닥 소스 긁고 있었어요. 국물이 잘 안 덜어져서 몇 번 서빙스푼으로 긁었더니 갑자기 그 어머니가 아들더러
얘 너도 이거 좀 더 먹어, 하고 절박하게 말하는 거에요.
응? 무슨 말이지, 이거 찌꺼기 남은 거 말하는 건가, 이거 이미 먹을 만한 살은 다 친구 덜어줬고 제가 긁은 건 그야말로 생선 뼈와 소스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친구 어머니는 그것도 아까웠던 거에요. 아들 입에 하나라도 더 넣어야되는데 제가 바닥 긁는 게 아까운거죠. 아들더러 더 먹으라는 말투와 눈빛이 너무 쎄하고 뭐라 말하기도 어렵더라구요.
그 다음해에도 비슷한자 자리가 있었어요. 이번에는 배 부르다고 음식을 남겼어요. 그랬더니 나중에 들리는 말이 왜 식사 자리 있는데 밥을 먹고와서 음식을 남기느냐고.
아 이게 시어머니 용심이구나 싶더라구요. 뭘 해도 며느리는 고깝고 아들은 아깝고.
우리 엄마도 제가 해놓은 음식을 식사 자리에서 다 같이 먹을 때, 그릇을 자꾸 아들 앞으로 슬슬 밀더라구요. 심지어 제가 같이 먹자고 다시 가운데로 놔도 자꾸 아들 앞으로 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