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편 만나 해외에서 삽니다.
친정과 사이가 많이 좋지 않은 탓도 있고, 아이들도 어려서 코로나 이후로 한국을 자주 안 가는 편입니다.
올 해 엄마 형제들이 추석 전에 오랫만에 모인다고 연락이 왔어요.
잘 만나시고 오라 했는데, 제 친 언니가 가족들 모인 자리에서 제 얘기가 나왔다며 저에게 영상통화를 걸어왔어요.
짧게 인사를 건네고, 친척 언니중에 나이가 제일 많은 -저보다 3살 위- A라는 언니가 옆에 앉아 있다며 저랑 통화하고 싶어한다고 핸드폰을 넘겨주더라고요.
참고로 이 언니는 집안에서도 인물났다고 칭찬이 자자했는데, 원래 성격이 드세고 참 못됬어요.
어린 시절, 엄마 형제자매들 가족이 자주 만나서 모이고 놀러다니곤 했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저 언니는 이쁜데 참 못됬다 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성장하면서 딱히 만날 일이 없어서 경조사때 잠깐 잠깐 만난게 접점의 끝이었고 저는 한국에 있지 않으니 저는 더더욱 만나지 않았었고요.
아무튼.....
제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일반적인 대화의 패턴은
"어머 오랫만이다, 잘 지냈니? 어떻게 지냈어? 가족들은 다 건강하니?"
혹은 조금 더 따뜻하게
"외국에서 친정없이 애들 키우느라 고생 많다"
"코시국이라 그간 한국 못들어왔다며? 애들 데리고 와라 한번 보자"
였거든요
그런데 폰을 건네받고, 화면에 딱 얼굴이 비추자마자 한 소리가
"야, 너는 세월을 정통으로 맞았냐?"
저는 마흔 중반이고, 얼굴에 보톡스니 필러니 시술 전혀 안했고, 마흔 중반이지만 그냥 누구나 다 한번씩 들어봤듯이 나이보다 젊어보인다고들 해요. 그렇다고 동안이라고 우기는 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저 첫마디를 듣자마자 지금 내가 무슨 소릴 들은거지 싶더라고요.
그냥 개인 통화였다면 "언니 거울은 보고 살지?" 라던가 "어 나 많이 늙었어. 근데 언니 얼굴에 뭘 그렇게 많이 넣었어? 와...무섭네"라고 한마디 해주고싶었거든요.
코 성형하고, 얼굴에 필러인지 보톡스인지 엄청 맞아서 보기 부자연스러웠어요.
아니면 "언니는 나이 늙어도 말 곱게 못하는건 여전하네" 이래주고도 싶었구요.
그런데 영상 통화는 스피커로 주변에 다 들리니고 옆에 저희 엄마나 이모가 앉아계실터라서, 받아쳐주지 못하고 "그럼, 나이가 몇인데" 하고 말았어요.
나중에 애들이 물어보는거에요.
세월에 정통으로 맞았다는게 무슨 뜻이냐고.
그리고 남편도 한국어를 약간 알아듣는데 처음 듣는 인삿말이라고 무슨 뜻이냐고 물어봐서
남편에게 이런식으로 말을 했다 라고 했더니
그렇게 무례한 발언을 친척끼리 한다고??? 라고 놀라더군요.
기분이 아직도 좀 그렇습니다.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