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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비관주의자에요

ㅁㅁㅁ 조회수 : 1,986
작성일 : 2023-08-23 13:43:41

사실, 그렇게 딱! '비관주의자' 범주에 찰떡같이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관과 비관의 비중을 볼 때 비관이 더 넓고 깊어요.

잠깐 보면 유쾌발랄 하지만

심중으로 깊이 들어가면 넓은 잿빛지대가 나오죠.

저에게 있어서

인생은 고통이 일상이고, 불확실성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노력해도 힘든 여정이에요

(넷플릭스 '스터츠'에 나온 말이 딱 내맘이라 인용했어요)

사물과 현상, 사람을 볼 때 비판할 곳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원만한 가정+사회생활을 위해서 발언은 자제)

 

이 비관주의가 나름 살아가는데 유용합니다 의외로.

미리 준비하고요, 

고통이 다가왔을 때 why me!! 하면서 분노하거나 원망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어쩔 수 없지'가 강해요.

또 왔구나 하면서 존버하며 통과하죠.

잿빛 바탕이다 보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기쁨 몇 방울이 똑똑 떨어지면

금방 선명하게 티가 납니다.

저는 작고 짧은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편이에요.

행복이 올때 저항하지 않아요

슬픔에 종종 빠지기도 하지만

운전대 잡고 라디오에서 감미로운 음악만 나와도

금방 마음이 감동돼요. 아, 이런게 다 공짜라니 왠열..하면서요.

이 힘든 세상에 길가 잡초만 보아도 기특하고

유아를 보면서도 너도 참 살아내느라 애쓰는구나..해요. 

 

며칠 전에는 중요한 스피치가 있는 날인데 오전부터 가정사에 휘말리며

너무나 다운되는 거에요.

아, 이 강의(수강생이 있어서 좀 업 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죠) 우짜노 싶었는데..

의외로 차분하게 진행한 것이

조증의 에너지로 파워풀 했던 것보다 더 나답게 잘한 것 같은 느낌에

깜놀했고, 뿌듯했어요. 실수도 적었구요.

우울함도 쓸데가 있어 하면서 만족스러웠어요.

 

얼마전 이동진 팟캐 들으며 나온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긍정주의자들은 죽음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

맞아요.

저같은 회의주의자, 비관주의자는

죽음도, 상실도 다 배울 것, 아름다움과 재미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겁나지 않아요. 

오히려 아픔, 상실에 데인 것처럼 놀라며 그걸 억지로 미화하려고 애쓰는 분들을 볼 때,

상실과 고통은 우리 친구인데 뭐 저리 피하려고 애쓰지? 합니다.

 

오늘같이 촉촉한 날 기분도 톤 다운 되며....나쁘지 않아요.

목소리도 차분해지고, 

따뜻한 차 한 잔 두고 좋은 사람과 잠깐 대화하고 싶은 날입니다.

현실은 가까운 곳에 친구 없음

 

이상 '슬픔이(제 지배적 정서는 슬픔입니다)'의 반나절 일기였슴다

 

ps. 참, 전 힘든 감정이  몰려올 때 거기에 천착되지 않도록

나름 많은 애를 씁니다. 자학은 정말 파괴적이더라고요. 

그렇게 보면 부정을 밑바탕에 깔고

일상은 긍정+부정으로 살아가는 듯. 

IP : 180.69.xxx.124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
    '23.8.23 1:55 PM (115.143.xxx.64) - 삭제된댓글

    저도 비슷해서 공감합니다.

  • 2. ..
    '23.8.23 1:59 PM (116.121.xxx.209)

    충분히 공감합니다.
    글을 참 찰 풀어 쓰시네요.

  • 3. 절대
    '23.8.23 2:11 PM (118.220.xxx.184)

    이렇게 쓰지는 못하고
    맞아맞아 하며 공감만 하고갑니다

  • 4. ...
    '23.8.23 2:12 PM (14.52.xxx.133)

    맞아요. 늘 최악을 생각하며 사니 오히려 쉽게 좌절을 안하게 되는 아이러니랄까요?

  • 5. 이런글좋아
    '23.8.23 2:17 PM (211.250.xxx.112)

    아~~~~ 코에 시원한 바람들어오는 것같은 상쾌한 글에 숨통이 트입니다.
    원글님 글에는 리듬이 있어요. 그래서 읽기도 편하고 내용도 좋아요. 오늘은 낙관적으로 보내실 수 있기를^^

  • 6. 살수록
    '23.8.23 2:21 PM (183.104.xxx.96)

    마음가짐이 중요한것 같아요.
    기대치가 높을수록 스스로를 괴롭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그걸 내려놓는순간 작은일에도 행복을
    느끼는거지요~~

  • 7. ..
    '23.8.23 2:24 PM (106.101.xxx.143) - 삭제된댓글

    현명하시네요
    세상이 불확실하고 내 마음대로 안되며 불완전한 곳임은
    사실인데 보통은 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 싫어하죠
    모른척 외면하고

  • 8. yikes
    '23.8.23 2:26 PM (39.123.xxx.130)

    제가 좋아하는 책이 Better never to have been 입니다.
    세상에 존재함으로 생기는 harm이 아예 없는 상태가 최고인거죠ㅠㅠ.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것 같아요.

  • 9. 좋다!
    '23.8.23 2:46 PM (218.39.xxx.130)

    자신 감정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것..좋다 이걸 글.

  • 10. ......
    '23.8.23 3:06 PM (180.111.xxx.28)

    삶에 대한 자세, 마음가짐.....

  • 11. 역설적이네요
    '23.8.23 3:26 PM (87.61.xxx.231)

    비관론자이신데도
    되려 어지간한 낙관론자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라니.
    '우울함도 쓸 데가 있다' 는 마음 가짐에 저도 기운납니다.

  • 12. 맑은햇살
    '23.8.23 3:29 PM (222.120.xxx.56) - 삭제된댓글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요^^
    '긍정주의자들은 죽음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 이 말 뭔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전 긍정론자로 생각하고 살았는데 원글님 글 읽으니 저도 비관론자인 것 같고 막~

  • 13. 긍정
    '23.8.23 3:29 PM (222.120.xxx.56)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요^^
    '긍정주의자들은 죽음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 이 말 뭔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전 긍정론자로 생각하고 살았는데 원글님 글 읽으니 저도 비관론자인 것 같고 막~

  • 14. 사실
    '23.8.23 3:41 PM (180.69.xxx.124)

    긍정성이란 것이 사물의 밝은 면만 보는 것으로
    잘못 인식 되지 않았나 하는 비판적 생각이 들어요 ㅎ
    무엇이든 밝은 면만 있을 수 없고
    어떤 사물의 일면만 강조하는 건 오류 아닐까 하는..
    오히려.
    긍정이란 것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아닐까 싶고,
    (이건 세바시 긍정학교 교장? 이란 분이 한 말인데 공감)
    그렇다면 저도 어느 면에서는 긍정주의에 가깝거든요

  • 15. 공감
    '23.8.23 3:46 PM (58.228.xxx.20)

    만땅입니다~~ ^^
    세상사 빛과 그림자가 있는데, 빛만 바라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드는 거 같아요~

  • 16. ISTP
    '23.8.23 4:06 PM (39.117.xxx.171)

    어머 저돈데
    저 비관주의 현실주의잔데
    제가 제일 이해안가는 말중하나가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있어 입니다
    누구나 너한테 그럴수 있거든..ㅎ
    심지어 남편이 바람폈을때 물론 분노했지만 사실 내면에선 인간이 그럴수있지 했거든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나 할까. 그래서 반전으로 사소한 행복을 자주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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