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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부터 정리 들어 갑니다. 69일째

69일 조회수 : 1,683
작성일 : 2023-08-12 10:31:11

연이틀 쉬어 본적은 없는데 애들 이사 도와주고 나름 큰 일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있었는지 며칠 끝없는 잠에 빠져들며 몇십년동안의 피로를 다 해소하는 듯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나니 그동안 못봤던 사람들이 죽은 줄 알았다며 한번 만나자는 제안에 늘 미루기만하다 이번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흔쾌히 만나 회포를 풀다보니 정리도 뒷전이었습니다

하루 하나만이라도 꼭 버리자! 가 처음 생각이었는데 어떤 날은 왕창 버리고 어떤 날은 이렇게 손도 못대고 지나는 날도 있지만 하루한가지 버리기는 가슴에 꼭 새겨서 오늘처럼 다시 한가해진 날에는 이틀치 못버린것까지 작정하고 정리하게 됩니다

솔직히 그냥 버리기만 하는 일이 아니라 버릴 물건을 골라내는 과정이 상당히 피곤한 일인게 사실이지요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날은 정리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걸 피하기위해 넘어가기도 하고 어제그제처럼 육신이 피곤한 날도  넘어가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면 굳이 꼭 해야하는건 아닌거 같습니다

두달이 넘어가니 어지간한 물건들은 정리가 되어 정리한 공간에서 다시 치워야할것을 찾기도 하고, 애들짐을 각자의 공간으로 보내주는 일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제 남편은 자기대로 옷장정리를 절대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남편 옷장에 치워야 할 옷들이 많았는데 지난번에 양복 잠바 같은 덩치큰 옷들은 다 버리고 오늘은 속옷 서랍장을 정리해줬습니다

먼저 속옷을 택배로 부르고, 도착하자마자 지난 속옷은 모두 버리고 새로 받은 속옷으로 채워줬습니다

딱 5개씩만 사서 그걸로 빵꾸가 날때까지 쓰라고 했습니다

제가 남편 옷장 정리해준적이 없어서 오래된 속옷, 양말들이 버리지 않은 채 마구 뒤섞여 있어서 싹 다 치우고 5개로 생활하라고 하니 남편도 홀가분한 마음일 겁니다

남편은 육아도 가사일도 참여할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인데 자기 몸 조차 와이프가 챙겨주지 않으면 거지꼴을 면하지 못하는데 거지꼴로 살게 내버려뒀더니 그냥 그대로 쭉ㅡ그렇게 살 기세더라구요

그나마 나이들어 쫓겨날 위기에 처하니 밥 빨래는 본인이 합니다. 본인꺼만 

저는 잔소리 하는것도 듣는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다보니 남편이 어떻게 살든 잔소리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힘든날은 밥도 못하고 집안이 엉망인채 있고, 어쩌다 괜찮은 날은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이 모든걸 남편이 양심껏 같이 하면 좋은데  그걸 안하더라구요

저는 바쁘고 집에 밥이 없는 날이 많아지니 자기 스스로 자기 밥은 해 먹더라구요

차마 밥이 왜 없냐..이 소리까진 못하는거죠

그랬다간 말없이 제가 나가버리거나, 니가 나가면 좋겠다.소리 나와도 할말이 없었을테니까

남편이 하는밥은 제 입맛에 안맞아서 저는 못먹고 남편만 먹습니다

가끔 제가 집에서 요리할땐 남편도 같이 먹지만 그건 가끔이구요

이렇게 우리부부는 눈치껏 각자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자기 생활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각별하게 사이가 좋은것도 아니고, 싸울일은 전혀 없고, 있는듯없는듯, 남편피셜 우린 잉꼬부부 제 피셜 한집안 졸혼부부..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남편 속옷서랍장 하나 정리해준것도 남편은 와이프가 자길 사랑하니까 해주는거라 믿고 저는 구질구질해서 해주는건데 이러나저러나 자기 편할대로 해석해서 남에게 피해만 안주면 굳이 반박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삽니다

 

태풍 오면 길냥이 밥 굶을까봐 이틀치 챙겨 줬더니 역시나 하루만에 다 먹긴 양이 많았는지 많이 남겨 있어서 까마귀 밥그릇에 옮겨 놓고 길냥이는 새 사료로 챙겨줬습니다

여전히 미리 와서 절 기다리는데 언뜻 제 남편과 오버랩 될때가 있습니다

길냥이도 절 기다리기만 했지 저를 도와주는건 하나도 없는데 저는 왜  떨쳐내질 못하는가..

길냥이나 남편이나..

남편에게 길냥이의 귀여움은 1도 없지만 순수함은 봐줄만하니 여태 사나부다..

 

맹렬히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확 기가 꺽였고, 우리도 좀 더 겸손해진 마음으로 남은 여름을 지날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IP : 14.49.xxx.10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는
    '23.8.12 10:39 AM (118.34.xxx.85)

    님 글 많이 읽진 못하고 뒤늦게 제목보고 아 길게 하시는 분이 있구나 인지했는데 본인의 좋은 기록이실거같아요

    여기도 쓰시고 블로그도 만드셔서 찬찬히 옮겨두세요~~
    요즘은 휴대폰으로 글도 사진도 올리기 쉬우니 넘 편하거든요

    저도 자극받고 갑니다 ㅎ 40대지만 졸혼하고싶은 맘 공감백배에요 내 아들 키우기도 버거운데

  • 2. ...
    '23.8.12 10:43 AM (211.251.xxx.199)

    우와 대단하세요
    이런 꾸준함 실천력 정말 존경합니다.
    며칠 안 보이셔서 이젠 좀 정리 끝나셨나보네
    그래도 대단하시다 생각했는데
    이젠 이렇게 조절하시면서 올려주셔도
    많은 회원둘에게 자극이 되어 좋은거같아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8월15일 연휴까지 가족분들과 즐겁게 보내세요
    이만 총총총

  • 3. 궁금했습니다
    '23.8.12 11:00 AM (59.6.xxx.156)

    혹시나 놓쳤을까봐 검색해서 챙겨 읽거든요.
    정리하면서 가벼워지시는 마음을 느끼는 것도 좋고 글을 보며 제 공간을 살피는 것도 좋아서요.
    고양이나 남편이나 생명 존중이고 측은지심이겠죠. 고양이 쪽에 더 선선한 마음이 드는 건 고양이가 예쁘고 귀여워서라고 생각해봅니다. 하루하루 더 편안해지시길요.

  • 4. 아름답다
    '23.8.12 11:03 AM (218.54.xxx.2)

    남편, 길냥이와 맺는 관계를 통찰하는 지혜를 담담하게 통찰하고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들수록 정리하고 버리고 줄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더 이름다워 보이는 거 같아요.

  • 5. 시크릿
    '23.8.12 12:16 PM (218.155.xxx.140)

    님 글 제목만 보고 진짜 꾸준하게 올리시네 라고 생각만 했어요..내용을 읽은거는 며칠전부터인데 이런 소소한 일상 이야기인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읽을걸 그랬어요 ㅎㅎ 정이 많고 나눔도 실천하시는분 본받을점이 많은 느낌이 들어요. 검색이 된다면 천천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정리 잘된 집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한 삶 꾸려나가시길 빌어드려요♡

  • 6. 응원해 주셔서
    '23.8.12 1:42 PM (14.49.xxx.105)

    감사합니다^^

    약속은 지켜야 하는줄만 알고 살아온 저는 정리하면서 100일동안 올리겠다고 여기에 약속한 일을 가끔 건너뛸 망정 끝까지 올릴것 같습니다
    여기에 약속했기 때문에 혼자서는 엄두가 안날것 같은 정리도 우여곡절을 거치며 이제는 손쉬운 단계까지 왔습니다

    인내심이 정말 없는, 작심 3일을 해내는 사람도 존경하던 저였는데 생애 처음으로 꾸준히 해 보니 꾸준함이 주는 놀라운 비법들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것을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남편과의 삶도 여느 부부들처럼 사이 좋을때도 있었고 헤어지면 더 날개 달고 살수 있을것 같은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여기에도 산전수전 다 겪으며 오래 살아온 세월이어서 얻을수 있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이웃님들도 모두 행복한 주말 되시길 빕니다♡♡♡

  • 7. 네~
    '23.8.12 6:46 PM (211.206.xxx.191)

    100일 끝까지 정리 일기 올려 주세요.
    구독자입니다.
    길냥이야 연약한 존재니 측은지심.
    남편이야 서로 길들은 것이죵~
    저희집도 남편이 청소, 설거지, 빨래 널고 개기, 욕실 청소 마스터 했고
    부부상담 받고 요리 파트도 도전하기로 했는데
    (언젠가 혼자 남을 것을 대비해, 혹은 함께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남편 발이 많이 아파 그건 미뤄지고 있네요.
    원글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8. 동참47일째
    '23.8.13 2:55 AM (121.167.xxx.7)

    100일은 채우실거라 믿고 마음 편히 글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여전히 조금씩 물건들을 들여다 보고 있어요.
    집에 창고가 두 개인데, 현관쪽 작은 창고도 보기 시작했어요. 신발상자에 담아둔 뭔가가 있는데 하나씩 보니 가관입니다. 연필, 참 잘했어요 도장, 토플 씨디, 파우치..중구난방의 물건이 계속 나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나오기도 하고요. 장식등 하나는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져 버렸어요. 손 선풍기도 몇 개씩 나왔는데 켜보니 안됩니다. 작동도 안하는 쓰레기를 잔뜩 쟁여 둔 셈이죠
    제가 찾으려 했던 작은 도자기 상자를 찾았어요.
    아주 작은 도자기 합도 있을텐데 아직입니다.
    저 중구난방의 짐이..앞으로도 한참 더 나올거예요.

    오늘은 결혼식에 다녀왔어요. 꽃을 잔뜩 나눠주어서 집에 커다랗게 꽂았습니다. 음..신경써서 고친 집인데, 정리가 안되어 있으니 꽃이 덜 살더라고요. 아쉬움을 넘어 속이 좀 상하고..반성도 했어요.

    제 안에서 새로운 기운이 도는 것을 느낍니다.
    시간 사용을 정비하게 되고요. 일을 덜 미룹니다.
    오는 주는 걷기 운동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원글님 글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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