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시골에서 나고 시골에서 자랐다
가난하고 농사짓는 집이었는데 책임을 다하는
좋은 부모님이셨다
좋은 건 장에 내다 팔아야 해서 못 먹고 못난 것들로
어머니가 요리해주셨다
여름에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삶아주시고
밀가루 반죽해 찐빵도 쪄주셨지만
농사짓는 고단한 어머니라 자주 얻어 먹지는
못했다 소 먹이러 산에 가면 배가 고파 산열매를
이것도 따먹고 저것도 따먹어도 배가 부르진 않았다
겨울에는 더 먹을게 없는데
큰 솥에 물을 넣고 양파를 한솥 삶아주셨다
익은 양파는 달아서 건더기도 먹고 물도 떠다 마셨다
중학교때 외지에서 선생님이 오셔서
남편이 사는 마을에서 자취를 하셨다
일요일에 선생님 집에 가서 일을 거들었는데
일을 마치자 선생님이 밥을 차려 주셨다
그 날 중학생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진짜 맛난 걸 먹었다 천상의 맛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맛인것 같았다
꼭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부끄러워
이 음식이 무엇인지 도저히 물어볼 수 없었다
그래서 중학생은 그 천상의 음식을 그날 단하루
먹었고 평생 잊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가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서른도 넘은 어느날
회사의 식당에서 그는 그 음식을 만났다
중학생이 먹었던 천상의 맛
살면서 꼭 다시 한번은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
부끄러워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그 음식은
그러니까 그 음식이 뭔데
2004년의 겨울밤 결혼하고 같이 이불덮고 자며
남편이 내게 들려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 음식은 말이야
마요네즈였어
엄마가 해 주시는 양파물이 달고 달았던 시골소년의
입안에 퍼졌을 마요네즈의 고소함이라니
평생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맸는데 찾지 못하고
어느해 회사 식당에서 그는 마요네즈를 다시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