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은 시골이 제 친정이에요
조부모님대 부터 가진 것이 없는 집이었던터라
부모님이 정말 많이 고생을 하셨어요
땅뙤기 하나 없는 집, 집도 없는 집이었던터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땅을 갖기가 너무 힘들었던.
부모님은 부모님의 부모님에 자식들, 형제들까지
보살피느라 정말 먹고 살기가 바빴던 상황이었어요.
평생 고생고생 하며
마당 넓은 집 한채 마련할 수 있었지요.
밭은 종중 산소 관리하는 대신 경작을 하며 살았어요.
부모님이 젊으셨을땐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었지만
아버지가 일찍 떠나시고
그후로도 엄마 혼자서 농사 짓고 지내셨는데
여기저기 너무 아픈 곳이 많아 버거운데다
집 옆으로 이어진 길 안쪽
낮은 산속 사이에 있는 밭이 농사짓기에
여간 불편하고 좋지않아
농사 안짓겠다고 자식들과 약속을 하면서도
한해, 한해 뒤로 미루고 미뤘던 것을
올해는 종중 전답 관리하는 사람에게 얘기해서
결정이 된 터라
자식들은 다행이다 했고
엄마는 시원~ 섭섭해 하셨었어요.
그것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큰 결정이었는지
자식들은 다 헤아릴 수 없었어요.
일흔 중반의 나이가 되도록 자식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어떻게든 뭐라도 도움 주려고 손에서 농사를 놓지 않으시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수확물로 해마다 자식들 먹거리를
거의 다 책임지다 시피 하셨고
품앗이며 뭐며 푼돈이라도 벌어서 모아
때마다 손주들 용돈도 주시고
어쩌다 밖에서 외식을 하면 자식들 몰래 밥 값 계산을 미리 하시기도 하고
농산물이든, 식사값이든
뭐라도 자식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셨던 분이라
그럴 수 있는 토대가 되었던 밭을 농사짓지 않는다 결정했을때
얼마나 허탈하셨을지..
그래도 정말 잘하셨다!
속 시원~하다 했는데..
어제 엄마랑 평상시 처럼 안부 전화를 하는 중에
엄마가 아주 신나는 목소리로
" 00아~ 엄마 밭 짓게 되었다~!! " 하시는 거에요.
정말 어찌나 신나는 목소리로 말씀을 하시는지
지금껏 엄마의 그런 신나는 목소리는 처음 들었던 거 같아요.
저희 집 앞
대문만 열면 바로 보이는 밭이 있거든요.
마을 이웃의 밭인데 이제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묵힐 바에야 대신 농사 지으셔도 된다고 얘길 했나봐요.
위치가 너무 좋아서 예전부터 밭 내놓으시면
저희가 사려고 했는데
시골은 농사짓던 어르신들 다 나이드시고 노쇠해지셔서
더이상 농사를 안지어도 땅은 또 팔지 않으세요
자식들도 당장 내려와서 살지 않아도 나중에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매매를 하지 않더라고요.
여튼,
항상 이 밭을 지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밭을
잠깐이라도 농사 지을 수 있게되니
그게 그리 신이 나셨나봐요
그 신나고 행복함이 담뿍 담겨있던 엄마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