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에 대해서 써봐요
오래된 11층짜리 맨션의 4층이에요
(여기선 보통 한국의 아파트를 맨션이라 하고 조립식으로 지어진 2층짜리 연립주택 같은 걸 아파트라고 해요)
베란다 앞으로 조금 낮게 작은 강이 흐르고 그 건너편은 공원이에요
4층이지만 6층 정도의 높이가 되겠네요
아침마다 일어나면 먼저 커튼을 열고 밖을 봅니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벚꽃이 지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여린 녹색 잎들을 키워가는 나무들과
새소리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들리고시끄러운 매미 소리나 벌레들도 걱정 없어요
바다가 가까워서 만조가 되면 물이 흐르지 못하고 반들반들 흔들흔들
비가 오면 수면에 그려지는 수많은 파문과 빗소리
남서서향 베란다라서 사계절 서서히 방향을 바꿔가며 일몰을 볼 수 있답니다
어쩌다 색색으로 변화하는 하늘과 그 모습이 비친 수면은 혼자 보기 아깝습니다
밤에 살짝 수면이 흔들리면 수면에 비친 가로등이 불꽃놀이 하듯 너울거리고
봄이면 송어가 튀어오르고 떨어지며 물을 치는 소리가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도심 가까운 곳이고 잘 가꾸어져 있는 곳은 아니라 세련된 풍경은 아니지만
늘 같은 듯하면서도 어느 하루도 같지 않고 싫증나지 않게 계절을 담은 리버뷰
강 양쪽을 따라서 맨션들이 쭉 있지만 딱 우리집 건너편만 공원이라 앞이 탁 트인 조망이 가능하답니다
여름에는 오후부터 해가 비껴 들어 덥지만 에어컨을 켜고 베란다에는 거의 나가지 않아서
별로 불편함은 없어요
겨울 기온은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별로 없지만 그래서 집들이 난방에 취약한 구조와 재료로 지어져 있지요
방안이 몹시 추워요
맞아요 옆 나라
양말을 두 겹으로 신고 다운 잠바를 입고 무릎 담요를 덮어요
드라이 아이로 고생을 해서 스토브나 다른 난방 기구는 못 써요
최근에는 전기 족욕기를 사서 발을 덮히니까 좋더라구요
고다쯔는 행동을 제한해서 안 써요
축 40년 가까이 된 맨션이라 불편한 게 많아요
한국의 최신 아파트들의 삶의 질이 좋아졌어요 하는 최신 템들은 공상 과학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신기할 뿐이랍니다
개인적으로 리폼을 할 수도 없는 공적 건물이지만 운 좋게 당첨되어 적은 집세로 평생 살 수 있구요
혼자 살기에 부족하지 않은 24평 방 두 개
가끔 생각합니다
돈이 많이 생겨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어찌할까...
집보다 베란다 밖 조망을 포기하기가 어렵네요(쓸데 없는 걱정)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