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 아버지가 딸을 데리고 화일을 사러 왔다.
아이는 초등 3학년쯤 되어 보였다.
아버지가 화일을 고르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아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이가 지루해서 힘들어했다.
주인도 집에 가야 되는데 손님이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비상경영기간이니
손님 한분한분께 정성을 다 하자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와 문구점 주인이 30분도 넘게 아버지가 화일 고르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지친 아이가 아버지에게 언제 끝나냐고 세 번 정도 묻고 오기를 반복하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참다가 말하는 듯 갑자기 급해 보였다.
아버지가 아이를 보지 않고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했다.
밖이 어두운데 아버지가 너무 아이를 챙기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버님. 여기 1층에 술집이 같이 있습니다. 하자 무슨 말인지 눈치챈 아버지가
나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이 시간에 화장실 앞에 남자 어른들이 많이 다니구요.
부모님이 함께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번도 있구요.
많이 놀란 아버지가 화일매대앞에서 나와 아이를 챙겼다.
아이에게 휴지를 챙겨주고 아버지에게 비번을 알려주었다.
잠시후에 아이와 아버지가 돌아왔다. 아버지가 화일 사는 일을 마무리 짓고
아이에게 장난감도 몇가지 사 주었다. 아기가 고생이 많았네. 하고 내가 거들자
아버지가 아이에게 <너보고 아기라고 하시네>하면서 웃었다.
장난감을 몇 개나 고른 아이도 웃었다.
주인도 문을 닫을 수 있게 되어서 웃었다.
아. 아버지는 오래 고르신 만큼 화일도 많이 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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