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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부린 호사

589 조회수 : 2,854
작성일 : 2023-04-03 18:02:03
섬에 갔다가 사람들이 많았지만 제가 간 코스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주말임에도 그런대로 한적했어요.


이상하게 길가에 핀 절정의 벚꽃은 예쁘다기 보다
허연색이라 초록색과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고
그래서 좀 낯선 게 둥둥 떠있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섬에 들어가서 산에서 본 벚꽃은
색이 연핑크에 무엇보다 허옇게 소복같이 산을 다 덮고 있는 게 아니라
진달래, 동백꽃, 매화하고 섞여서 무더기를 이루고 있으니
산의 전체 초록색과 어울려서 너무 예뻤어요.
역시 한가지 일색은 뭐든 물리고 질리게 하는데 꽃들이
울려 있으니 꽃들이 각각의 색이 모두 너무 예쁘더라구요.
거기다 갓봄이라 이제 겨우 연둣빛으로 갈아입은
입들보면서 나라도 신록예찬이 떠오르게 만들고
짓푸른초록과는 또다른 싱그러운 생명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앞으로 이제 저걸 몇 번 볼 수
있을지 계산 해보니까 다리 성할 때 열심히 다녀야겠다 싶어요.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쑥은 또 얼마나 많던지
아무 생각 없이 가서 쑥이네 하고 들여다 보다가
쑥을 한봉지 뜯어왔어요.
아직 새 봄이라 쑥도 여리고 여려서 아무 도구도 없이
손으로만 잘라도 어찌나 잘 잘리던지 국끓일 정도
뜯는데 얼마 안 걸렸는데 향이 정말 좋더라구요.
섬에선 그 섬이 돈버는 특용 작물이 있어서
쑥같은건 쳐다도 안보던데 쑥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걸
어릴 적 추억 생각하며 뜯어와서
도다리 아닌 가자미 넣고 쑥국 끓였는데
쑥향이 너무 좋네요.

더 내려와서 바다로 오니 썰물 최고때라 바닷물이 쑥
빠져나가고 드러난 돌멩이에는 또 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고동은 바닥은 다 고동천지라
갑자기 수렵시대 인간이 되어서 굴도 깨먹고
손톱이 새까매져서 돌아왔어요.
굴 양식장 아니고 물 빠지면 사람 다닐 수 있는 길이 나는 식이었지만 자연산 굴은 껍질이 얼마나 단단하고
촉수도 단단하게 붙어 있는지
굴깨느라 힘을 너무 쓴 거 같아요.

오늘의 결론 굴은 사치품이다. 특히 자연산은 그 단단한
껍질을 벌리고 속살을 다치지 않게 꺼낸다는 게
너무 너무 공이 드는 일이다. 자연산 굴을 금방 까서
먹으면 그 짭조롬한 고소함은 최고다.
But 자연산 굴맛에 빠져서 그거 깨다 보면 어깨빠진다.
어깨 빠지지 말고 자연산 굴은
그냥 돈내고 사먹자. ㅎㅎ




IP : 117.111.xxx.19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허브
    '23.4.3 6:14 PM (211.36.xxx.48)

    올 봄 기억에 남을만한 좋은 추억 만들고 오셨네요.
    저도 자연과 어우러진 벚꽃이 아름답지 벚꽃만 수두룩한건 좀 이상하더라고요

  • 2. 쓸개코
    '23.4.3 6:50 PM (118.33.xxx.88)

    원글님이 글을 잘 써주셔서 읽는 저도 봄 호사를 누리네요.
    저 사는 동네 야산도 주말에 울긋불긋 꽃대궐이 되고 있는데 참 좋더라고요.

  • 3. 82작가님
    '23.4.3 7:45 PM (114.203.xxx.145)

    봄을 예쁘게 표현해주셔서 굳이 밖에 안 나가도 되겠어요.
    12폭 병풍을 표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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