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소린고 하니..
1박 2일로 남편과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마스크 쓰는 일이 생긴 이후로 마음이 좀 가벼워지긴 했지만
평소 저는 화장을 안하면 밖을 잘 안나가는 스타일이에요
얼굴에 색소침착도 많고
눈썹도 모자리자 같이 앞에만조금 나고 뒤는 없는
눈은 작고 입술은 혈색없는 갈색빛 입술이라
진짜 뭐라도 찍어 발라야 좀 사람다운 형태를 갖추는 거죠
그러니 1박으로 집을 비우게 되면
일순위가 화장품 챙기는 거에요
그렇다고 화장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냥 기초랑 얼굴 가릴거 입술칠할거 눈썹 그릴거..ㅋㅋ
그날도 아주 중요한 화장품 챙기기를 의식처럼 딱 해놓고
잔짐들 챙기고
보온병에 물도 팔팔 끓여서 담고..
평상시엔 안쓰는 일회용 종이컵을 한두번 쓸때가 있는데
그게 차가지고 어디 나들이 가거나 할때
차안에서 커피 타마시는 용도로 쓰거든요
일회용품을 안쓰자 주의인데 다른건 다 어찌어찌 되는데
나들이갈때 차안에서 마시는 커피. 이 한잔을 위해서 종이컵이 필요 하더라고요
종이컵 화학처리 문제도 많고 사실 찝찝해서 원래도 안쓰는데
어쩌다 한번 쓰게되는 이 날도 다른걸로 대체할 수 없을까 하다가
집에서 쓰는 커피잔을 작은 통에 담아 보았어요.
어머나~ 커피잔 두개가 딱! 맞게 들어가는 거에요
커피잔도 옛날 커피잔이라 작거든요.
오예~ 이제부터 커피는 이렇게 커피잔 가져가서 마셔야겠다!
아주 좋아가지고 믹스커피도 챙기고 커피잔도 잘 담고 찻 수저도 커피잔 담은 통에 잘 넣고
작은 아이스 보냉백에 물, 음료, 과자 그리고 보온병과 커피잔 통을 잘 넣어서
기분 좋게 나들이를 떠났어요
하하 호호~ 운전하는 남편이랑 수다 떨면서 가는길
남편이 커피 마시고 싶다길래
커피잔 꺼내서 커피 타서 남편에게 건네고 저도 한잔 타서 마셨어요
종이컵으로 마실때랑 또 기분이 다르더라고요.
웃기기도 하고요.
커피잔 챙기던 저를 보고 남편은 어이없게 웃기도 했는데
뭐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종이컵 그 안쪽 화확처리 물질 때문에 뜨거운물 담으면 어쩌고 저쩌고~
맛도 이상하고 어쩌고 저쩌고~~
열심히 얘기를 하면서 즐겁게 커피를 마셨죠.
이렇게 저렇게 주변 구경도 하고
숙소에 가서 씻고 나서
소중히 챙겼던 화장품 가방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거에요.
이상하다, 이상하다.
분명히 챙겨서 넣었는데..
구석구석 뒤져도 안나와요.
결론은 화장품잘 챙겨서 미니 파우치에 넣어놓고
파우치를 가방에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가방에 넣으려다가
커피잔 챙기면서 화장품 파우치 넣는걸 깜빡한거죠
와..
커피잔 때문에 내 얼굴을 놓고 오다니!!
좌절하면서 내얼굴~ 내얼굴~ 하고 있었더니
남편이 웃겨 죽더라고요 ㅡ.ㅡ
그나마 다행이 마스크가 있었으니..
그래도 마스크 위로 보이는 혈색없는 피부와
시늉만 낸 앞눈썹은 가릴 수도 없고..
다음날 절대 마스크 안벗고 열심히 놀다 집에와서 보니
파우치가 얌전하게 놓여 있더라고요.
마스크 없었으면 진짜 큰일? 날뻔 했어요.ㅎㅎ